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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CEO LOUNGE] 허태수 GS그룹 신임 회장 | 홈쇼핑 안착시키며 두각…준비된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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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이코노미

1957년생/ 서울 중앙고/ 고려대 법학과/ 조지워싱턴대 경영학 석사/ 1986년 콘티넨털은행/ LG증권 런던법인장, IB사업본부 총괄 상무/ 2002년 GS홈쇼핑 전략기획부문장 상무/ 2007년 GS홈쇼핑 대표이사 사장/ 2015년 GS홈쇼핑 부회장/ 2019년 GS그룹 회장 내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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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만에 사령탑 교체.

임기를 남겨둔 허창수 GS그룹 회장(71)이 돌연 허태수 GS홈쇼핑 부회장(62)에게 그룹 회장을 물려주면서 재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허창수 회장은 故 허만정 GS그룹 창업주의 3남인 허준구 LG건설 명예회장의 장남. 허태수 신임 회장은 허준구 회장의 5남, 허창수 회장의 막냇동생이다. 이로써 2004년 LG와 분리한 시점부터 GS를 이끌었던 허창수 회장은 15년 만에 그룹 경영 일선에서 내려오게 됐다.

GS그룹 관계자는 “주주 간 논의 끝에 경영 능력을 검증받고 역량을 두루 갖춘 인물로 허태수 부회장이 최종 추대됐다”고 설명했다.

재계에서는 이례적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일단 허창수 회장 용퇴 결심의 배경을 두고 설이 분분하다. 각종 증권사에서 허창수 회장이 이끌어왔던 GS그룹 실적이 내년에는 더욱 개선될 것으로 내다보는 보고서를 줄줄이 내놓은 때문이다. 전우제 흥국증권 애널리스트는 “GS의 지배 순이익에서 비정유 부문 실적이 과거 대비 4배 이상 성장하고 있고 발전, 유통 실적 호조와 함께 향후 정유 부문 역시 큰 폭 개선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 GS칼텍스의 순이익 기여는 올해 3041억원에서 내년 5603억원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이며 GS 연결 순이익은 1조원을 달성, 상장 이래 최대 실적을 실현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여전히 임기가 남은 허창수 회장 입장에서는 경영 능력을 충분히 입증한 만큼, 회장직을 내려놓기까지 충분한 시간이 있었다는 말이다.

그러나 허 회장 생각은 달랐다. 나이 70세가 되면 용퇴한다는 범LG그룹의 ‘70세 룰’을 따랐다는 얘기도 있지만 허 회장 스스로 “이제는 혁신적 신기술 발전에 따른 변화에서 새로운 활로를 찾아야 할 때라고 판단했다”며 자진 퇴임 의사를 분명히 했다.

신임 회장으로 추대된 허태수 회장의 어깨가 무거울 수밖에 없다.

허태수 신임 회장은 ‘준비된 그룹 회장’이란 인식이 사내외에서 비등했다. 고려대 법대, 조지워싱턴대 MBA를 거쳐 미국 콘티넨털은행에서 직장생활을 했다. 이후 글로벌 IB(투자은행) 부문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LG투자증권에서 M&A팀장, IB사업본부장 등을 거쳤고 IMF 외환위기에는 국내 공기업·중견기업의 주식 연계 채권을 해외 시장에서 발행, 달러를 조달하면서 국가 위기 극복에 동참했다는 평도 들었다.

▶정유·건설 사업 부진 만회 시험대

GS그룹 내에서 두각을 나타낸 것은 신사업에 가깝던 홈쇼핑 사업을 안착시키면서다. 2002년에 GS홈쇼핑으로 자리를 옮긴 그는 2007년 대표이사에 오르기 전까지 전략기획부문장, 경영지원본부장 등을 거치며 현장 실무를 부단히 익혔다.

GS홈쇼핑 대표를 맡은 후에는 외부 파트너와 협업하는 ‘오픈이노베이션’을 강조했다. 이를 통해 GS홈쇼핑은 국내외 기업과의 제휴, 합작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수 있었다. 내수 산업이던 홈쇼핑을 해외로 진출시켰고 모바일 쇼핑 사업으로 발 빠르게 확장해서 TV에 의존하던 사업구조를 다변화했다. GS홈쇼핑이 해외 진출을 하면서 자연스레 협력업체는 물론 입점기업이 수출하는 모양새를 만들면서 유통기업 최초로 무역의 날 수출탑을 수상하기도 했다.

GS홈쇼핑은 허태수 부회장 시절, 벤처업계에서 유명한 대기업으로도 정평이 났었다.

GS홈쇼핑 관계자는 “허 신임 회장은 대표이사 시절 내내 애자일 경영 등 신경영문화를 이식하는 데 소홀히 하지 않았고 벤처기업 투자를 통해 순혈주의를 깨트리고자 부단히 애를 써왔다”며 “실리콘밸리에 GS그룹이 자회사 GS랩스를 설립하도록 한 것은 허 신임 회장의 입김이 작용한 것으로 안다. 단순히 투자만 하는 것이 아니라 국내외 새로운 트렌드를 읽을 수 있게 하자는 측면에서 성공한 전략이라는 평가가 많다”고 소개했다.

