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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7 (월)

노동부 발표 ‘가이드라인’ 살펴보니…공공부문 민간위탁, 결국 ‘직영화 방안’ 빠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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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탁업체 ‘노동자 임금 착복’ 막으려 전용계좌로 지급

노동자 보호·노동조건 관리에 초점…노동계는 반발

생활 쓰레기 수거처럼 공공기관이 민간업체에 위탁한 업무 종사자들의 노동조건을 보호할 가이드라인이 뒤늦게 발표됐다. 가이드라인에는 위탁업체가 중간에서 임금을 착복하지 않도록 관리·감독을 강화하는 방안 등이 담겼다.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정책의 마지막 단계로 추진됐지만, 직영화를 유도할 수 있는 방안과 공공서비스의 질 개선 방안은 빠졌다. 노동계는 반발했다.

고용노동부는 5일 국무조정실·기획재정부·행정안전부 등과 논의를 거쳐 ‘민간위탁 노동자 근로조건 보호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권병희 노동부 공공기관노사관계과장은 “민간위탁 노동자들의 고용안정과 처우개선 측면에서 최초의 정부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것이 큰 의의”라고 설명했다.

민간위탁이란 공공부문이 제공하던 공공서비스 일부를 민간업체가 대행하도록 한 업무를 말한다. 환경미화 업무, 일부 어린이집과 복지관, 공공기관의 콜센터, 지방자치단체의 시설물 관리 사무 등이 이에 해당한다. 대부분의 업무는 과거 공공기관이 정규직 노동자들을 고용해 수행했지만 1997년 외환위기 즈음해 외주화가 확산됐다. 현재는 민간위탁된 업무 종류만 1만개가 넘고, 종사자는 19만5000명에 달한다. 지난해 정부재정의 1.86%인 7조9000억원이 민간위탁 업체에 지급됐다.

2017년 문재인 정부는 3단계에 걸친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면서 마지막 단계로 민간위탁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지난 2월 정부는 “사무와 운영실태가 다양해 일괄적 기준을 적용할 수 없다”는 이유로 정규직 전환 대신 노동조건 보호에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

이날 발표된 가이드라인은 그 후속 조치로, 민간위탁 업체 선정 시 ‘근로조건 보호 관련 확약서’를 받고, 미이행할 경우 계약 해지를 할 수 있도록 했다. 근로기준법 등 노동법령 준수 의무가 포함돼, 임금 체불뿐 아니라 부당노동행위 발생 시 계약을 해지할 근거도 마련됐다. 또 업체 변경 시 계약서에 고용승계를 명시하도록 했고, 업체가 노동자 임금을 착복하는 일을 막기 위해 전용계좌에 노무비를 따로 지급하도록 했다. 또 위탁기관에 내·외부 전문가 10명 이내로 구성되는 ‘민간위탁 관리위원회’를 설치해 노동자의 노동조건을 체계적으로 관리·지원토록 했다. 노동계는 노조가 위원회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구해왔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다만 노조 추천 전문가를 포함시키도록 했다.

“공공서비스의 질 개선을 위한 직영화”를 요구해 온 노동계는 반발했다. 비용 절감을 위해 추진된 민간위탁 외주화가 관리·감독 부실 때문에 직영일 때보다 오히려 비용 지출이 커지는 상황도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건비를 허위 지급하거나 착복한 업체 대표가 사법 처리되는 경우도 잇따랐다.

우문숙 민주노총 정책국장은 “가이드라인의 목적에 직영화에 대한 명확한 방향 제시가 없고 공공서비스의 질 제고를 위한 정부책임 강화가 빠져 있다”며 “민간위탁에서 확대되고 있는 부정비리가 개선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효상 기자 hs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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