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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상철 앓는 췌장암, 이젠 걸리면 죽는 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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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경남 창원시 창원축구센터에서 열린 프로축구 K리그1(1부리그) 경남FC-인천유나이티드 경기에서 무승부로 1부리그 잔류를 확정한 인천유나이티드 유상철 감독이 코치들을 끌어안으며 기뻐하고 있다. 유 감독은 최근 췌장암 진단을 받은 사실을 털어놓으며 "꼭 완치해 다른 환자들에게 희망이 되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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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췌장암 3기입니다” 2017년 3월 최병화(52ㆍ경기 광주시)씨는 암 진단을 받았다.

“처음엔 ‘이제 다 끝났구나’ 생각했죠” 여러가지 증상이 나타났는데도 한참동안 무시하고 병원에 가지 않았다. 그렇게까지 큰 병일줄 몰랐다.

“처음에는 소화불량이 나타났고, 그 다음에는 명치가 많이 아프더라고요. 그 뒤에 황달이 오고 소변 색깔이 샛노래지고 회색 변을 보기까지 했습니다. 온 몸에 가려움증도 생겼어요.” 그는 동네 병원을 찾았고 복부초음파와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를 받았다. 의사는 “췌장에 혹이 있다. 큰 병원에 가보는게 좋겠다”고 했다. 그렇게 찾은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최씨는 췌장암 3기 진단을 받았다.

“정말 막막했죠. 이제 다끝났구나. 워낙 무서운 암이라고들 하니까요.” 그는 진단 당시를 돌이켜보며 이렇게 말했다.

최씨는 “담당 교수님이 당장 수술은 어렵지만 항암치료로 크기를 줄인 뒤에 수술하면 승산이 있다고 해 희망을 가져보기로 했다”고 말했다. 5개월간 9번의 항암화학요법을 했고 처음 2.7㎝이던 암을 1.4㎝까지 줄인 뒤 수술로 제거했다. 지금은 일상으로 복귀해 6개월에 한번 정기 검사를 받고 있다. 최씨는 “요즘 몸 상태가 아프기 전보다 오히려 좋아진 것 같다”며 웃었다. 그는 “축구를 정말 좋아하는데 마음껏 축구를 할 수 있어서 좋다. 암 진단때 눈물만 흘리던 가족들 생각하면 지금 정말 행복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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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췌장암 3기 진단을 받은 최병화씨는 수술과 항암치료를 받고 병을 이겨내고 있다. 최씨는 암 진단 전 즐기던 축구를 지금도 열심히 하고 있다. [최병화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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췌장암은 한국인이 많이 걸리는 주요 암 가운데 9위다. 국내에서 2016년 6655명(10만명당 7.2명)이 췌장암 진단을 받았다. 췌장암은 10대 암 가운데 생존율이 가장 낮다. 이 때문에 ‘걸리면 죽는 암’ ‘불치병’으로 인식돼왔다. 국내 암 환자의 5년 상대생존율(암에 걸리지 않은 사람과 생존율을 비교한 것)은 70.6%다. 암에 걸리더라도 10명 7명은 완치에 가까울만큼 치료가 됐다는 얘기다. 전립선암(93.9), 유방암(92.7), 신장암(82.7), 위(76.0), 대장(75.9) 등 주요 암 상당수가 상대생존율이 70% 넘어서지만 췌장암은 그보다 한참 낮은 11.4%다.

췌장암 생존율이 낮은 가장 큰 이유는 조기 진단이 어렵기 때문이다. 췌장암 환자의 80%는 3~4기 상태로 암을 발견한다. 췌장은 위 뒤에 붙어있는 장기다. 소화 효소를 분비하고 혈당을 조절하는 인슐린과 글루카곤 호르몬을 분비한다. 위ㆍ대장에 가려져있다보니 복부 초음파로도 암을 찾아내기 어렵다. CT검사를 해야 잡아낸다. 초기에 자각할만한 증상이 없다는 점도 조기 진단을 어렵게 한다. 유창훈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교수는 “췌장암은 증상이 명확하지 않다. 복통ㆍ황달이 생기거나 원래 당뇨를 앓던 사람의 경우 갑자기 당 조절이 잘 되는 등의 증상이 나타나지만 초기에는 알아차리기 힘들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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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암 5년 상대생존율.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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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유상철 프로축구 인천유나이티드 감독이 췌장암 4기 진단을 받았다는 사실을 밝혀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유 감독은 ‘팬들에게 전하는 편지’를 통해 “10월 중순경 몸에 황달 증상이 나타나는 등 이상 징후가 발생했다. 병원을 찾아 정밀 검사를 받았고 췌장암 4기 진단을 받았다”라고 전했다. 유 감독은 “팬 여러분께서 끝까지 우리 인천을 믿고 응원해주시듯이 저 또한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버티고 또 버티겠다. ‘할 수 있다’는 긍정의 힘으로 병마와 싸워 이겨내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최근 치료성적 향상..."3~4기 환자가 완치 가깝게 나아진 사례 늘어"



