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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3 (금)

‘인권의날’ 기념 홍콩 시위, 80만명 모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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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 홍콩’ 외치며 평화행진

경찰, 시위대 총기 첫 압수

‘범죄인 인도 조례’(송환법) 반대로 촉발된 홍콩 시위가 9일로 만 6개월을 맞는다. 홍콩 시민들은 8일 ‘세계인권의날’(10일) 기념을 명분 삼아 열린 대규모 집회에 참여하기 위해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재야단체연합인 민간인권전선(민전)이 주도한 이날 집회가 시위 향방을 가늠할 ‘분수령’이 될지 주목된다. 80만명의 시민들이 행진을 벌였지만 시위는 대체로 평화롭게 마무리됐다. 시위대와 경찰의 물리적 충돌로 얼룩졌던 시위의 전환점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기대가 나왔다.

이날 홍콩01 등 홍콩 매체 보도를 종합하면 이날 오후 2시부터 민전은 코즈웨이베이 빅토리아공원에서 ‘세계인권의날’ 기념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3시15분부터 번화가인 코즈웨이베이, 홍콩 정부청사가 있는 애드미럴티, 경찰본부가 있는 완차이 등을 지나 금융 중심가인 센트럴의 차터로드까지 행진했다.

시민들은 송환법 공식 철회, 경찰 강경 진압에 관한 독립적 조사, 시위대 ‘폭도’ 규정 철회, 체포된 시위대의 조건 없는 석방 및 불기소, 행정장관 직선제 등 5대 요구를 뜻하는 다섯 손가락을 펴고 ‘광복 홍콩, 시대 혁명’ 구호를 외치며 행진했다. 시민들은 팻말과 현수막을 들고 행진한 뒤 대부분 자진 해산했다.

다만 완차이 등에서 일부 시위대가 도로에 잡동사니를 던지고, 애드미럴티 고등법원 입구에서 인화물질로 인한 화재가 발생했지만 인명피해는 없었다. 일부 시위대가 센트럴 도착 후에도 귀가하지 않자 경찰이 해산을 명령하며 대치 상황이 빚어지기도 했다.

이날 경찰은 최소 4000명의 경찰병력을 배치하고 정부청사 등 주요 기관 인근에 물대포차와 장갑차를 정차시켜 충돌에 대비했다. 그러나 눈에 띄는 물리적 충돌은 없었다. 경찰은 4개월여 만에 민전이 주최한 집회 및 행진을 허가한 터다. 다만 경찰은 9㎜ 반자동 권총을 포함한 무기를 소지한 시위대 11명을 이날 오전 체포했다고 발표했다. 시위대 총기가 압수된 것은 처음이다.

한편에선 이날 시위가 홍콩 정부 수반인 캐리 람(林鄭月娥) 행정장관을 향한 ‘최후통첩’ 성격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시위대는 람 장관이 계속 요구를 묵살하면 3파 투쟁(노동자 파업과 수업 거부, 상점 휴업)을 재개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지난 6월9일 시작된 시위는 주말 기준 27주 연속 진행됐고, 900여차례 집회가 열렸다. 6000여명이 체포됐으며 대학생 1명이 숨졌다. 지난달 24일 구의원 선거에서 범민주파 진영이 압승을 거뒀지만, 행정장관 직선제 등 시위대가 바라는 민주화가 이뤄지기까지는 갈 길이 멀어 보인다.

베이징 | 박은경 특파원 yam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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