GS홈쇼핑의 벤처기업 투자 실적은 2011년부터 누적 기준 직간접투자 회사만 580여곳, 투자금액은 3300억원이 넘었다. 올해도 10월까지 9곳에 신규 투자했다. 온오프라인을 넘나들며 올해만 거래액 1조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 패션 시장의 다크호스 ‘무신사’에 일찌감치 투자했는가 하면 역시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지그재그, 텐바이텐, 다노 등 알짜 온라인몰에도 GS홈쇼핑 지분이 들어가 있다. 일찌감치 투자한 온라인 편집숍 ‘텐바이텐’은 자회사로 편입, 올해 3분기 순익 4억원을 기록하며 흑자전환에 성공해 스타트업 정신을 GS홈쇼핑에 이식해 성공한 사례로 회자되고 있다.

그 밖에 신기술 투자로 페이코, 제로웹 등은 물론 간편식 밀키트 업체 ‘프레시지’에 40억원을, 반려동물 전문업체 ‘펫프렌즈’에 40억원을 추가 투자하는 등 빅데이터·AI·블록체인·바이오 분야 등 영역을 가리지 않고 투자에 나서기도 했다.

간접투자도 발군이다. 배달의민족·토스 투자로 유명한 알토스벤처스의 6000만달러 규모 1호 펀드에 500만달러를 넣으며 직간접적으로 유니콘 기업 성장에 힘을 보탰다. 해외 투자 역시 활발했다. 베트남 ‘럭스테이’ 14억원, ‘르플레어’ 34억원, 아랍에미리트 ‘아이와’ 19억원 등 9개 벤처사에 약 298억원을 집행했다.

이런 노력 끝에 의미 있는 결실을 본 사례도 있다. GS홈쇼핑이 투자해 종속회사로 두고 있던 라이프스타일 편집몰 ‘29CM(에이플러스비)’는 스타일쉐어에 매각, 132억원의 차익을 거두기도 했다.

이런 노력은 고스란히 실적으로도 이어졌다. 대표이사 취임 전이던 GS홈쇼핑의 2006년 연간 취급액은 1조8946억원, 당기순익 512억원이었다. 13년이 지난 2018년에는 취급액 4조2480억원, 당기순익 1206억원으로 실적을 키워냈다. 모바일 쇼핑 취급액은 2014년 7300억원에서 2018년 2조원을 넘어섰다.

허 신임 회장은 이처럼 ‘얼리어답터’ ‘디지털 트랜스포머’로 업계에서 인정받아 결국 그룹 회장 자리에 오를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다만 계열사 경영을 아무리 잘했다고 할지라도 그룹 경영은 또 다른 영역이다.

그동안에는 ‘은둔의 경영자’ 이미지가 강했던 것도 사실이다. 이제는 그룹의 얼굴답게 사회적 책임, 대외활동 등에도 적극 나서야 하는데 ‘실리 위주’ 허 신임 회장이 과연 어떤 행보를 보여줄지가 관건이다.

더불어 실적이 부진한 계열사를 어떻게 턴어라운드시킬 수 있을지, 큰 그림에서 계열사 간 시너지 효과를 내게 할 수 있을지도 관전 포인트다. GS칼텍스, GS건설은 그룹 주력 계열사지만 올해 들어 3분기까지의 매출과 영업이익만 놓고 보면 모두 전년 대비 마이너스 성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미중 무역분쟁, 국제유가 여파로 GS칼텍스는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절반 정도로 줄어들었고 부동산 경기 여파로 GS건설도 매출, 영업이익이 모두 두 자릿수 비율로 떨어진 상황이다.

증권가는 허창수 회장 시절 정유 부문이 부진할 것을 대비, 일찌감치 비정유 부문을 강화해두는 등 그룹 여건은 잘 다져놓은 만큼 여기에 신사업과 먹거리를 얼마나 잘 얹느냐가 허 신임 회장의 새로운 숙제가 될 것으로 본다.

전우제 애널리스트는 “올레핀 생산시설(MFC) 프로젝트가 2022년 본격 안착하면 영업이익 4000억원 규모의 효자 사업으로 떠오를 것이고 GS EPS의 바이오매스 발전 증설, GS E&R의 포천발전소 등도 뒷받침하고 있는 만큼 향후 이익 개선세는 뚜렷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가족경영 변화 조짐

허창수 전경련 회장 유지…허준홍 삼양통상 갈 듯

그룹 회장직에서는 물러나지만 허창수 회장은 앞으로 GS건설 회장과 전국경제인연합회장으로 계속 활동하기로 했다. 전경련 회장 임기는 2021년까지다.

더불어 故 허만정 창업주의 장손인 허준홍 GS칼텍스 부사장(윤활유사업본부장·44)은 최근 사의를 표명했다. 허 부사장은 자신이 최대 주주로 있는 삼양통상 경영에 본격적으로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양통상은 허 부사장의 아버지 허남각 회장이 이끄는 곳으로 현대·기아차 등에 가죽을 납품하는 업체다. 지난해 매출 1827억원, 영업이익 308억원을 올렸다. 참고로 허 부사장의 삼양통상 지분은 22.05%로 아버지 허 회장(20%)보다 많다. GS그룹 지주회사인 GS 지분 2.08%는 그대로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박수호 기자 suhoz@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37호 (2019.12.11~2019.12.17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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