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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7 (월)

대형견이라 무섭다고요? 헌혈 하는 모습 사랑스럽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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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사진 | 현대자동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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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동물병원 혈액 보유량 부족

수혈 목적 사육 ‘공혈견’ 논란 속

현대차 ‘헌혈카 캠페인’ 좋은 반응

28마리 헌혈…이달까지 전국 순회

25kg 이상 건강한 대형견만 가능


“반려견 헌혈 캠페인이 있다는 걸 알고 바로 신청했어요. 앞으로 젤리가 건강한 동안에는 최대한 많이 헌혈에 동참하고 싶어요.”

지난달 20일 경기 수원시 광교 호수공원 주차장에서 만난 2살 수컷 불도그 젤리와 나온 장혜미씨는 반려견 헌혈 캠페인에 동참했다. 장씨는 이유에 대해 “젤리도 나중에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 올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라고 말했다. 젤리가 헌혈차 안에서 채혈을 하는 것을 기다리면서 장씨는 “젤리가 헌혈을 하게 됐다고 주위에 자랑을 많이 했는데 반려견 헌혈에 대해 처음 들어본다는 반응이 많았다”고 말했다.

장씨 말처럼 국내에선 아직 반려견에게도 헌혈이 필요하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져 있지 않다. 국내 반려견이 1000만마리가 넘을 정도로 많아진 만큼 사고나 질병으로 병원에 이송되는 경우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국내 동물병원 대부분은 반려견의 혈액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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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의 솔라티를 개조한 반려견 헌혈차 안에서 지난달 20일 건국대 수의대 의료진이 헌혈을 앞둔 반려견의 건강상태를 확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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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채혈을 주도한 한현정 건국대 동물병원 응급중환자의학과 교수는 “교통사고로 인한 외상 등으로 병원에 실려오는 반려견들이 많지만 응급상황에서 바로 적합한 혈액을 구하기 어려울 때가 있다”며 “한 마리가 헌혈을 하면 보통 3~5㎏ 몸무게의 소형견 3~4마리를 살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헌혈 한 번이 반려견 네 마리를 살린다’는 이날 젤리가 참여한 현대자동차의 반려견 헌혈 캠페인 ‘아임 도그너’(I’M DOgNOR)의 광고 문구이기도 하다. 도그너는 Dog(개)와 기증자를 뜻하는 영어단어 Donor를 합성한 말이다. 현대차는 약 1억5000만원을 들여 15인승 차량 솔라티를 헌혈차로 개조하고, 지난 9월부터 전국을 순회하면서 반려견 헌혈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현대차에 따르면 5일 기준 모두 750명의 견주들이 헌혈 신청을 했고 서울, 수원, 인천 등지에서 8차례 헌혈이 진행됐다. 모두 33마리가 혈액검사를 받았고 28마리가 실제 헌혈을 했다. 5마리는 사전 혈액검사 단계에서 심장사상충, 혈소판 수치 이상, 진드기 질병 감염 등이 확인돼 채혈을 하지 못했다. 채혈된 혈액은 대학 동물병원들에 기증됐고, 일부는 이미 수혈이 필요한 반려견에게 사용되기도 했다. 한 마리당 검진과 채혈에 걸리는 시간은 1~2시간가량으로 하루에 보통 4마리씩 채혈이 이뤄졌다.

현대차와 한국헌혈견협회 등이 이번 캠페인을 시작하게 된 것은 반려견에게도 헌혈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려 동참하는 견주들을 늘리기 위해서다.

헌혈견협회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서 필요한 반려견 혈액의 대부분은 민간업체가 수혈만을 목적으로 집단 사육하는 공혈견에게서 충당되고 있다. 대학 동물병원 등에서 사육하는 공혈견은 모두 4마리뿐이어서 역부족이다.

농림축산식품부가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를 보면, 서울대 수의대 동물병원과 충남대 수의대 동물병원에서 각각 2마리의 공혈견을 사육하고 있다. 민간업체에서 보유한 공혈견은 250~300마리 정도로 추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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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의 반려견 헌혈 캠페인 ‘아임 도그너’((I‘M DOgNOR)의 광고 중 한 장면. 근육 100g이 모자라 헌혈을 못했던 반려견이 운동으로 근육을 만들어 헌혈을 하게 됐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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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페인이 좋은 반응을 얻으면서 헌혈 참여를 신청하는 견주들이 많지만 모든 개가 헌혈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2살에서 8살 사이의 몸무게 25㎏ 이상이고, 건강한 대형견만 헌혈이 가능하다. 25㎏ 미만인 소형견, 중형견은 채혈 가능한 피의 양이 많지 않아 대상에서 제외된다. 25㎏ 기준으로 채혈하는 피의 양은 300~400㎖ 정도다. 개의 혈액형은 DEA형이라고 하는데 현재도 계속해서 새로운 혈액형이 발견되고 있다.

앞으로 남은 헌혈 캠페인 일정은 모두 4회로 오는 8일 전주, 18일과 22일 부산, 29일 대구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캠페인은 이달로 끝나지만 헌혈을 원하는 반려견주는 헌혈견협회에 문의하면 가까운 대학 동물병원 등에서 헌혈에 동참하는 것이 가능하다. 헌혈견협회에는 현재 80여마리의 헌혈견이 등록돼 있다.

강래리 헌혈견협회 본부장은 “대형견 3600마리 정도가 1년에 한 번 헌혈을 하면 공혈견이 필요 없다”며 “국내에 10만마리 정도로 추정되는 대형견을 기르는 이들이 활발히 헌혈에 참여한다면 공혈견들이 고생할 필요가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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