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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6 (일)

매경·NH 바이오포럼이 주목한 기업-제넥신·중외제약·휴온스…K-바이오 저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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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은 K-바이오를 둘러싸고 희비가 교차한 한 해였다. 많은 기대를 모았던 신라젠 항암신약 ‘펙사벡’과 헬릭스미스의 ‘엔젠시스(VM-202)’는 임상 3상이 실패로 돌아가면서 한국형 신약 개발 가능성에 먹구름을 드리웠다. 한미약품이 얀센에 1조1000억원 규모로 기술수출한 당뇨·비만 치료제(HM12525A)는 계약 해지 통보를 받아 아쉬움을 남겼고, 코오롱생명과학의 골관절염 치료제 ‘인보사케이주’는 성분 변경으로 판매 허가 취소라는 큰 충격을 안겼다.

물론 악재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11월 21일(미국 현지 시간) SK바이오팜의 뇌전증 치료제 ‘엑스코프리(성분명 세노바메이트)’가 미국 FDA의 판매 승인을 받았다는 낭보가 전해졌다. 신약 후보물질 단계부터 임상 허가, FDA 승인까지 독자적으로 진행한 국내 최초 사례로, K-바이오의 저력을 보여줬다. 뒤이어 SK케미칼이 자체 개발한 치매 치료 패치 ‘SID710(성분명 리바스티그민)’이 미국 FDA의 최종 판매 허가를 받으면서 연타석 축포를 쏘아 올렸다. 유한양행, 레고켐바이오, 브릿지바이오 등 1조원이 넘는 대규모 기술수출을 성공시킨 기업도 속속 등장했다.

11월 26일 열린 ‘2019 매경·NH 바이오포럼’은 조금씩 온기가 돌기 시작한 제약·바이오 업계의 달라진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자리였다. 포럼을 찾은 투자자들은 분위기 반전에 나선 제약·바이오 기업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쳤다. 예상치 못하게 튀어나오는 각종 악재와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바이오 산업이 한국의 미래 먹거리가 될 것이라는 데 이견은 많지 않다.

이창목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제넥신, 휴온스, JW중외제약 등 의미 있는 성과를 내고 있는 중소 규모의 제약·바이오 기업이 꾸준히 성장하고 있어 K-바이오의 저력을 엿볼 수 있다. 2020년은 한국 바이오 산업에 기대를 걸어봐도 좋은 한 해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매경이코노미

11월 26일 열린 ‘2019 매경·NH 바이오포럼’에 최근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는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참여해 관심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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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 면역항암제 ‘하이루킨-7’

▷2020년 임상 결과 가시화

이번 바이오포럼의 문을 연 기업은 제넥신이다. 4년 만에 대표이사로 복귀한 창업주 성영철 제넥신 회장이 직접 연사로 나서 제넥신의 면역항암제 개발 현황과 향후 계획에 대해 밝혔다.

제넥신은 단백질의 체내 지속성을 높이는 ‘하이브리드FC(HyFc)’ 기술과 항원 특이적 면역 반응을 유도하는 DNA 백신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3년 전부터는 개량 신약(Bio-better)에서 ‘퍼스트 인 클래스(First-in-Class)’ 혁신 신약 개발로 전략을 전환하면서 다수 제품이 임상을 진행 중이다. 특히 면역항암제 후보물질의 임상 수행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제넥신이 R&D 역량의 가장 많은 비중을 쏟아붓고 있는 ‘하이루킨-7(GX-I7)’은 면역세포 활성화 물질을 기반으로 T세포 수를 늘려 암을 치료하는 방식의 차세대 면역항암제다. 불안정성이 높아 약으로는 부적합했으나 제넥신이 이를 개선했고, 임상 1상을 통해 면역세포 증가 효과를 확인했다. T세포 숫자와 기능을 강화시킨다는 측면에서 면역관문억제제(암세포의 면역 반응 회피 신호를 억제해 면역세포가 암을 공격하게 하는 것)나 항암백신, CAR-T와의 병용 투여를 통한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

하이루킨-7은 미국 제약사 머크의 면역관문억제제 키트루다와의 병용 요법으로 삼중음성유방암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을 진행 중이다. 자궁경부암 치료 DNA 백신 ‘Papitrol(GX-188)’도 머크의 키트루다와의 병용 요법으로 말기암 환자 대상 임상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성영철 회장은 “T세포 농도를 높이는 기존 약들이 이미 7조~8조원 정도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하이루킨-7은 모든 암에 적용할 수 있기 때문에 동일한 증세를 치료하는 약으로서는 가치가 훨씬 더 높다. 2020년부터는 하이루킨-7과 DNA백신의 임상 결과가 줄줄이 발표될 예정이다. 상업화를 최우선 목표로 더 적은 비용을 들여 더 큰 효과를 내는 데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밝혔다.

