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24 (월)

이슈 끝나지 않은 신분제의 유습 '갑질'

평일 16시간 상주해야하는데 월급 87만원? 경비원 채용 `갑질` 논란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매일경제

지난달 부산의 한 여고가 격일제 경비원 채용 공고를 올렸다. 공고에 따르면 평일 상주시간 16시간, 주말,공휴일 상주시간은 24시간인데 월 기본급은 87만원에 불과하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최근 부산의 한 여고가 올린 경비원 채용 공고가 논란이 되고 있다. 공고에 따르면 학교에서 상주하는 시간은 평일 기준 16시간(주말·공휴일은 24시간)인데 월 기본급이 87만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부산의 공립 A 여고는 지난달 25일 격일제 경비원 채용 공고를 학교 홈페이지에 게시했다.

채용 공고문에는 경비 및 시설 관리를 주 업무로 하며 만 50세 이상 65세 미만의 경비원을 모집한다고 적혀 있다. 문제는 상주하는 시간은 긴 반면, 임금은 근무시간만을 근거로 산정된다는 것이다.

A 여고는 평일의 경우 근무시간 6시간, 수면·휴식시간 10시간이라며 '상주시간 16시간'이라 기재했다. 주말·공휴일은 근무시간 9시간, 수면·휴식시간 15시간에 '상주시간 24시간'이라 적었다. 그리고 상주시간에서 수면·휴식시간을 제외한 근무시간에 최저임금(8350원)을 곱해 월 기본급을 86만 8400원으로 계산했다. 여기에 급식비 6만 5000원과 1년 이상 근무 시 명절휴가비 50만원 등을 더했지만 학교에 상주하는 시간에 비하면 턱없이 적은 금액이다.

경비원의 근로·휴게시간 문제와 관련해 고용노동부는 지난 2016년 10월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했다.

여기선 휴게시간을 "사용자의 지휘·명령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나 자유로운 이용이 보장된 시간"으로 명시하고 있다. 또 "근무 장소에서 쉬더라도 근로자 스스로가 선택한 경우"여야 한다고 했다. 휴게시간 도중 순찰이나 돌발 상황 수습을 위해 대응한 시간 등은 근로 시간으로 인정된다.

하지만 경비원은 대개 휴게시간에도 순찰 등 관련 업무를 맡아야 해 근무·휴게시간 구분 없이 경비실에 머무르는 경우가 대다수다. 일부 사용자가 근로기준법상 휴게시간의 상한이 없는 점을 악용해 휴게 시간을 높게 잡고 이를 근로시간으로 악용하고 있는 것이다.

구체적인 공고 내용이 알려진 후 누리꾼들은 거센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누리꾼들은 "이런 공고가 실제로 있다는 게 너무 하네요…"(mi81****), "그럼 퇴근을 시켜야지 왜 학교에 잡아두는데"(drmm****)라며 학교 측을 비판했다.

한 누리꾼은 "애초에 휴게시간을 법정한 이유는 근로자의 자유로운 휴게를 보장하기 위함인데 저런 식으로 악용하면 안 되죠. 이젠 시대에 맞게 휴식시간의 최대치도 규정해 저런 사례 막아야 한다"(inos****)라며 근로기준법 개정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 부산지부는 최근 보도자료를 내고 "학교에 상주 근무하는 경비원에게 근무시간은 평일 6시간, 주말 9시간만 인정하겠다는 채용 공고와 부산시교육청 근무시간 설계는 애초에 실현 불가능하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런 채용 공고와 부산시교육청 지침은 인건비를 낮추기 위한 이유 외에는 아무런 합리적인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부산시 교육청 측은 해당 채용 공고에 대해 "학교 측이 근무시간 규정을 잘못 이해하고 올린 것"이라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청은 학교 경비원 채용 실태 전반에 관한 조사에 나설 예정이다.

[디지털뉴스국 장수현 인턴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