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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내전·가난과 싸우는 국가들에게 위기 극복한 한국은 희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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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의 무한나드 하디 중동지역본부장(왼쪽)과 코린 플라이셔 시리아 국가사무소장이 지난 5일 경향신문과 인터뷰하면서 중동과 아프리카의 식량위기에 대해 말하고 있다. 이준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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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세계식량계획 중동지역본부장·시리아 국가사무소장 방한 인터뷰

내전과 기후변화, 더 심각해지는 가난과 배고픔. 중동과 아프리카 지역의 상황은 악화일로다. 무한나드 하디 유엔 세계식량계획(WFP) 중동지역본부장과 코린 플라이셔 WFP 시리아 국가사무소장은 “상황은 더 나빠질 것”이라고 했다. 이들은 “한때 WFP로부터 식량 지원을 받았던 나라가 이제는 지원국이 됐다. 한국은 ‘역경이나 어려움을 극복한 나라’이기 때문에 (이들에게) 희망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한국과 식량지원 협력 논의차 찾은 두 사람을 지난 5일 서울 광화문 교보타워 한 회의실에서 만났다.

중동·아프리카 지역의 식량 위기는 말하자면 ‘오래된 위기’다. 예멘은 인구의 80%인 2400만명이 인도주의적지원 대상이다. 시리아 역시 인구의 3분의 1, 약 600만명이 취약계층이다. 지난한 내전은 이 지역 사람들의 삶을 할퀴고, 지독한 가난으로 내몰았다. 하디 본부장은 최근 수단, 이집트, 요르단, 예멘,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레바논 등을 잇따라 방문했다. 그는 “이들 지역에서 가난한 사람은 점점 늘고 있다”며 “사정은 계속 안 좋아질 것”이라고 했다.

플라이셔 소장은 “시리아는 여전히 내전 중이고, 경제가 너무 불안해서 사람들의 바람과는 달리 일상으로의 복귀가 좀처럼 쉽지 않다”고 했다. 플라이셔 소장은 시리아의 한 어머니 이야기를 꺼냈다. 아이와 함께 시장에 가면, 자신들이 먹을 수 없는 것을 구매한다는 것을 보여줘야 하기 때문에 아이를 데리고 시장에 갈 수 없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시리아 아이들의 3분의 1은 학교에 다니지 않는다. 가난도 이유이지만, 학교를 오가면서 많은 위험에 노출되기 때문이다. WFP는 학교 급식 지원을 통해 시리아 아이들의 교육도 지원하고 있다고 했다.

WFP의 고민도 깊다. 하디 본부장은 “우리는 어떻게하면 더 효과적으로, 신속하게 수혜자들을 도울 수 있는지 매일 혁신을 고민한다. 블록체인, 수경재배, 식량 조합을 어떻게 할지 등등에 대해 다양하게 짚어본다”고 했다. 플라이셔 소장은 “한번은 이슬람국가(IS)가 둘러싼 지역은 육로로 접근할 수 없어서 공중으로 식량 지급을 했다”면서 “안전을 유지하면서 식량을 공급하는 방법은 늘 WFP의 과제와 고민”이라고 말했다.

중동·아프리카는 난민이 많이 발생하는 지역이다. 난민 지원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에 대해 하디 본부장은 “난민이 되는 것은 지옥으로 떠나는 것과 같다. 아무도 난민이 되길 원하지 않는다”면서 “그것밖에 선택지가 없기 때문”이라고 힘줘 말했다. “유럽으로 떠나는 시리아 난민들에게 어떻게 아이를 데리고 보트를 타고 바다를 건너는 위험한 일을 하느냐고 물었습니다. 그들은 ‘보트를 타는 이유가 곧 아이들 때문’이라고 답합니다. 언제든 빠져 죽을 수 있는 바다가, 육지보다 더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상태라는 건 정말 좋지 않은 상황인 겁니다.”

식량 위기에 처한 인구는 세계 8억2100만명에 달한다. 이중 8670만명에 WFP의 지원에 가닿는다. 플라이셔 소장은 “WFP는 세계 많은 국가·국민들로부터 지원을 받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수요가 계속 늘어난다는 것”이라고 했다. 국제사회에 더 많은 지원을 호소하는 이유다.

하디 본부장은 “식량위기는 인간이 초래한 내전과 기후변화에서 나온다”면서 “내전과 같은 분쟁이 끝나지 않는다면, 식량 문제도 해결하기 어렵다”고 했다. 하디 본부장은 “한국 국민과 정부는 이 지역에 굉장한 지원과 지지를 보내고 있다”며 “한국 정부와 국민들의 지지와 지원에 꼭 감사하다는 말을 하고 싶다”고 했다. 한국은 2018년부터 예멘 등 중동·아프리카 지역에 매년 쌀 5만t을 지원하고 있다. 하디 본부장은 “한국 쌀은 특히 현지인들에게 호의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플라이셔 소장은 “한국 사람들은 고난의 시간을 보냈고 그 시간이 역사와 문화에 스며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한국은 국제적 위상으로 봐서도 이 문제에 동참할 책임이 있다. 한국은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 WFP가 배울 수 있는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김향미 기자 sokh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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