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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취재수첩] 부동산 시장 안정된(?)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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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미친 것 같아요.”

최근 경기 서판교에서 분양권을 알아보던 A씨는 깜짝 놀랐다. 전용면적 84㎡ 프리미엄으로 3억3000만원이 붙었다. 올해 초만 해도 1억원 안팎에 거래된 분양권이었다. 이 짧은 기간에 무려 2억3000만원이 치솟았다. 20년 이상 부동산 중개업을 해온 공인중개사도 “이런 경우는 처음 본다. 해도 해도 너무한다”며 혀를 찼다. 부동산 거래가 성사돼야 돈을 벌 수 있는 중개사마저 “양심상 분양권을 사라고 권하지 못하겠다”며 손사래를 쳤다.

오래된 아파트에서 전세로 살다 새집 이사를 꿈꿨던 A씨는 도저히 엄두가 나지 않아 발길을 돌렸다. 지하철역과 거리가 먼 판교 외곽 시세가 이 정도니, 서울 주요 지역은 말할 필요가 없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1월 ‘국민과의 대화’에서 한 부동산 발언 파장이 여전히 가라앉지 않는다. 문 대통령은 당시 “부동산 가격이 하락할 정도로 안정화됐다”고 밝혔는데 이 말에 ‘뜨악’한 국민이 한둘이 아니다. 그냥 놀라기만 했다면 다행이겠지만, 발언 이후 부동산 시장은 더욱 요동쳤다. 정부 대책에 얼마나 믿음이 없는지, ‘대책’이 슬쩍 언급만 돼도 값이 폭등한다. 서울 아파트값은 24주 연속 상승세로 백약이 무효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문재인정부 2년 동안 민간 보유 땅값이 무려 2054조원 올랐다고 주장했다. 폭등했다던 노무현정부 연평균 상승액 2배에 육박한다. 국토부는 사실과 다르다며 공개 토론하자고 맞섰지만, ‘사고를 칠대로 친’ 정부가 대응하는 모양새가 더 초라해 보인다. 부동산값을 잡아야 하는 이유는 셀 수 없이 많다. 딱 한 가지만 언급하자면 후대를 위해서다. 지금처럼 부동산이 폭등한다면 후대는 양극화 고통에 몸부림칠 것이다. 앞서 언급한 공인중개사 얘기 한마디 건넨다.

“집값이 십수억 하는데 젊은이가 희망이 있겠어요? 부모 찬스 없으면 절대 못 사요.”

매경이코노미

[명순영 기자 msy@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37호 (2019.12.11~2019.12.17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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