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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7 (금)

“글로벌 재생에너지 시장 공략” ESS 사업 키우는 배터리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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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SDI·LG화학·SK이노베이션 ‘미래 먹거리’ 투자 확대

에너지저장장치 설치 의무화 등 미국·유럽 중심 수요 급증 전망

‘전기 공급 들쭉날쭉’ 태양광 발전 등 ESS 활용 땐 전력공급 안정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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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저장장치(ESS) 사업을 저희가 본격적으로 추진할 생각을 갖고 있다. 소프트웨어와 결합해 서비스 모델을 확보하면 앞으로 ESS가 필수불가결해질 것이다.” 지난 5월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은 기자간담회에서 “복합 에너지솔루션 기업이 되겠다”며 ESS 사업에 본격 진출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부터 국내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화재사고가 수십건 이어지며 상당수 시설의 가동이 중단되고, 이미 ESS 사업을 하고 있는 경쟁사들의 실적이 곤두박질치는 등 악재가 계속되던 때였다.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이런 시기에 SK이노베이션이 ESS 사업 추진을 발표한 데 대해 “배터리회사가 ESS 시장을 놓치면 돈을 벌 수가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잇따른 화재사고로 국내에서 ‘애물단지’가 된 것처럼 보이는 ESS에 배터리 3사는 여전히 투자를 늘려나가고 있다. 재생에너지 성장과 더불어 앞으로 ‘폭풍성장’해 배터리업계의 미래 먹거리를 공급할 글로벌 ESS 시장을 놓칠 수 없기 때문이다.

SK이노베이션은 이달 조직개편에서 ESS사업부를 신설하며 사업 추진 계획을 본격화했다. 화재로 어려운 시기를 보냈던 회사들도 움츠리지 않고 투자에 나서고 있다. 삼성SDI는 2000억원을 들여 자사 ESS가 설치된 국내 전 사업장에 특수소화시스템을 적용하겠다고 발표하며 “이번 조치는 일회성 비용이 아니라 신뢰 회복을 위한 투자”라고 했다. LG화학도 최근 독일 회사와 손잡고 가정용 ESS 시장에 뛰어들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ESS는 주로 배터리를 활용해 발전시설이 생산한 에너지를 저장하고 필요할 때 꺼내 쓸 수 있게 하는 시스템이다. 발전량이 많을 때 저장했다가 수요가 많을 때 사용할 수 있어 전력설비를 과도하게 지을 필요가 없도록 만들고, 냉난방기 사용이 집중되는 여름철과 겨울철 예비력을 높여 정전사고를 막는다. 특히 재생에너지와는 떼놓을 수 없다. 재생에너지의 최대 약점은 바람과 햇빛 같은 자연조건에 발전을 의존하기 때문에 전기 공급이 들쭉날쭉해지는 ‘간헐성’ 문제인데 ESS를 활용하면 전력 공급을 안정시킬 수 있다. 한국에서도 2015년 이후 신재생에너지 확산 정책으로 설비가 크게 늘었다.

전 세계 주요국들이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급격히 늘려나가고 있기 때문에 ESS 시장 규모도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는 글로벌 ESS용 배터리 시장이 2018년 11.6GWh에서 2025년 86.9GWh, 2030년 179.7GWh 규모로 대폭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연평균 성장률이 26%에 달한다. 삼성증권은 “글로벌 발전 시장이 연간 2~2.5%씩 성장하는 동안 신재생발전은 연간 5~6%씩 커지고 있기 때문에 ESS의 동반성장은 불가피하다”고 분석했다.

신재생에너지 수요 대비 ESS 설치 비중은 2017년 1% 수준에서 2025년 11.4%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지금처럼 2차전지 가격이 계속 하락해 ESS 설치비용이 낮아지면 전기요금이 한국보다 비싼 미국 등에서는 가정용 ESS를 설치해 전기를 저장했다가 피크시간에 쓸 유인이 커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전기차 폐배터리를 재사용할 수 있어 배터리 사용기간을 늘리고 새 사업 분야를 창출한다는 것도 강점이다. 수명을 다해 전기차용으로는 쓸 수 없을 정도로 주행거리가 짧아진 배터리도 ESS용으로는 상당 기간 더 사용할 수 있다.

업계에서는 화재 리스크가 아직 해결되지 않은 국내시장보다는 해외시장을 공략하는 데 무게를 둔다. 손미카엘 삼성SDI 전지부문 전략마케팅 전무는 지난 10월 3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향후 ESS 시장은 미주와 유럽 등 해외시장을 중심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돼 해외 판매 비중을 높여가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캘리포니아, 뉴욕, 뉴저지 등 일부 주에서 발전사업자의 ESS 설치를 의무화하고 있다. 독일은 태양광발전에 연계된 ESS 설치비용 일부를 보조금으로 지급한다. 최근 대규모 신규 프로젝트도 잇따르고 있다.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미국 네바다주의 제미니 태양광 프로젝트 개발업체는 세계 최대인 2123㎿h 규모의 ESS를 설치해 태양광으로 생산된 전력을 저장·판매하겠다는 계획을 최근 내놨다. 유럽 풍력발전 업체들은 ESS사업부를 따로 만들어 발전소를 지을 때 ESS를 함께 설치하는 방식으로 영업과 개발을 하고 있다. 호주에서도 풍력발전소와 ESS를 패키지로 묶어 단지를 건설하고 있고, 인도에서도 GWh급 ESS가 등장할 예정이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향후 ESS 시장 성장의 중심축은 미국과 유럽 등 재생에너지 보급률이 높은 해외 국가들”이라며 “미·중 무역분쟁으로 중국산 ESS가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 가격경쟁력이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국내 배터리 관련 업체들이 전기차에 이어 ESS 시장 확대의 수혜를 입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남지원 기자 somni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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