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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카뱅·금감원, 팀처럼 일했는데…오류 나니 카뱅만 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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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2일,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가 2017년 영업 시작 이후 처음으로 금융당국의 제재를 받았다. 신용조회(CB)사에서 개인신용정보를 가져오려면 고객 동의를 받아야 하는데, 프로그램 설계 오류로 총 1만6105건의 개인신용정보가 고객 동의 없이 카카오뱅크로 넘어왔기 때문이다. 카카오뱅크는 기관 주의와 함께 1600만원의 과태료를 물었고, 담당 직원들 역시 감봉 3개월(1명), 견책(2명) 제재를 받았다.

최근 금융위원회는 카카오뱅크의 제재를 논의했던 제17차 금융위원회 의사록을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의사록에는 카카오뱅크의 전산설비 등을 함께 준비한 금융감독원이 이같은 프로그램 오류를 잡아내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감원의 책임도 있다는 것을 의미하지만, 카카오뱅크만 그에 대한 책임을 졌다.

조선비즈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금융감독원 본원./조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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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 의사록에 따르면 해당 사고는 카카오뱅크가 영업을 시작한 직후인 2017년 7월 27일부터 8월 10일까지 15일간 발생했다. 대출을 위해 한도를 조회하려면 고객 동의에 따라 CB사로부터 개인신용정보를 받아와야 한다. 그러나 고객이 ‘한도 알아보기’ 버튼까지만 누르고 동의서 제공 단계로 넘어가지 않았는데도 CB사에서 개인신용정보가 넘어온 것이다. 이같은 오류는 아이폰 애플리케이션(앱)에서만 발생했다.

한 금융위원은 "통상 예비인가 후 본인가를 진행할 때 (금감원이) 전산설비 등을 점검하는데 대출은 가장 기본이 아닌가. 컨설팅을 안해준 것인가"라고 질문했다. 이에 금감원 관계자는 "영업 개시 전인 2017년 5월 현장 방문 점검 당시 안드로이드 앱은 괜찮았는데, 아이폰앱 시스템 자체가 충분한 테스트를 거치지 않았다"며 "이에 대해 추가적인 테스트를 거쳐서 문제를 예방하도록 지도한 바 있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금융위원 측은 금감원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봤다. 금융위원은 "인터넷전문은행뿐만 아니라 비대면 채널로 (영업하는) 다양한 금융회사에서 (준비 과정이) 이런 식으로 진행될텐데, 라이센스가 나갈 때 보통 예비인가가 나가고 본인가가 나가지 않나. 본인가까지 주로 물적 장비와 전산 설비에 관해서는 금감원도 같이 (준비한다). 특히 인터넷전문은행 같은 경우에는 금감원도 거의 ‘팀(team)’이 돼 같이 했다"고 지적했다.

이 금융위원은 이어 "그런데 이 앱이라는 것은 가장 기본이었는데 안드로이드만 체크하고 아이폰 부분은 체크를 안 한 상태에서 영업개시를 했다면 누구 책임인가"라며 "준비가 철저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이런 케이스를 제재하는 것은 이해하지만 차후에는 이런 일들이 발생하지 않도록 앞으로 주의해야 한다"고 했다.

금감원은 이런 상황을 고려해 제재를 최대한 감면했다고 주장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저희도 그 (책임) 부분을 문제로 공유하고 있어서 과태료 양정(量定)시 위반행위의 동기를 ‘중’ 정도로 하고, 위반행위의 결과를 ‘경미’로 판단해 과태료를 기준금액의 40% 수준으로 설정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건에 대해서는 저희도 심사숙고한 결과 최대한 감면할 수 있는 것은 다 했다"며 "다만 기본양정이 워낙 높다보니 아무리 감면을 해도 그 정도였다는 것을 양해해 달라"고 했다.

금융권에서는 금융당국의 작은 실책도 금융사에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보다 철저한 감독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카카오뱅크 사례의 경우 금감원이 컨설팅을 실시한 것인 만큼 실수가 있었다고 해서 책임까지 져야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앞으로 잘하자는 의미에서 이같은 지적이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금융권 관계자는 "사업을 처음 시작하는 금융사일수록 금감원 컨설팅을 받을 기회가 있다면 금감원을 전적으로 믿고 갈 수밖에 없는데, 여기서 착오가 생겨 나중에 제재를 받아야 한다는 것은 다소 억울할 수 있다"며 "금융사들이 금감원 지도를 잘 따르려 노력하는 만큼 금감원도 보다 정확하게 지도하려는 반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윤정 기자(fact@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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