치료가 어려운 암인건 여전하지만, 전문가들은 “최근 몇년새 췌장암 치료 성적은 눈에 띄게 향상됐다”고 말한다. 2000년 7.6%에 불과했던 5년 생존율은 16년만에 2016년 11.4%로 뛰었다. 특히 과거 같으면 손도 쓰지 못했던 3~4기 환자들의 생존기간이 길어지고 있다. 최씨처럼 완치에 가깝게 나아진 환자들도 속속 보고되고 있다. 황진혁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무서운 암인건 맞지만, 앞으로 정복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갈수록 치료 실적이 좋아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황 교수는 “췌장암 환자의 55%가 4기(전이성 췌장암)에 암을 첫 진단받는다. 20년 전만 해도 이런 환자의 평균 기대여명은 4~5개월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 기간이 1년 이상으로 길어졌다. 일부 사례지만 7~8년 이상 생존해 계신 분도 있다. 2000년대 들어 속속 등장한 새로운 약(항암제)의 조합이 효과가 좋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아산병원 유 교수는 “예전같으면 환자 10명 중 8명은 수술을 못했다. 항암치료도 효과가 좋지 않았다. 그런데 요즘은 수술을 못하더라도 항암치료로 암을 줄이거나 없앨 수 있게 됐고, 항암치료로 크기를 줄여 수술을 하기도 한다. 그러면서 치료 성적이 갈수록 좋아진다”라고 말했다. 유 교수는 “췌장암 진단을 내리면 그 자리에서 ‘안 하겠습니다’라며 치료를 포기하는 환자들이 많아 안타깝다. 치료를 해볼만한데도 워낙 어려운 암이라고 하니 처음부터 지레 짐작을 하고 손을 놔버리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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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암 환자 수.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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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8월 3기와 4기 중간쯤이라는 진단을 받은 50대 중반 여성 환자 A씨는 수술이 안되는 상태였다. 하지만 8개월간 항암치료로 암이 거의 사라졌다. 이후 1년간 추적 관찰을 하다 올해 2월 폐 전이가 발견됐다. 그는 이어 흉강경 수술을 받고 6개월간의 항암치료 뒤 일상생활로 복귀했다. A씨는 10~15년전만 해도 ‘6개월 시한부 판정’을 받았겠지만 3년 반 넘게 생존해있다. A씨는 “평소 하고싶던 봉사활동도 하고 무엇보다 딸을 결혼 시켜 행복하다”고 말했다.



경고 증상 가볍게 넘겨선 안돼



췌장암을 예방하는 길은 따로 없지만 일찍 발견하면 치료성적은 더 올라간다. 류지곤 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동네 의원에서 1차 진료를 하면서 놓치는 일이 많다. 보통 복통이 있어 병원을 찾으면 내시경을 하고 위염약을 주고 하면서 몇 달간 (발견이) 지연된다”라며 “1차 의료기관서 일반적 소화불량 환자와 감별해야 한다. 경고증상으로 복통이 있는데 일반 위염과 달리 식욕이 떨이지고 체중이 빠지면 의심해야 한다. 췌장암은 워낙 빨리 자라 한 두 달이면 확 커질 수 있다. 강조하고 싶은 건 증상이 있으면 빨리 찾아오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방승민 신촌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조기진단까진 아니더라도 손쓸 수 없는 상황까지 가지 않으려면 당뇨를 제일 주의깊게 봐야 한다. 갑자기 당 조절이 안 된다든지 당뇨로 진단을 받은지 10년이 넘었는데 조절이 잘 되다 갑자기 안되거나, 3년 이내 당뇨 진단을 받았다면 췌장암의 전조일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이다. 검사가 필요하다”라고 설명했다.

이에스더ㆍ황수연 기자 etoi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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