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오전 이재웅(왼쪽) 쏘카 대표와 박재욱(오른쪽) VCNC 대표가 서울 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첫 공판에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지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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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는 하루 전인 5일만 해도 타다금지법 반대 입장이었다. 공정위는 개정안 검토 의견서에서 "특정한 형태의 운수 사업을 법령에서 원칙적으로 배제하는 것은 경쟁 촉진 및 소비자 후생 측면에서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택시와 경쟁하는 타다를 그대로 둬야 경쟁 활성화 이득이 소비자에게 돌아간다는 뜻이다. 스타트업 업계에선 "어제 공정위의 반대 의견이 나온 직후, 실세 장관을 둔 국토부에서 강하게 항의했고 공정위가 눈치 빠르게 물러섰다"는 말이 돌았다.
◇표 앞에서 여야 모두 택시 편
이날 국회 국토교통위에선 여야 간 논쟁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개정안은 상정한 지 20분 만에 통과됐다. 법안을 대표 발의한 박홍근 의원(더불어민주당) 등 4명이 발언했고 반대 의견은 없었다.
민주당은 지난해 차량 공유 스타트업과 택시 업계의 갈등이 불거졌을 때부터 택시 업계 편이었다. 지난해 10월 카카오가 택시보다 요금이 30%가량 싼 카풀 시범 서비스에 나서자, 민주당은 카카오와 택시 업계 간 중재에 나섰고, 카카오는 42일 만에 카풀을 중단했다. 민주당이 밀어붙인 중재안은 사실상 카풀 사업을 봉쇄하는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박 의원 등 상당수 민주당 의원은 '타다는 혁신이 아닌 불법·편법 영업이고, 택시 산업에 대한 침략'이라는 입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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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도 다르지 않았다. 한국당 의원들은 택시 업계 집회에 참석해 택시 편에 서서 이번 갈등을 문 정부의 무능으로 몰아붙였다. 법안 심사 과정에서도 반대 의견을 내지 않았다. 정치권에서는 '전국에 막강한 조직을 갖고 있는 택시 업계 표를 의식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말로만 혁신 외치는 정부
한때 정부는 혁신을 지지하는 듯한 발언을 쏟아냈다. 그러나 행동은 반대였다. 지난달 말 타다가 검찰에 기소당했을 때 이낙연 국무총리는 "신산업은 기존 산업과 이해 충돌을 빚을 가능성이 있지만 신산업을 마냥 막을 수도 없고 막아서도 안 된다"고 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도 페이스북에 "검찰의 (타다) 기소 소식을 접하니 당황스럽다. 신산업 창출의 불씨가 줄어들까 우려스럽다"고 했다. 박영선 중기부 장관은 "법이 앞서가는 사회제도를 쫓아가지 못하는 상황에서 빚어진 일"이라며 "국회에서 관련 법이 한두 달 뒤면 통과될 수 있는데 검찰이 앞서 나갔다"고 했다.
하지만 타다금지법 통과가 눈앞에 오자 모두 입을 다물었다. 심지어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6일 한 토론회에서 공개적으로 개정안 지지 의사를 밝혔다. 그는 "타다가 지금 같은 형태로 미래에 똑같이 사업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수십만 택시 운전 기사가 보는 피해를 방치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김 실장은 "개정안은 타다와 같은 혁신적 시도를 금지하는 게 아니며 혁신 플랫폼 택시가 우리 사회에서 어떻게 합법적으로 사업을 시도할 수 있는가 하는 제도의 틀을 만드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 스타트업 대표는 "결국 타다는 망해도 되고, 택시 업계가 수용하는 혁신안만이 진짜라는 뜻으로 들린다"고 말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모빌리티 혁신 경쟁에서 우리는 타다와 같은 기초적인 혁신조차 발을 못 떼는 현실"이라며 "이런 마당에 진짜 세상을 뒤엎는 혁신과 신산업이 우리나라에서 나올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성호철 기자(sunghochul@chosun.com);김경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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