▶독창적인 신약 개발 플랫폼

▷1년 새 두 건 기술수출 성과

JW중외제약은 인공지능(AI) 기반의 빅데이터 플랫폼과 독창적 신약 개발 기술을 바탕으로 1년 새 두 건의 기술수출에 성공했다. 지난 9월 JW중외제약은 중국 난징 심시어동유안파마슈티컬과 통풍 치료제 ‘URC102’의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반환 의무가 없는 계약금 500만달러에 상업화 단계에 따라 추가적으로 최대 6500만달러를 보장받는 조건이다. 지난해 8월 아토피 치료제 신약 후보물질을 덴마크 레오파마에 넘긴 것까지 더하면 두 건의 기술수출로 챙긴 계약금만 2200만달러(약 259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JW중외제약의 영업이익(216억원)을 훌쩍 뛰어넘는 금액이다.

잇따른 낭보의 원동력은 독자적인 신약 개발 플랫폼이다. JW중외제약의 자회사 C&C신약연구소는 AI 기반의 빅데이터 플랫폼인 ‘클로버’를 보유하고 있다. 클로버는 직접 실험하지 않고도 질환 특성에 맞는 파이프라인을 골라낸다. 다양한 암 환자의 세포주를 이용한 고효율 약물 스크리닝과 약물 설계 프로그램 등이 데이터베이스화돼 있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항암제, 면역질환 치료제, 줄기세포 치료제 등 다양한 분야에서 9종의 신약 후보물질을 발굴해냈다.

JW중외제약 신약연구센터는 생체 현상을 조절할 수 있는 단백질 구조를 모방한 2만5000여종의 화합물 라이브러리 ‘주얼리(JWELRY)’가 핵심이다. Wnt 신호 전달 경로에 작용하는 화합물을 선별하는 ‘고속 스크리닝 시스템(HTS)’도 갖췄다. 이를 바탕으로 Wnt 신호 전달 경로를 억제하거나 활성화하는 저분자 화학물질을 발굴해 항암제와 섬유증, 골관절염 등 면역질환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최근에는 탈모·치매 등 재생의학 분야로도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호필수 C&C신약연구소 대표는 “회사가 보유한 신약 개발 플랫폼 기술을 활용해 다양한 분야의 혁신 신약 후보물질을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임상 관련 데이터를 확보하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기술수출 등 글로벌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해 상업화를 앞당기겠다”고 강조했다.

▶사업 다각화 앞세워 고성장 질주

▷중앙연구소 강화로 신약 개발 박차

휴온스는 부침이 심한 제약·바이오 업계에서 꾸준한 성장이 돋보이는 기업으로 꼽힌다. 수년째 업계 평균을 웃도는 성장률로 대형 제약사와의 매출 격차를 줄이고 있다. 2011년 1066억원이던 매출액은 지난해 3286억원으로 3배 이상 증가했다. 올해는 3500억원 안팎, 2020년에는 4000억원 돌파가 점쳐진다. 이대로라면 업계 10위권 진입도 머지않았다는 평가다.

고성장의 비결은 안정적인 주력 제품 매출 증가와 적극적인 사업 다각화다. 휴온스는 토털 헬스케어 그룹을 지향하며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사업군을 적극적으로 확장했다. 특히 마취제, 점안제, 보톡스 등 소수 업체만 다룰 수 있는 ‘특화 제품’을 대거 확보하며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췄다.

전문경영인을 통한 책임경영도 사업 확장에 한몫했다. 휴온스는 지난 2016년 휴온스글로벌의 의약품 제조·판매 부문이 인적분할돼 신설된 회사로 엄기안 휴온스 대표가 중앙연구소장과 연구개발본부장을 거쳐 2017년부터 최고경영자(CEO)를 맡고 있다. 엄 대표는 연구소장 출신답게 취임 후 가장 먼저 중앙연구소 역할을 강화했다. 중앙연구소 천연물신약팀과 분석연구팀이 각각 실과 부로 격상된 것이 대표적이다. 이를 계기로 뷰티·성형 사업이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그 결과 휴온스는 2017년 10월 개시한 적응증 미간 주름 품목의 임상 3상을 지난해 11월 문제없이 완료했다. 지난 4월 리즈톡스는 미간 주름을 적응증으로 국내 허가를 획득하고 6월 판매에 돌입했다.

신약 개발에도 박차를 가한다. 휴온스는 간질환, 심부전, 전립선 비대증, 항당뇨병, 항응고제, 알러지성 결막염 등의 신약과 개량 신약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안구건조증 환자를 위한 바이오 신약 개발도 막바지에 이르렀다. 현재 신약 허가를 위해 국내 임상 3상 막바지 단계를 진행 중이다.

엄기안 대표는 “안정적인 성장의 원동력은 끊임없는 기술 개발이다. 이를 바탕으로 수익을 다각화하고 지속적인 성장을 이어갈 수 있는 사업을 계속 발굴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류지민 기자 ryuna@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36호 (2019.12.04~2019.12.10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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