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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569m GBC가 온다…新 마천루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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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로부터 사람들은 높은 곳에 오르기를 갈망해왔다. 그 옛날 돛단배에서 스카이라인을 이루는 가장 높은 지점 돛대를 고층 건물에 비유하면서 ‘마천루(摩天樓·skyscraper)’라는 말이 탄생했다. 이제는 고층 빌딩을 넘어 건축물 높이가 200m, 층수는 50층만 넘으면 ‘초고층 빌딩’으로 규정하는 건축법이 있을 정도로 도심 속 스카이라인쯤은 익숙해진 시대다.

그런데 이제 초고층 빌딩의 정의를 다시 써야 할 것 같다. 앞으로 5년 이내에 국내 마천루 순위가 크게 달라질 예정이기 때문. 300m, 400m, 500m도 넘는 건물이 속속 입주하는가 하면 인허가를 받아내거나 첫 삽을 뜨며 기존 최고층 빌딩 기록을 깨려는 모습이다.

국내 최고층 건물로 지어질 서울 강남구 삼성동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가 건축허가를 받아 늦어도 내년 상반기 중 착공된다. 현대자동차가 지난 2014년 삼성동 한국전력 부지를 10조5000억원에 사들인 지 5년, 서울시에 건축허가를 신청한 지 9개월 만이다.

매경이코노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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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26일 서울시는 GBC 신축 사업의 마지막 쟁점이었던 국방부(공군) 협의가 이뤄짐에 따라 이날 건축허가서를 교부했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높이 569m에 달하는 GBC 건설로 인근 공군부대 작전에 제한이 생긴다며 반대 의견을 낸 바 있다.

긴 줄다리기 협상 끝에 국방부, 서울시, 현대차는 GBC와 크레인 등 구조물 높이가 260m에 이르기 전에 문제를 해결하기로 합의했고 이에 서울시가 건축허가를 내줬다. 이제 착공까지는 굴토·구조심의와 안전관리계획 승인만 남아 있다. 사실상 착공을 위한 절차를 마무리 지은 셈이다. 이르면 내년 초, 늦어도 상반기에는 첫 삽을 뜰 수 있다.

공사비만 3조7000억원을 들여 짓는 GBC는 지하 7층~지상 105층에 높이만 569m 규모다. 완공되면 현재 국내 최고층 빌딩인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보다 14m 높은 국내 최고층 건물이 된다. 이곳에는 업무시설, 숙박시설, 공연장, 집회장, 전시장, 관광 휴게시설, 판매시설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이 공사에 참여한다. GBC 건설에 따른 경제 효과는 265조원가량으로 추산된다. 이 중에는 GBC 개발의 공공 기여로 추진되는 잠실 마이스(MICE)단지 조성 등 굵직한 프로젝트도 포함돼 있다.

당장 내년 여름 공사를 마치는 초고층 빌딩도 있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서는 내년 7월 여의도 ‘파크원타워’(333m)가 오피스 2개 동, 쇼핑몰 1개 동, 호텔 1개 동으로 완공된다. 내년 7월이 지나면 파크원타워는 현대차 GBC, 롯데월드타워에 이어 서울에서 세 번째로 높은 건물로 우뚝 선다. 파크원타워에서 오피스타워 타워1(A동)이 지상 69층으로 가장 높고 타워2는 53층이다. 낮은(?) 동인 타워2는 대지면적 1만1982㎡, 연면적은 16만2217㎡, 높이 245.7m에 달한다. 통상적인 프라임급 오피스의 2배 이상이다.

파크원타워 개발·시행사인 Y22프로젝트금융투자와 매각 주관사 세빌스코리아 등은 최근 파크원타워2 입찰을 진행했는데 5곳이나 인수전에 뛰어들면서 눈길을 끌었다.

3.3㎡당 1400만원에 매입할 수 있는 콜옵션을 가진 NH투자증권은 약 9500억원을 제시했다. 타워2 연면적에 대입하면 콜옵션 총 가격은 7000억원 이상 수준이다. 이지스자산운용-KKR 컨소시엄은 1조500억원가량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매각 측이 1000억원을 보통주로 참여하는 조건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금융지주도 국내 금융사를 통해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인수전에 초대받지 못한 운용사도 일부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금융은 상대적으로 높은 1조1000억원을 써냈지만 토지 가격을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탈락했다. 시행자 측이 토지를 소유한 것이 아닌, 지상권으로 건물을 지었기 때문이다. 타워2 예상 매각 가격은 9500억~1조원에 이른다. 초저금리로 갈 곳이 없어진 유동자금이 몰릴 가능성이 높아 만들어진 호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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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인천·부산 요지에 초고층 건물 속속 준공

청라타워·GBC 완공하면 롯데타워·엘시티 2·4위로

업무 빌딩이 아닌 초고층 ‘아파트’가 가장 많이 몰려 있는 곳은 서울 밖 부산시다.

부산 해운대에서는 부산 내 최고층 빌딩인 ‘엘시티’(411m)가 최근 완공됐다. 당장 12월부터 입주를 시작한다. 2015년 10월 공사를 시작한 지 4년 2개월 만이다.

