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10 (금)

시추공으로 지진 일어난 사례 많아…네덜란드에선 가스전이 유발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포항지진 지열발전연구단 관계자 "2∼3㎞ 이상 땅 팔 때 규제 필요"

(포항=연합뉴스) 손대성 기자 = 땅을 깊게 파고 들어간 시설이 지진을 일으킨 사례가 경북 포항뿐만 아니라 전 세계 곳곳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일정한 깊이 이상으로 시추할 경우 규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5일 포항시와 '11·15지진 지열발전 공동연구단'에 따르면 지열발전시설을 비롯해 가스 채굴 시설이 지진을 유발한 사례가 전 세계에 많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스 채굴 시설이 지진을 유발한 사례는 네덜란드 흐로닝겐주가 대표적이다.

네덜란드 정부와 엑손모빌, 쉘이 합작한 남(NAM)사는 1960년대부터 북부 흐로닝겐주 지하 3㎞ 깊이에서 천연가스를 채굴했다.

이곳에서는 1986년부터 지진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1991년부터 2018년까지 집계된 지진은 500회를 훌쩍 넘는다.

규모 1.5 이상이 500여회, 규모 2.5 이상 50회, 규모 3.5 이상 6회, 규모 4.5 이상 1회로 나타났다.

초기에는 약한 지진만 일어나다 보니 가스 채굴 업체나 주민 대부분은 별다른 대처를 하지 않았다.

그러나 2012년 8월 규모 3.6 지진이 일어나면서 네덜란드 정부와 가스 채굴 업체가 조사에 들어갔다.

마침내 2013년 1월 가스전이 지진을 일으킨 사실이 조사 결과 보고서로 드러났다.

포항시와 '11·15지진 지열발전 공동연구단'은 최근 네덜란드 흐로닝겐주를 방문해 가스전에 따른 유발지진을 확인한 뒤 대응책과 보상과정을 확인했다.

네덜란드 정부는 가스전이 지진을 유발했다는 조사결과가 나오자 2030년까지만 가스를 생산하기로 했다.

그러나 주민 반발에 따라 가스 생산 중단 시기를 2023년으로 앞당겼다.

연합뉴스

정부연구단, 포항지진은 지열발전이 촉발 (PG)
[정연주, 이태호 제작] 사진합성·일러스트



흐로닝겐주 가스전 사례는 포항지열발전소가 2017년 11월 15일 규모 5.4 포항지진을 촉발한 것과 비슷하다.

포항지열발전소는 각각 지하 4.2㎞와 4.3㎞ 깊이로 시추공 2개를 뚫어 물을 주입하고 땅속 열로 데운 뒤 발생한 증기로 터빈을 돌리고 전기를 만든다.

그러나 물 주입과정에서 압력이 발생해 포항지진 단층면에 규모 2.0 미만의 미소지진이 일어났고 미소지진 영향으로 시간이 지나며 규모 5.4 지진이 발생했다.

이처럼 땅을 깊게 파고 물을 주입하는 심부지열발전(EGS)이 지진을 일으킨 사례는 숱하다.

지난 3월 20일 정부연구단의 발표에 따르면 스위스 바젤에서는 2006년 12월 지열발전소 시추를 시작한 지 엿새 만에 규모 3.4의 지진이 발생했다.

지열발전소 운영은 중단됐지만, 2007년 1∼2월에도 규모 3이 넘는 지진이 잇따랐다.

스위스 정부 당국은 지열발전소가 원인이라고 결론짓고 2009년 이 발전소를 영구 폐쇄하도록 했다.

독일 란다우인데어팔츠, 호주 쿠퍼분지 사막, 프랑스 알자스 술츠수포레에서도 지열발전 과정이나 시추공을 뚫는 과정에서 지진이 발생한 바 있다.

양만재 11·15지진 지열발전 공동연구단 부단장은 "지하 2∼3㎞ 이상 깊게 시추할 경우 지진이 일어났다거나 의심할 만한 사례가 많은 만큼 필요에 따라 시추와 관련해서는 적절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포항지열발전소
[연합뉴스 자료사진]



sds123@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