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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최종삼 대표 돌연 사임 왜…홈앤쇼핑 8년 새 3명 낙마 ‘CEO 잔혹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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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삼 홈앤쇼핑 대표가 임기를 6개월 이상 남기고 돌연 사임하면서 논란이 뜨겁다. 석연치 않은 이유로 최근 8년간 홈앤쇼핑 수장 3명이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내부 분위기가 어느 때보다 뒤숭숭하다.

홈앤쇼핑은 최근 임시이사회를 열고 사임 의사를 밝힌 최종삼 대표 사임계를 수리했다. 대신 최상명 홈앤쇼핑 이사 겸 우석대 교수를 비상경영위원장으로 선임했다. 최 위원장은 홈앤쇼핑 경영 정상화 방안을 마련하고 대표이사 추천위원회를 구성해 새 대표를 뽑는 역할을 맡았다. 홈앤쇼핑 측은 “회사를 최대한 빠르게 안정화하는 데 주력하겠다. 빠른 시일 내 추천위원회를 구성해 새 대표를 선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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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삼 홈앤쇼핑 대표가 임기를 6개월 이상 남기고 물러나면서 논란이 뜨겁다. 사진은 서울 강서구 홈앤쇼핑 사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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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삼 대표 임기는 내년 5월까지다. 임기가 6개월 이상 남은 상황에서 갑자기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난 배경은 뭘까. 홈앤쇼핑 임원들이 임용 과정에서 여권 고위 인사에게 뇌물을 건넸다는 의혹이 불거진 탓이다. 서울지방경찰청은 지난 10월 최종삼 대표와 일부 임원이 사회공헌 명목으로 마련한 기부금 일부를 유용한 혐의를 포착해 서울 강서구 마곡동 홈앤쇼핑 본사를 압수수색했다.

최종삼 대표 비리 의혹은 경찰 압수수색 전부터 주주들 사이에서 꾸준히 제기돼왔다. 지난 3월 홈앤쇼핑 주주총회에서 최 대표 해임안이 제기됐지만 주요 대주주의 반대로 부결됐다. 당시 최 대표는 “다시 한 번 주주님들 말씀에 귀를 기울이고 잘하겠다”고 밝혔지만 논란은 그치지 않았다. 경찰이 기부금 유용 혐의 수사에 나선 이후 최 대표는 계속적으로 퇴진 압박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 대표가 사퇴하면서 전 직원에게 보내는 메시지를 통해 “나는 떳떳하지만 조직에 누가 되지 않기 위해 사퇴한다”고 밝혔음에도 잡음은 여전하다.

홈앤쇼핑은 오랜 기간 ‘CEO 수난시대’를 겪어왔다. 2011년 2월 설립 이후 CEO가 명예롭게 퇴진한 사례를 찾아보기 어렵다.

홈앤쇼핑 설립 당시 초대 수장은 이효림 전 NS홈쇼핑 대표가 맡았다. 그는 5년여간 NS홈쇼핑 대표를 거치는 등 다양한 경험을 쌓아 초기 홈앤쇼핑을 이끌어갈 적임자로 꼽혔다. 이듬해 1월 개국한 홈앤쇼핑은 꾸준한 매출을 올리며 성공적으로 안착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이 전 대표는 2012년 5월 갑작스레 사의를 표명했다. 건강상 이유를 들었지만 홈쇼핑 업계에서는 ‘중소기업중앙회 등 대주주와의 불화설’이 끊이지 않았다. 후임 선정에 난항을 겪던 홈앤쇼핑은 그해 7월 김기문 당시 중소기업중앙회장과 강남훈 홈앤쇼핑 부사장을 공동대표로 선임, 각자대표 체제를 도입했다. 이후 김기문 회장은 중기중앙회장 본연의 역할을 하기 위해 빠지고 강남훈 단독대표 체제로 전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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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기중앙회 지분 32.93% 보유

설립 초기임에도 실적은 괜찮았다. 홈앤쇼핑 취급액이 개국 첫해인 2012년 7068억원에서 이듬해인 2013년 1조원을 돌파할 정도로 늘었다. 2016년에는 2조원에 육박하면서 고속 성장세를 이어갔다. 온라인에서 물품을 사면 10%를 포인트로 적립하고, 추가로 10% 할인을 해주는 ‘텐텐 프로모션’이 효과를 봤다는 평가가 많았다. 덕분에 강남훈 대표는 연임에 성공하면서 임기가 2020년 5월까지 연장됐다.

하지만 2017년 들어 강 대표를 둘러싼 각종 비리, 의혹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신입직원 공채에서 중기중앙회 임원 청탁을 받아 부정채용을 했다는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기도 했다.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채용비리 의혹 등이 불거졌고 이는 강 대표 퇴진 압박으로 이어졌다. 급기야 강 대표는 지난해 3월 스스로 중도 하차했다. 강 대표 재판은 현재까지도 진행 중이다. 홈쇼핑 업계에서는 “전 정권 인사인데도 CEO 자리를 고수하다 보니 수사를 받게 됐다”는 소문마저 나돌았다.

