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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7 (금)

해체했다던 ‘동창리 발사장’ 복구…트럼프 외교 성과에 ‘찬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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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미 압박 수위 높이는 북한…북·미 긴장 고조

고체연료 엔진 연소 시험 추정…‘발사’로 이어질 가능성도

선제적 중대조치 철회 후 첫 행동…‘새로운 길’ 구체화 전망



경향신문

김정은 관광지 현지지도…올해만 4번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7일 양덕온천문화휴양지 준공식에 참석한 모습을 8일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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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중대 시험”을 통해 미국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시험 장소인 서해위성발사장은 북·미 비핵화 협상에서 상징적 의미가 큰 곳이다. 연말 시한이 얼마 남지 않은 만큼 말이 아닌 행동을 통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외교적 성과를 무위로 돌리겠다는 신호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가도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북·미관계가 갈수록 험악해지면서 한반도 정세도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북한 국방과학원 대변인은 지난 7일 서해위성발사장에서 “대단히 중대한 시험”이 진행됐으며, 이는 북한의 “전략적 지위”를 또 한번 변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고 8일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에 위치한 서해위성발사장은 ‘동창리 발사장’으로도 불리는 곳으로, 북한 장거리로켓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의 ‘산실’로 꼽힌다. 지난해 싱가포르 1차 북·미 정상회담 이후 북한이 해체 작업에 들어가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대화의 대표적 성과로 홍보해왔다. 지난해 9월 평양 남북정상회담 때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영구 폐쇄를 약속하기도 했다. 하지만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복구 움직임이 포착돼왔다.

국방과학원이 시험 사실을 발표했다는 점에서 ICBM 발사를 염두에 둔 움직임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국방과학원은 초대형 방사포,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북극성-3형’ 등 최신 무기 개발 시험을 주관한 기관이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은 이미 미국 본토까지 날아가는 화성-14·15형 ICBM 발사에도 성공했지만, 아직 ICBM을 발사할 수 있는 고체연료를 갖추지 못했다”며 “이번에 ICBM용 고체연료 엔진의 연소 시험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도 “북한에서 ‘전략적 지위’라는 표현은 핵보유국 위상을 과시하기 위해 쓰는 용어”라며 “평화적 이용을 위한 인공위성 엔진 실험이라면 굳이 전략적 지위라는 표현을 쓸 필요가 없을 것이고, 결국 ICBM 용도로 시험했다는 걸 의미하는 것 같다”고 풀이했다. 5일 미국 CNN방송도 동창리 발사장에서 ‘엔진 시험’ 재개를 준비하는 듯한 정황이 위성사진에 나타났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일각에선 위성 발사를 위한 우주발사체에 필요한 고출력 신형 엔진을 시험했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위성발사용발사체(SLV)와 ICBM은 추진로켓과 유도조정장치 등 핵심 기술은 동일하고 탑재체가 위성이냐 탄두냐의 차이만 있다. 북한은 과거에도 국제사회의 비난을 피하기 위해 위성 발사를 가장해 장거리미사일 발사 시험을 한 적이 있다. 연말까지 3주 정도 남은 만큼 바로 장거리미사일을 발사하기보다는 엔진 실험을 통해 추후 상황에 따라 더 높은 수위의 도발을 할 수 있음을 내비치면서 미국을 압박하는 효과를 노렸다고 볼 수 있다.

북한의 이번 시험이 ‘선제적 중대조치 철회’와 관련해 처음 이뤄진 행동이라는 점에서 향후 군사적 긴장 수위도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로켓맨’이라 부르며 ‘군사력 사용’ 가능성을 언급하자 북한군 서열 2위인 박정천 인민군 총참모장이 이례적으로 담화를 내고 “미국이 무력을 사용한다면 신속한 상응행동을 가할 것”이라고 강력 반발한 바 있다. 김계관 북한 외무성 고문도 지난달 18일 담화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자기의 치적으로 자부하는 성과들에 해당한 값도 다시 받아야 한다”며 트럼프 대통령만 이익을 보는 상황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는 이달 하순 예정된 북한의 노동당 전원회의와 김 위원장의 내년 1월 신년사를 통해 드러날 ‘새로운 길’을 구체화하기 위한 과정으로 보인다. 연말까지 북·미 협상에 진전이 없을 경우 리태성 외무성 미국담당 부상이 3일 담화에서 “크리스마스 선물이 무엇이 될지는 전적으로 미국의 결심에 달려 있다”고 언급한 대로 위성이나 ICBM을 발사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주영 기자 young78@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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