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23 (목)

개똥쑥으로 그린 詩, 당신의 휴식처 되길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자연성 극대화한 佛 화가 브리송, 15일까지 조선일보미술관 전시

쑥은 역사가 유구한 약초이며, 더러운 피를 정화한다. 프랑스 화가 피에르 마리 브리송(64)의 그림이 치유의 효과를 내는 이유다. "수년 전 말라리아에 대한 쑥의 효능을 다룬 노벨상 연구 논문을 접한 뒤부터 개똥쑥을 화면에 담고 있다"고 했다.

그의 개인전 'CLOUT―에덴동산으로의 귀환'이 15일까지 서울 조선일보미술관에서 열린다. 영향력을 의미하는 영단어 'CLOUT'처럼, 20여점의 전시작이 자연에서 비롯한 선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주로 오래된 벽지를 식물의 잎사귀나 동물의 문양으로 잘라 화면에 붙인 뒤 물감을 칠하거나 다시 떼어내는 방식으로 작업하는 그는 서양 고전주의 양식의 주요 모티프였던 아칸더스잎, 몬스테라델리시오사 무늬를 즐겨 사용한다. 그리고 최근 쑥이 추가됐다. 프랑스 큐레이터 질 바스시아넬리는 "작품 속 생물들이 시공을 초월한 시적 세계를 만들어 영향을 주고받는다"고 평했다.

조선일보

전시작 ‘CLOUT22’ 앞에 선 브리송. 4개로 분리·합체되는 나무판 위에 새의 문양이 담겨있다. /이진한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자연성의 극대화를 추구한다. "20년간 지중해를 항해하며 그림을 그렸다. 바다 위는 자연의 재앙을 관찰할 수 있는 특별한 장소다. 내 무기력함에 울고 싶을 때도 있다. 하지만 나는 사회운동가가 아닌 예술가다. 화업을 통해 현실을 승화하고자 한다." 이번엔 전시용 인쇄 도록을 제작하지 않았다. "도록 때문에 나무를 자르고 강을 더럽히는 행위는 전시 주제와 맞지 않는다." 대신 디지털 카탈로그를 만들었다.

10대 때 농장에서 일했고, 농촌의 삶은 날씨와 환경에 민감한 촉을 선사했다. 형편이 안 돼 독학으로 그림을 그렸고, 재료를 사기 위해 트랙터를 몰고 이삿짐을 날랐다. 서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책 속에서 미술사를 익혔다. 강렬하고 풍성한 색채는 이런 삶의 에너지와 연결돼 있다.

전시작 쑥 문양의 '푸른색 아이들'은 아프리카 빈곤 주민을 위한 NGO 단체 희망고에 기부키로 했다. 6개의 캔버스가 모여 하나의 작품이 되는데, 각각이 개별적인 그림이면서 동시에 퍼즐처럼 계속 이어나갈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공동체적 힘의 가능성을 의미한다"고 했다. (02)724-7832

[정상혁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