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감동시킨 명장면은 뭐니 뭐니 해도 전 서독 총리 빌리 브란트의 ‘무릎 사과’다. 서독에 적대감이 강했던 폴란드 국민들은 빗속에서 바르샤바의 전쟁희생자 비석 앞에 무릎 꿇고 눈물을 흘린 브란트의 사과를 생방송으로 지켜보며 오랜 앙금을 털어버릴 수 있었다.
전문가들이 말하는 ‘진정한 사과’의 요건은 몇 가지로 추려진다. 핵심은 피해자의 마음이 풀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무엇을 잘못했는지 정확하게 사과하고, 조건이나 해명 없이, 피해자가 ‘됐다’고 할 때까지 몇 번이고 사과해야 한다. 거짓된 사과는 그 반대다. 모호한 사과, 해명성 사과, 용서해 달라고 강요하는 사과 등이다.
브란트와 메르켈의 사과는 진정한 사과의 전형이었음을, ‘문희상 안’은 사과의 기본 요건을 갖추지 못했음을 알 수 있다. 노재헌의 사과는? 5·18 단체들의 요구대로, 잘못을 정확히 고백해 진상규명에 협조하고, ‘5·18의 진범은 유언비어’라고 규정한 노 전 대통령 회고록을 수정하는 것이 최소 기준이 될 것이다. 진정성 없는 사과는 때론 화를 부른다. 사과는 잘해야 한다.
송현숙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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