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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7 (월)

“전 남친이 불 지를 것 같다” 호소에도 두 번이나 외면한 경찰…방화 못 막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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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운영하는 꽃집 ‘잿더미’

첫 신고 한 달 지나 남성 구속

경찰이 방화 의심 신고를 두 번이나 받고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방치한 사이 방화사건이 실제로 일어났다.

5일 광주 서부경찰서 등에 따르면 현직 공군 부사관인 ㄱ씨(22)는 지난달 24일 ㄴ씨를 시켜 전 여자친구 부모가 운영하는 서구 한 비닐하우스 꽃집에 불을 질렀다. 이 불로 비닐하우스 2개 동이 모두 불에 타 피해자 추산 8000여만원의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수사에 나선 경찰은 인화물질을 뿌리고 불을 지른 ㄴ씨를 현주건조물 방화 혐의로 지난달 30일 구속했다. 방화를 사주한 ㄱ씨는 지난 2일 붙잡은 뒤 신병을 군 헌병대로 넘겼다. ㄱ씨는 여자친구와 헤어진 것에 앙심을 품고 이 같은 짓을 저지른 것으로 확인됐다.

조사 결과 이번 사건은 경찰이 적극적으로 수사했다면 사전에 막을 수 있었다. ㄱ씨는 지난 9월 불을 지를 사람을 찾기 위해 인터넷에 ‘죽을 용기를 가지고 일하실 분’이라는 제목의 구인 광고를 냈다. 이 광고를 본 남성이 연락해 오자 ㄱ씨는 “내가 운영하는 꽃집에 불을 내주면 보험금을 받아 사례하겠다”고 제안했다. 남성은 ㄱ씨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ㄱ씨가 지목한 꽃집에 연락해 “불을 지르라고 의뢰하는 사람이 있다”고 알려줬다.

피해자 가족들은 이후 관할 경찰서인 광주 서부경찰서를 두 번이나 찾아가 이 같은 내용을 설명하고 도움을 요청했지만 경찰 대응이 늦어지면서 방화를 막지 못했다. 피해자 가족들은 지난 10월25일 경찰서에 찾아가 “딸의 전 남자친구가 불을 지르러 한다”며 진정서를 제출했다. 11월13일에도 경찰을 찾은 이들은 “방화와 폭행 우려가 있다”며 또다시 신고했다. 경찰이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은 사이 ㄱ씨는 ㄴ씨를 사주해 비닐하우스 꽃집에 불을 질렀다.

경찰은 그동안 증거가 부족해 수사가 늦어졌다고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진정서 접수 뒤 수사를 진행하고 있었지만 ㄱ씨가 방화를 사주했다는 게시글 등을 찾지 못해 강제수사로 전환하지 못했다”면서 “피해 예방을 위해 관할지구대 등에 순찰 강화 등을 요청했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못한 것은 잘못”이라고 말했다.

강현석 기자 kaj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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