해운대구 중1동에 들어서는 엘시티는 아파트와 생활숙박시설, 부산 최초의 6성급 호텔 등이 들어서는 복합관광리조트다. 유독 우여곡절이 많았던 빌딩이다. 지난 2007년 해운대를 사계절 체류형 관광지로 성장시키는 데 필요한 랜드마크를 만들겠다는 부산시 계획에 따라 민간공모사업으로 시작됐다. 2013년 10월 공사도급계약을 체결하고 기초 작업을 진행했지만 자금 조달 등의 문제로 여러 차례 좌초 위기를 맞았다. 4년 전 포스코건설이 시공사로 참여한 이후에도 시행사에 대한 검찰 수사, 현장 안전사고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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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인 ‘엘시티더샵’ 2개 동은 85층으로 높이는 각각 339m, 333m다. 엘시티 공식 최고 높이(411m)는 생활숙박시설인 엘시티더레지던스와 6성급 관광호텔이 입주하는 101층짜리 동이다. 엘시티 전체를 짓는 데 공사비만 3조원이 투입됐다. 포스코건설은 엘시티 공사 기간 동안 연인원 150만명(하루 평균 1019명)의 인력과 전용면적 85m² 아파트 6500여가구를 지을 수 있는 물량의 콘크리트(61만㎡), 롯데월드타워의 2배가 넘는 철강재(11만t)를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엘시티더샵 아파트 가격 역시 화젯거리였다. 엘시티더샵에는 전용 244㎡짜리 펜트하우스가 딱 6가구 있다. 최초 분양 당시 이들 펜트하우스 분양가(3.3㎡당 7008만3000원)는 역대 분양 아파트 중 처음으로 3.3㎡당 7000만원을 넘어섰다. 당시 전용 244㎡ 펜트하우스 분양가가 67억9600만원이었다. 나머지 아파트(전용 144㎡·161㎡·186㎡ 각 292가구)도 각각 수십억원대에 분양되면서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엘시티가 지어지기 전까지만 해도 부산 마천루는 초고층 아파트인 우동 ‘해운대두산위브더제니스’(301m)와 ‘해운대아이파크’(292.1m)였다. 업무용 빌딩으로 지어지거나 주거·업무·숙박 복합단지로 지어진 앞의 초고층 빌딩과 달리 각각 80층, 72층에 이르는 주거단지라 부산 일대 집값을 이끄는 리딩 아파트로 통했다. 해운대구 ‘더샵센텀스타’, 동래구 ‘벽산아스타’도 아파트지만 50층 이상의 높이 덕분에 서울 강남 집값 못지않은 시세를 자랑한다.

일례로 해운대두산위브더제니스는 전용면적 222.59㎡ 타입이 지난 8월 33억640만원(73층)에 팔린 데 이어 9월에는 2건의 매매거래가 35억340만원(76층), 37억9840만원(77층)에 이뤄졌다. 지난해 3월에는 같은 아파트가 41억4340만원에 실거래되며 강남 못지않은 집값을 뽐내기도 했다.

부산 원도심인 광복동에도 롯데그룹이 20년 넘게 공사가 지지부진했던 107층 높이의 ‘부산롯데타워(380m)’ 건립을 계획하고 있어 마천루 경쟁이 이어질 전망이다. 다만 올 12월 착공이 목표였지만 최근 착공 시기가 2021년 11월 30일까지 다시 한 번 연기되면서 사업 일정이 불투명한 상태다.

다시 수도권으로 돌아와 인천 서구에서는 ‘청라시티타워’(타워인피니티, 448m)가 첫 삽을 떠 오는 2023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청라호수공원 인근에 들어서는 청라시티타워에는 쇼핑, 전시 외에도 맑은 날 북한 개성까지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25~26층, 369~378m)가 들어선다. 2023년 완공될 청라시티타워는 그보다 나중에 완공될 GBC, 이미 완공된 롯데월드타워에 이어 국내에서 세 번째로 높은 빌딩이 된다. 이때 엘시티는 4위까지 밀려난다.

청라시티타워는 건축물 높이가 308m에 이르지만 층수는 26층에 불과하다. 애초에 전망용 건물로 지어져서다. 4158억원의 공사비를 투입하고 오는 2023년 완공 예정이다. 시공은 포스코건설이 맡는다. 청라시티타워가 들어서기 전까지는 인천 연수구 송도신도시에 308m 높이로 지어진 ‘포스코타워(동북아무역타워)’가 인천에서 가장 높은 빌딩 자리를 지킬 예정이다.

최근 몇 년 새 마천루 경쟁이 재점화하는 현상에는 조망권은 물론 ‘가장 높은 빌딩’이라는 타이틀이 갖는 홍보 효과까지 다양한 이유가 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최근 서울 강남권에서도 재건축 단지를 50층 이상 아파트로 지으려는 움직임이 나타났듯 사업 규모가 워낙 큰 데다 브랜드 이미지 제고 등으로 이어질 수 있어 대형 건설사로서는 욕심을 낼 만한 사업”이라고 설명했다. 심 교수는 또 “도심 내 스카이라인과 조망권 등을 감안해 지역마다 차별화된, 높고 낮은 건물을 적절히 배치해야 해당 지역 랜드마크가 될 수 있고 도심 이미지 개선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다운 기자 jeongdw@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37호 (2019.12.11~2019.12.17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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