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17 (월)

“문화재청, 황새 생존 가능성 고려 않고 방사 추진”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조류학자 박시룡 교수 ‘철회 촉구’

개체수 늘리기 급급 묻지마 방사

대상지역의 서식 환경개선 먼저

전담기관도 환경부로 이관해야

멸종위기종이자 천연기념물인 황새를 전국 5개 지역에 방사한다는 문화재청 계획에 대해 황새 전문가가 반대하고 나섰다. 멸종위기 동물을 방사해 야생 개체의 수를 늘리는 데만 급급할 것이 아니라 해당 종이 생존할 수 있도록 서식지를 복원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교원대 박시룡 명예교수는 지난 4일 문화재청장에게 황새 방사계획을 철회할 것을 촉구하는 요청서를 보냈다. 박 교수는 “국내 대부분 지역은 아직 황새가 서식하기에 적합한 지역이 아니다”라며 “5개 지역에 황새를 방사하는 대신 기존에 황새를 방사하던 예산으로 서식환경 개선 노력에 집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2017년까지 한국교원대 황새생태연구원 원장으로 재임하면서 국내 황새 복원에 앞장서온 조류학자다.

앞서 지난달 29일 문화재청은 황새의 전국 방사를 위해 지자체 공모를 실시했으며 청주, 서산, 고창, 김해, 해남 등 5곳을 방사 장소로 선정했다. 문화재청은 2020년부터 이들 지자체에 방사장을 설치하는 등 황사 방사를 위한 환경 조성을 지원하고 3~4년 후부터 황새를 방사할 계획이다.

국내에서 황새는 1971년 충북 음성에서 마지막 한 쌍이 확인됐는데 수컷은 밀렵꾼의 총에 맞아 죽었고, 혼자 남은 암컷도 1994년 서울대공원에서 숨졌다. 야생에서 멸종된 황새를 복원하기 위해 한국교원대 황새생태연구원은 1996년 러시아에서 암수 황새 한 쌍을 들여와 번식시켰다. 문화재청과 예산군은 황새생태연구원에서 번식시킨 황새들을 2015년부터 야생에 방사하고 있으며 현재 황새생태연구원에서 68마리, 예산 광시면 대리의 황새공원 사육장에서 88마리를 사육하고 있다.

박 교수는 “국제적인 방사 기준도 멸종위기 동물의 원래 서식지에 방사하는 것인데 문화재청이 선정한 지역은 황새의 과거 번식지가 아니다”라며 “이들 지역에 방사해 황새 번식지를 복원하겠다는 생각은 지속 가능한 방법도 아니고, 국제적으로 웃음거리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또 “서식지 환경이 황새가 생존하기에 적합하도록 복원되지 않은 상태에서 방사를 진행하다보니 국내에서 방사한 황새 중 절반 이상이 폐사, 행방불명 등으로 사라졌다”고 덧붙였다.

박 교수에 따르면 국내에서 방사돼 예산군에서 번식 중인 황새들은 사육사들이 던져주는 먹이에 의존해 살고 있지만 일본의 황새마을로 알려진 효고현 도요오카시의 황새들은 모두 자연에서 스스로 먹이를 취하며 새끼를 기르고 있다. 도요오카시의 경우 황새 방사를 위해 농민들을 설득해 농약을 전혀 쓰지 않거나 적게 쓰는 농경지를 늘리는 노력을 기울였지만 국내에서는 방사된 황새들이 살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노력은 부족했다.

박 교수는 추가로 5개 지역에 황새를 방사하는 대신 “현재 황새 복원사업이 진행 중인 예산의 농경지를 황새가 마음 놓고 먹이를 먹고사는 마을로 만드는 데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종 복원은 해당 종에 대한 전문가가 맡아야 하지만 문화재청과 그 산하기관에 그런 전문가가 한 사람도 없다”며 “지금이라도 황새를 포함해 야생 동식물인 천연기념물에 대한 업무를 전문가들이 있는 환경부로 이관하고, 체계적인 멸종위기종 서식지 복원을 서둘러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

▶ 장도리 | 그림마당 보기

▶ 경향신문 최신기사

▶ 기사 제보하기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