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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2 (일)

과로 자살에도 정신 못차린 日덴쓰…불법 초과근로 또 적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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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신입사원 자살 사건으로 유죄판결 받은 후에도 법 위반

일본 최대 광고대행사, 과도한 성과주의·후진적 조직문화로 지탄

연합뉴스

도쿄 소재 덴쓰 본사 [연합뉴스 자료사진]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 일본 최대 광고대행사인 덴쓰(電通)가 불법 초과근로를 시켰다가 또 적발됐다.

이 회사는 수년 전 과로에 시달리던 신입사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발생해 당국의 제재를 받기도 했지만, 후진적인 조직 문화는 변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온다.

덴쓰 도쿄 본사를 관할하는 미타(三田)노동기준감독서(署)는 덴쓰가 사원에게 불법 초과근로를 시키는 등 노동기준법(일본의 근로기준법)과 노동안전위생법(산업안전보건법에 해당)을 위반했다고 판정하고 올해 9월 덴쓰 도쿄 본사에 대해 시정 권고를 했다고 교도통신과 아사히(朝日)신문이 5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덴쓰의 노사협약은 초과 근무 상한을 월 45시간으로 정했으며 사전 신청이 있으면 75시간까지 늘릴 수 있도록 예외 조항을 뒀는데 상한을 초과해 사원에게 일을 시킨 사례가 4건 있었다.

영업 부서에서 이런 위반 행위가 발생했으며 한 달 동안 상한의 2배가 넘는 156시간 54분간 초과근무를 시키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초과근무 상한선을 75시간으로 늘리는데 필요한 사전 신청을 하지 않고 위법하게 연장한 사례도 6차례 있었다고 당국은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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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 밝힌 덴쓰 본사
[연합뉴스 자료사진]



노동자의 작업 환경이 건강을 해치지 않도록 지도·조언하는 의사인 산업의(醫)를 사원의 안전이나 건강을 확보하기 위한 조직인 안전위생위원회 위원으로 최소 1명 참여시켜야 하지만 이 역시 준수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고 아사히는 전했다.

덴쓰가 법령을 위반해 직원에게 일을 시킨 사례가 드러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0년 이후 전국 각지의 노동기준감독서가 불법 초과근무를 시정하라고 덴쓰에 여러 차례 권고했다.

2015년 12월에는 신입사원이던 다카하시 마쓰리(高橋まつり) 씨가 과로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당시 다카하시 씨의 유족을 대리한 변호사는 회사 측이 초과근무 시간을 노사 합의로 정한 한도인 월 70시간 이내로 억제하도록 근무 기록을 조작하라는 지시를 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당국은 다카하시 씨의 자살이 업무상 재해라고 판정했다.

이 사건의 여파로 2017년 1월 이시이 다다시(石井直) 당시 덴쓰 사장이 사임했고 덴쓰 법인에 대해서는 노동기준법 위반죄로 벌금 50만엔(약 547만원)의 판결이 2017년 10월 확정됐다.

다카하시 씨의 자살을 계기로 덴쓰의 과도한 성과주의 등에 대한 비판이 쇄도했고 아베 총리가 (유사한 사건이) "다시 발생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일하는 방식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고 언명하는 등 큰 파문이 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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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쓰 본사 건물[연합뉴스 자료사진]



1991년에는 입사 2년 차인 20대 덴쓰 사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에 관해 일본 최고재판소(대법원 겸 헌법재판소)는 덴쓰가 일상적으로 종업원에게 장시간 초과 근무를 시켰고 근무 시간을 실제보다 축소해서 기재하는 일이 관행적으로 벌어졌다고 인정하기도 했다.

덴쓰는 반복된 비극을 제대로 교훈 삼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교도통신은 유죄 판결이 확정된 후에도 덴쓰가 "적정한 노무 관리를 하지 않은 실태가 지적받았다"고 보도했으며 아사히신문은 "엉성한 노무 관리가 이어진 것"이라고 논평했다.

덴쓰 홍보부는 시정 권고를 받은 것이 사실이라며 문제의 신속한 해결을 시도하고 있으며 노동 환경 개선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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