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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아파트 '공급 절벽' 코앞에… 이 줄 더 길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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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마포구 아현동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전용면적 114㎡(45평형)가 지난달 말 18억원에 거래됐다. 올해 7월(15억7000만원)에 비해 2억3000만원 올랐다. 현 정부 들어 17번의 부동산 대책에도 이 지역 아파트값은 계속 오르고 있다.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정부 규제로 '새 아파트가 귀해질 것'이라는 불안감이 커지면서 매물은 줄었고 매수자들은 조바심을 내고 있다"며 "부르는 게 값이다 보니 가격도 계속 오른다"고 말했다.

조선비즈

“새집에서 살고싶다” 청약 경쟁률 65대1 -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역삼 센트럴 아이파크’ 본보기주택을 찾은 사람들이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올해 10월 분양한 이 아파트는 분양가 상한제 시행 전에 집을 마련하려는 ‘막차 수요’가 몰리며 평균 65대1의 청약 경쟁률을 기록했다. /HDC현대산업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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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분양가 상한제 등 정부 규제로 인한 '아파트 공급 절벽' 우려가 서울 집값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대다수 전문가가 '지금 집값은 과열됐다'고 진단하지만 강남 4구(강남·서초·송파·강동), 마용성(마포·용산·성동) 등 인기 지역에서는 신고가(新高價) 거래가 이어지고 있다.

시장에서는 박근혜 정부 시절 집중됐던 재건축·재개발 사업들이 마무리되면서, 내년부터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이 줄어들고, 2021년에는 올해의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한다. '공급 감소→집값 상승'의 악순환이 고착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서울 아파트, 후년부터 공급 절벽


조선비즈

/그래픽=백형선



9일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114'는 내년 아파트 입주(완공) 물량이 4만2012가구로 올해(4만3006가구)에 비해 소폭 줄어들 것으로 추정했다. 서울 아파트 입주는 2015년 이후 올해까지 4년 연속 늘었다. 전문가들은 서울의 적정 입주량을 3만 가구로 보고 있기 때문에 아직 '공급이 부족하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후년부터가 더 문제다. 2021년 서울 아파트 입주는 2만1939가구로 올해의 절반에 그친다. 보통 분양 후 2년 정도 지나면 입주가 진행되므로 후년 입주가 적다는 것은 최근 분양이 적었다는 의미다.

국토교통부 통계를 보면 서울 아파트 분양 실적은 2015~2017년 4만 가구 이상을 유지하다가 지난해 2만2176가구로 줄었다. 올해 상반기도 1만2766가구에 불과하다. 주택 공급 선행지표인 인허가 실적도 2017년 11만3131가구에서 지난해 6만5751가구로 줄었다. 전문가들은 시중 유동자금이 넘치는 상황에서 아파트 공급 부족이 장기화되면 집값은 결국 오를 수밖에 없다고 진단한다. 서울 아파트값은 올해까지 6년 연속 오르며 역대 최장 기간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규제가 덜했던 2015~ 2017년 사이 아파트 인허가 및 분양이 많았기 때문에 내년까지는 3만 가구 이상 입주가 이뤄지지만 후년부터는 공급 절벽이 우려된다"며 "공급 없이는 어떤 정책으로도 집값을 잡기 어렵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공급 충분하다"지만…

공급 절벽 우려가 통계로 나타나고 있지만 정부 입장은 정반대다. 국토부는 서울 아파트 입주량이 후년과 2022년에도 연간 4만3000가구 정도로 유지될 것이라 추정한다. 이 숫자를 근거로 국토부는 "서울 집값 상승의 원인은 공급 부족이 아니다"라는 논리를 펴고 있다.

이처럼 국토부 통계가 민간 통계와 다른 것은 국토부 통계에 ‘예상치’가 포함됐기 때문이다. 부동산114는 분양 공고를 마치고 입주 시점이 확정된 아파트만 집계한 반면, 국토부는 아직 분양을 안 했더라도 행정절차상 2021~2022년쯤 입주가 가능한 아파트를 포함했다. 하지만 서울은 재건축·재개발 등 민간 정비사업을 통해 아파트가 주로 공급되기 때문에 분양이나 입주 시점을 예단할 수 없다. 인허가를 받았더라도 언제까지 분양을 해야 한다는 규정이 없어서 조합 사정에 따라 빨라질 수도, 늦어질 수도 있다.

특히 지난해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에 이어 최근 분양가 상한제까지 시작되면서 사업성이 나빠진 재건축·재개발 조합은 분양을 미루고 '버티기'에 돌입할 가능성이 높다.

백준 제이앤케이 도시정비 대표는 "사업 규모가 큰 강남의 재건축 조합은 분양을 좀 늦추더라도 제값 받길 원한다"며 "사업을 늦추면서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을 문의하는 조합이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는 "정부는 주택이 충분하다고 하지만 사람들이 원하는 양질(良質)의 주택은 턱없이 부족하다"며 "규제가 집값 상승을 부추기는 악순환을 끊으려면 재건축·재개발 규제를 풀어 도심 내 아파트 공급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정순우 기자(snoopy@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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