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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손수현의 내 인생의 책]⑤내가 모르는 것이 참 많다 - 황현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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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 안 했다면 몰랐을 것들

경향신문

싸이월드,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에 이르기까지 나는 꾸준히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해왔다. 다른 사람들에 비해 특이한 것도 특별한 것도 없는 내가 의식적으로 SNS를 이어온 이유는 딱 하나, 어딘가에 내 일상을 남겨두고 싶어서였다. 조금만 시간이 지나도 누구와 뭘 했는지 잘 떠올리지 못하는 내가 유일하게 찾은 방법이었다.

사진 한 장, 글 한 줄이라도 남겨두니 이따금씩 그 기록을 따라가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고작 몇 달이 지났을 뿐인데, 내 감정과 생각들은 미묘하게 달라져 있었다. 적어두지 않았다면 깨닫지 못했을 것들. 남겨두지 않았다면 그냥 흘려보냈을 날들. 나는 이게 SNS의 유일한 장점이라 생각한다.

한동안 잊고 지내던 트위터에 다시 접속한 건 황현산 선생님 덕분이었다. 회사 선배가 건넨 <밤이 선생이다>라는 책을 읽고 얼마 지나지 않아 선생님의 트위터를 팔로잉했다. 그 계기로 오래도록 버려두었던 내 계정을 되찾았다.

그 속엔 언제 기록했는지도 모를 소소한 이야기들이 차곡차곡 쌓여 있었고, 그날로 조금씩 다시 내 공간을 채워가기 시작했다. 그러는 동안 선생님 이야기도 빼먹지 않고 읽었다. 그리고 그 소중한 기록은 선생님의 1주기를 앞두고 책이 돼 돌아왔다.

‘내가 모르는 것이 참 많다’라는 문장에는 선생님이 평소 갖고 계셨던 삶의 태도가 그대로 묻어난다. 5년 가까이 부지런히 쌓아온 선생님의 생각을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레 나의 지난 시간들도 돌아보게 된다. 나는 이때 어떤 생각을 했었던가. 나는 그 무렵 어떤 나날을 보냈던가. 아무 쪽이나 펼치더라도 마찬가지다. 마치 살아 숨 쉬는 기록 같다. 140자 안에 빼곡히 담긴 이야기가 오늘도 많은 생각에 잠기게 한다. 그 생각들은 내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든다.

손수현 작가 겸 카피라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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