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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北 “비핵화 테이블서 내려져” vs 트럼프 “北 적대 행동하면 놀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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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일 플로리다주로 이동하기 위해 워싱턴 엔드루스 공군 기지에서 전용기 에어포스원에 탑승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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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비핵화 협상에 관련해 미국과 북한 간의 설전이 거세지고 있다. 김성 유엔주재 북한 대사가 “비핵화는 이미 협상 테이블에서 내려졌다”고 주장하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북한이 적대적으로 행동한다면 나는 놀랄 것”이라고 말하면서 도발이나 긴장 증폭을 우려하는 의미를 담은 듯한 발언을 남겼다. 북한이 ‘새로운 계산법’ 시한으로 제시한 연말이 다가오면서 대미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는 중의 발언이다.

이날 김성 대사는 일부 외신들에 성명을 보내 비핵화는 북미 협상 테이블에서 내려졌다고 밝혔다.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김성 대사는 성명에 덧붙여 “미국이 추구하고 있는 지속적이고 실질적인 대화라는 것은 국내(미국 내) 정치적 의제에 걸맞는 시간 절약 전략”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지금 미국과 긴 대화를 할 필요가 없다”면서 “비핵화는 이미 협상 테이블에서 내려졌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도 신중한 입장을 내비쳤다. 백악관에 따르면 7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김 대사의 발언이 알려진 후 플로리다로 떠나기 전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북한을 협상에 다시 관여시키기 위해 어떤 계획을 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우리는 북한에 대해 지켜보겠다”면서 “북한이 적대적으로 행동한다면 나는 놀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과 매우 좋은 관계를 갖고 있다. 우리 둘 다 그런 방식으로 유지하길 바란다고 생각한다”고도 말했다.

이 자리에서 갑자기 내년 미국 대선을 언급한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이 내년 11월 예정된 미국 대선에 개입하는 것을 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하며 북한이 대선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에 대해서도 경고의 목소리를 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김 위원장)는 내가 다가올 선거를 치른다는 것을 안다”며 “나는 그가 선거에 개입하길 원한다고 생각지 않지만 우리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또 “그는 내가 3년간 매우 잘 지내온 사람이고, 그도 나와 매우 잘 지내왔다”며 “그래서 그것이 어떻게 진행될지 지켜보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차 “그러나 나는 그가 선거에 개입하길 원한다고 정말로 생각지 않는다”고 언급한 뒤 “그는 어떤 것이 일어나길 보고 싶어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관계는 매우 좋지만 여러분도 알다시피 약간의 적대감이 있다”며 “그것에 대해선 어떤 의심도 없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갑자기 선거를 언급한 것은 김 대사가 앞서 미국의 대화 추구를 ‘국내 정치적 어젠다’라고 규정하며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용 카드 아니냐는 의구심을 드러낸 데 대한 반응으로도 여겨진다. 북한이 재선 도전에 나선 자신을 압박하기 위해 일종의 ‘레드라인’으로 여겨져 온 장거리탄도미사일(ICBM)이나 핵 실험과 같은 도발에 나서선 안 된다는 강한 경고를 담은 셈이다.

김진욱 기자 kimjinu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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