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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인터뷰] 강레오 "연락 농가만 250곳…좋은 재료가 곧 좋은 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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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셰프 강레오, 농가에 발품파는 이유

10년동안 전국 161개 시군 농가 돌아

농부 이야기와 브랜드가 최고의 '신뢰'

식탁이있는삶 합류…레스토랑도 론칭

헤럴드경제

강레오 셰프 [식탁이있는삶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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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이유정 기자] “개인적으로 전화하는 농가만 250곳이 넘죠.”

강레오 셰프(44)에겐 직업이 두 개다. 요리사이자 농부다. 곡성과 서산 등에서 직접 농사를 짓고 있다는 강 셰프는 전국 곳곳의 산지를 매주 다니며 좋은 식자재를 발굴하는 데 여념이 없어 보였다. 올해로 26년째 요리사로 살고 있는 그는 “좋은 재료를 찾았더니 요리를 안 해도 됐다”고 말한다.

최근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스페셜티푸드 회사 식탁이있는삶 사무실에서 강 셰프를 만났다. 식탁이있는삶은 2014년 김재훈 대표가 설립한 식품 플랫폼으로 ‘최상의 먹거리’를 추구한다. 강 셰프는 지난 2017년 말 이곳의 사내이사로 합류했다.

강 셰프가 맡은 역할은 평소 그가 해왔던 일과 크게 다르지 않다. 전국 농가를 직접 방문해 현장의 이야기를 듣고, 고부가가치 상품이 될 수 있는 좋은 작물을 발굴하는 일이다. 강 셰프는 “유럽의 많은 유명 셰프들은 좋은 농가와 늘 연락을 주고받고 있다. 산지 환경에 따라 메뉴가 항상 바뀌는 것”이라며 “요리 기술을 아무리 연습하고 개발해도 사람들에게 요리로 줄 수 있는 최고의 기쁨은 더 좋은 재료에서 나온다는 생각”이라고 했다.

농가와 식재료에 얽힌 강 셰프의 관심은 반얀트리 클랩 앤 스파 서울에서 운영한 미식 프로모션 ‘테이스티 오딧세이’로도 잘 알려졌다. 직접 발로 뛰어 찾아낸 제철 식재료가 다이닝 메뉴의 바탕이 됐다. 강 셰프는 “태국 왕실에서도 찾는 설향 딸기를 가장 먼저 딸기뷔페로 선보였고, 서해안 지역에서 공수한 다양한 굴을 갈라 디너에 올렸다”며 ““보통 호텔이나 레스토랑들의 재료 구매는 채소는 가락동, 고기는 마장동, 생선은 노량진에서 이뤄지지만 저는 호텔에 있는 4년간 모두 지방 농가와 직거래를 했다”고 설명했다.

강 셰프가 이토록 농가에 집중하는 이유는 뭘까. 재료의 모든 스토리를 아는 사람은 그것을 길러 낸 농부밖에 없기 때문이다. 손님과 요리사 간 신뢰도 중요하지만, 훌륭한 생산자(농부)의 이야기가 접시에 담기는 것보다 더 큰 신뢰는 없다고 그는 말한다. 좋은 식재료는 소비자의 신뢰를 얻는 가장 확실한 무기인 셈이다.

강 셰프는 “외국에는 스타 셰프만큼 ‘스타 농부’들이 있다. 누가 요리한 음식인지를 보듯 어떤 브랜드의 토마토인지, 누가 키웠는지를 보는 것”이라며 “미식의 나라로 꼽히는 프랑스, 일본, 이탈리아 등은 모두 농업 강국”이라고 했다.

그는 “이곳 나라들은 농업에 대한 가치 기준이 높고 농부가 굉장히 대우받는 직업군인데 반해 한국에서는 아직도 농부가 못 살고, 흙 묻히는 일 정도로 낮게 인식된다”며 “농업이 발전하면서 요리가 발전하는 것이지 요리만 발전할 순 없다. 재료가 뒷받침되지 않는 한 요리는 어느 순간 머물고 정체될 뿐”이라고 덧붙였다.

강 셰프 본인도 농가의 자손이라고 한다. 아버지가 6대째 농사를 지었다. 강 셰프는 한국벤처농업대학을 수료한 데 이어, 한국수산벤처대학 최고수산경영자교육과정도 이수했다.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을 비롯해, 10년 가까이 구석구석 돌아다닌 161개 시군 산지의 450여 농가 인맥이 그의 든든한 조력자다.

최근 식탁이있는삶에서 론칭한 ‘분원배추’도 강 셰프가 오랜 기간 거래를 터 온 농부에게서 들은 이야기가 시작점이 됐다. 광주 지역에서 재배했던 분원배추는 유기물이 풍부한 분원리 토지에서 자라 아삭함과 달콤함이 남다르다. 조선시대 때 임금님 수라상에 오를 만큼 위상이 컸지만 도시화와 함께 농가가 사그라들었다. 아까운 작물이란 생각에 강 셰프는 지역 농가들과 다시 재배를 시작했다. 태풍 피해로 생산량은 당초 목표에 못 미쳤지만, 내년에는 40~50톤 이상을 수확해 홈쇼핑 론칭을 계획 중이다.

요리와 농사를 넘나드는 강 셰프의 행보는 내년 문을 열 오마카세 형태의 식당으로도 이어진다. 그는 “테이스티 오딧세이처럼 그 계절 그 시점에 가장 맛있는 재료를 선별해 최상의 요리를 선보일 것”이라며 “농부들이 직접 가게로 와 재료에 대해 설명할 수도 있다”고 했다. 이외에 식탁이있는삶의 HMR 브랜드 ‘끼니당’을 론칭하고 온·오프라인에 유통할 계획이다.

kul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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