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12 (일)

"'성남 어린이집' 치료가 중요…영상 등 외부 자극 관리도"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처벌에 초점은 부적절…피해아동 치료하고 사과받게 해야"

"발달단계상 분명 부적절…미디어 관리와 실태조사 필요"

뉴스1

© News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서울=뉴스1) 유경선 기자,서혜림 기자 = 5세 또래 아이들 사이에서 발생한 '성남 어린이집 사건'은 5세밖에 되지 않는 남자아이들이 또래 여자아이에게 어떻게 성적으로 부적절한 행위를 하게 된 것인지, 원인은 무엇인지, 이 일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많은 의문을 남겼다.

익숙지 않은 일이 벌어지자 사회의 대응도 미숙했다. 즉각적인 분리와 치료가 우선시되지 못했고,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를 두고 "아이들의 발달 과정에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모습일 수 있다"고 했다가 뭇매를 맞았다.

아동심리와 발달분야 전문가들은 이 사건을 '성폭력'인지 아닌지로 규정하는 문제보다, 피해 아동과 가해 아동 모두에게 적절한 치료를 해서 이 일이 트라우마로 남거나 같은 일이 되풀이되지 않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이번 일이 아동 발달단계에 맞지 않는 부적절한 행동이었다는 데 의견을 같이 하면서, 아이들이 노출되는 미디어 환경을 관리하거나 타인의 신체에 피해를 줘서는 안 된다고 교육을 하는 예방적 조처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처벌보다 치료 필요…가해·피해아동 분리도 중요"

전문가들은 여아가 '폭력'의 형태로 피해를 당한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이를 성인 간 성폭력 문제처럼 '가해자 처벌'에 방점을 두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처벌보다는 피해 여아에 대한 치료를 우선으로 하되, 가해 남아에 대해서도 이 같은 일을 다시 저지르지 않을 수 있게 지도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공혜정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는 "피해 여아가 5세라 '아이가 뭘 알겠나'하는 생각을 할 수도 있는데 아이가 이때 기억을 계속 가지고 가는 경우가 있다"며 "피해 아동에 대한 심리치료가 필요하고, 이 일을 잊고 정상적인 심리발달이 이뤄질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 대표는 피해 아동과 가해 아동이 분리돼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분리되지 않았을 경우) 이 같은 일이 되풀이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어른들이 하지 말라고 해도 아이들이 이런 일을 몰래 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피해 아동이 신체적으로 상처를 입고 수치심을 느낀 정황이 충분한 만큼 가해 아동이 제대로 사과를 하게 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됐다.

유한익 울산대 아동정신과 교수는 "트라우마를 해결하는 방법 중에서는 용서나 화해를 거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며 "가해자도 사과를 통해 고침을 받는 기회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피해 아동뿐 아니라 가해 아동도 중요하고, 사과나 화해가 있어야 반복되지 않을 수 있다"며 "아동뿐 아니라 부모와 어린이집 관계자들이 모두 치유받기 위해서라도, 아이가 자신이 상대방에게 피해를 줬다는 것을 깨닫고 사과하는 게 필수적"이라고 언급했다.

공 대표도 "가해 아동을 위해서라도 제대로 사과를 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자신이 다른 친구에게 피해를 줬고, 그로 인해 그 친구가 힘들어했다는 것을 알게 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정상적 발달단계라 보기 어렵다…원인 찾고 관리해야"

전문가들은 이번 일이 분명 아동의 일반적인 발달단계에서 벌어질 수 없는 사건이었다는 점에도 동의했다. 스마트폰이나 인터넷 미디어 등 원인을 찾고, 이를 관리·예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김영심 숭실사이버대 아동학과 교수는 "일반적으로 2세 반 정도에 성정체성이 형성되고, 자신의 성별이 바뀌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된다"며 "그러면서 다른 성에 대한 호기심을 갖게 되지만 '나와 다른 성을 가진 친구의 속옷 안에는 뭐가 있을까' 궁금해하는 정도"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아이들이 스마트폰에 무방비로 노출되는 경향이 있는데, 어린이집에서 '다른 사람의 몸을 만지는 것은 나쁜 것'이라고 교육을 받는다 하더라도 스마트폰 동영상 등의 영향을 훨씬 크게 받는다"고 지적하면서,
미디어가 주는 외부 자극이 발달단계에 맞지 않는 부적절한 행위를 야기할 수 있다는 점을 짚었다.

공 대표도 "아직 항문 쪽을 장난으로 찌르는 '똥침' 정도를 할 단계이지, 여아의 성기나 그 위치를 생각할 수 없는 나이"라며 "발달단계에 맞지 않는 부적절한 노출이 있었던 것 같다"고 봤다.

이어 "원인이 무엇인지를 찾아서 철저하게 관리하고, 자신의 행위가 나쁜 것이었다는 것을 알려줘야 한다"며 "또 다른 친구의 몸에 손을 대는 것은 안 되는 행위라고 따끔하게 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사건이 벌어지고 나서야 맘카페 등에 비슷한 사례가 올라오고 있는 현 상황에 대한 문제 제기도 있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아동들 사이에 이 같은 일이 얼마나 벌어지고 있으며, 어떤 사례들이 있는지 실태조사를 해야 한다"며 "이 조사를 통해 대비와 예방에 나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kaysa@news1.kr

[© 뉴스1코리아(news1.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