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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책꽂이]몸과 영혼의 연결고리...심장·뇌의 모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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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샌디프 자우하르 지음, 글항아리사이언스 펴냄)

사랑·용기 등 '은유적 심장'이

생물학적 심장에 미치는 영향 풀어

■신경가소성(모헤브 코스탄디 지음, 김영사 펴냄)

성인 뇌도 변화하는 능력 갖춰

훈련통해 인생 의미 재발견 가능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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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에 생기를 불어넣는 불꽃, 몸의 생명을 돌보는 자, 창조적 원칙, 감각의 조화로운 결속, 인체구조의 중심 연결고리,···우리 본질의 지주, 왕, 통치자, 창조자.’

12세기 프랑스 시인이자 철학자인 베르나르두스 실베스트리는 심장을 이같이 묘사하고 정의했다. 아니, 그보다도 더 이전부터 “심장은 인간의 행동과 사고의 중심이자 용기와 욕구, 야망, 사랑의 원천으로” 여겨졌다. 16세기 영국의 대문호 윌리엄 셰익스피어는 비극 ‘안토니우스와 클레오파트라’에서 클레오파트라의 배신으로 비통에 빠진 안토니우스의 자살을 “심장이 빌려준 용기로 바로 그 심장을 갈랐다”는 말로 묘사했다. 이 문장에서 심장은 두 가지로 의미로 쓰였다. 앞에 나온 심장은 감정과 사랑의 중심이고, 뒤의 것은 신체기관으로서 심장 그 자체를 가리킨다.

심장내과 의사가 쓴 신간 ‘심장’은 ‘은유,기계, 미스터리의 역사’라는 부제가 말해주듯 신체기관으로서의 심장을 넘어 ‘그 이상의 무언가를 의미’해 온 심장에 관한 이야기다.

인류가 심장을 중요한 기관으로 인식해 온 것은 당연한 일이다. 심장은 주요 장기 중 처음으로 발생해 마지막으로 작동을 멈추는 기관이다. 저자가 심장을 “삶과 죽음을 부여하는 동시에, 은유를 부추긴다”고 설명하는 이유다. 르네상스 시대의 문장으로 그려진 심장은 충정과 용기의 상징이고, 용기를 뜻하는 영단어 ‘courage’의 어원은 심장을 뜻하는 라틴어(cor)에서 왔다. ‘심장을 잃었다(lose heart)’는 영어식 표현은 낙담하거나 두려워하는 모습을 뜻한다. 심장의 형태를 나타낸 하트 모양은 사랑을 의미하는 표식으로 13세기 연인들의 그림에도 등장한다. 현대의학의 발달로 오늘날 우리는 “감정이 거하는 장소가 심장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심장의 상징적 함의는 여전히 자연스럽다”고 저자는 말한다.

냉철하게 심장을 진단하는 의사지만, 저자는 정서적인 심장을 눈여겨본다. 사랑과 용기 같은 ‘은유적 심장’이 ‘생물학적 심장’에 영향을 끼치는 사례로 책은 ‘다코쓰보(takotsubo) 심근증’을 언급한다. 이 심장병은 연인과의 이별, 배우자와의 사별 같은 극도의 스트레스나 슬픔 때문에 심장이 급격히 약해지는 현상이다. 증세는 심장마비와 비슷해서 가슴 통증을 호소하거나 숨이 가빠지고 심부전이 나타나기도 한다. 약 20년 전 처음으로 발견된 심장 이상인데, 심장초음파로 관찰한 결과 ‘다코쓰보’라는 일본의 문어잡이 항아리처럼 목은 좁고 바닥이 넓은 형태로 심장이 부풀어 오르는 증상을 동반한다고 해 ‘다코쓰보 심근증’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다른 용어로는 ‘상심증후군’(broken-heart syndrome)으로도 불린다.

인도 학술지에 실린 사례연구에 따르면 교수형 대신 고통이 덜한 과다출혈로 죽게 해달라고 한 사형수에게 “사형수의 팔다리를 긁어 그가 스스로 피를 흘리는 중이라고 믿도록 유도”하고 물통에 물 떨어지는 소리와 장송곡을 들려줬더니 사형수는 피 한 방울 흘리지 않은 채 사망했다고 한다. 깊이 있는 과학책이지만, 저자의 유려한 문학적 역량 덕에 에세이처럼 느껴진다. 1만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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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체 기관이지만 몸 이상의 무언가이고, 영적인 것에 더 가깝다는 점에서는 뇌도 심장과 비슷하다. 사랑과 용기가 심장에 깃들어있다고 믿은 것처럼 뇌는 정신과 지성을 응축한 비밀창고로 여겨졌지만, 실상은 1.4㎏에 불과한 살덩어리라는 게 과학으로 밝혀졌다. 미세한 신경 작동이 뇌를 움직이게 하며, 성장이 끝난 뇌는 더 이상 변할 수 없다는 것이 60년 이상 정설로 굳었다.

새 책 ‘신경가소성’은 신경계가 변화할 수 있는 성질에 대해 이야기 한다. 과거 신경과학에서는 “다 자란 뇌는 구조가 굳어지므로 늙은 개에게 새로운 재주를 가르칠 수 없다”는 식의 주장을 펼쳤지만, 책은 성인의 뇌도 여전히 변화하는 능력을 갖고 있으며, 주어진 상황에 맞게 최선의 행동 방침을 결정하도록 진화한다고 얘기한다.

뇌를 이루는 것은 860억~1,000억 개의 뉴런과 그보다 훨씬 많은 신경아교세포, 1,000조 개의 정교한 시냅스 연결이다. 신경계가 제대로 기능하려면 올바른 연결 구성이 필요한데, 신경가소성이란 이 뇌의 재배선작업과 유사하다. 어떤 이들은 이 점을 활용해 뇌의 변화를 유도하면 자기 능력 계발은 물론 자신감 키우기, 습관 고치기, 인생의 의미를 재발견하는 것까지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표지는 담백한 에세이처럼 보이지만, 과학 책이다. 1만2,800원.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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