최종삼 대표 사임 역시 강 전 대표 사퇴와 닮은 꼴이다. 2개월간의 공모 절차를 거쳐 지난해 6월 최 대표가 선임될 당시 홈쇼핑 업계 기대가 컸다. LG홈쇼핑(현 GS홈쇼핑)에서 오랜 기간 근무해온 데다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부회장까지 지낸 덕분이다. 선임 당시 홈쇼핑 업계에서는 각종 비리, 의혹에 휘말려온 ‘홈앤쇼핑 턴어라운드의 적임자’라는 평가까지 나왔다. 최 대표가 경영을 맡은 이후 취급액이 늘고 지난해 매출 4039억원, 영업이익 448억원, 순이익 373억원을 기록할 정도로 실적도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그 역시 기부금 유용 혐의에 휘말리면서 불명예 퇴진해 ‘CEO 잔혹사’를 피하지 못했다.

홈앤쇼핑 수장을 둘러싸고 각종 의혹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뭘까.

홈앤쇼핑은 대기업이 홈쇼핑 채널을 지배하는 상황에서 중소기업 판로를 열어줘야 한다는 중소기업인들 요구로 2011년 설립됐다. 오너가 없는 민간기업으로 분류되지만 중기중앙회가 단일 지분 32.93%를 보유한 최대 주주다. 중기중앙회가 중소벤처기업부 관리 감독을 받는 만큼 정부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의미다. 나머지 주주 구성을 봐도 농협경제지주 20%, 중소기업유통센터 15%, IBK기업은행 10% 등으로 공적 성격을 띤 기관 지분이 적잖다. 재계 관계자는 “중기중앙회를 비롯한 4대 주주 지분이 80%에 달하다 보니 홈앤쇼핑 CEO는 주로 정권 코드에 맞는 낙하산 인사인 경우가 많았다. 그렇다 보니 정권 유착, 방만경영을 비롯해 각종 비리, 의혹이 끊이지 않았다. 정권이 바뀌거나 대주주 중기중앙회 회장이 교체될 때마다 임원 간 파벌이 형성되면서 반대파의 혐의를 경찰에 제보하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최종삼 대표 사퇴를 두고 노조가 즉각 반발한 것도 이 때문이다. 전국언론노동조합 홈앤쇼핑 지부는 대표 사임에 성명을 내고 경영에 합당한 유능한 인재를 투명한 시스템으로 채용하는 한편 불법적 사건으로 회사 이미지를 실추시킨 범법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노조는 “회사 경영 시스템에 대한 심각한 오류를 지적할 수밖에 없다. 반복되는 경영 부조리를 재발 방지 대책 없이 유야무야 넘긴다면 더 이상 경영을 신뢰할 수 없고 상생적 노사관계는 기대할 수 없다”고 밝혔다.

‘CEO 잔혹사’가 지속되면서 홈앤쇼핑 경영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한때 다크호스로 꼽혔던 홈앤쇼핑은 롯데, GS, CJ 등 홈쇼핑 업체와의 경쟁에서 밀려 홈쇼핑 업계 6위에 머물러 있다. 중소기업 제품을 판매하는 홈쇼핑으로 특화했지만 또 다른 중소기업 홈쇼핑인 공영쇼핑이 등장하면서 별다른 차별성을 찾지 못하고 있다. 올 상반기 홈쇼핑 사업자 중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최다 법정제재를 받으면서 신뢰도에도 흠집이 생겼다. 홈앤쇼핑은 상반기에만 7번 법정제재를 받았다.

논란이 커지자 홈쇼핑 업계에서는 홈앤쇼핑이 상장을 통해 경영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는 의견이 적잖다. 소액주주들이 꾸준히 상장을 요구해온 데다 홈앤쇼핑 최대 주주인 중기중앙회의 김기문 회장도 연초 회장 선거 때 홈앤쇼핑 상장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다만 상장까지 걸림돌이 많다. 홈앤쇼핑 정관 중 ‘중소기업 관련 단체 등이 지분 70% 이상을 보유해야 한다’는 규정이 상장을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중기중앙회를 비롯한 우대 주주 지분율이 70% 아래로 떨어져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증시에 상장되더라도 실제 유통되는 주식 수는 30%에 못 미칠 전망이다. 홈앤쇼핑 관계자는 “상장 관련해 구체적으로 추진 중인 사안은 없다”고 전했다.

“홈앤쇼핑이 CEO 잔혹사에서 벗어나려면 지분구조를 바꾸거나 상장을 통해 경영 투명성을 높이는 방안이 절실하다. 경영 시스템이 바뀌지 않으면 누가 CEO로 오더라도 정부, 정치권 입김에 흔들릴 수밖에 없다.” 재계 관계자 귀띔이다.

[김경민 기자 kmkim@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36호 (2019.12.04~2019.12.10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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