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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8 (화)

희수에 내놓은 13번째 시집… “지금부터가 시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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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에도 자원 입대해 복무 경력

“이제부터 시작…바다 홍보대사 될 것”
한국일보

명기환 시인이 자신의 소장 작품으로 장식해 13일 개장하는 목포해양경찰서 직원쉼터에서 13번째 시집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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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를 절어 실제 춤은 힘들지만 시로는 맘껏 출수 있잖아요.”

일찍이 서정주 시인으로부터 ‘섬 대통령’으로 불리며 바다와 섬을 주제로 한 시로 일생을 살아온 전남예술문화단체총연합 명기환(77)고문이 희수(喜壽)를 맞아 13번째 ‘시로 춤을 추고 싶었다’ 시집을 발간했다.

명 고문은 “3살때 소아마비에 걸려 지금까지 다리는 절지만 마음만큼은 아름답게 살아야겠다는 신념으로 우리나라 유명 춤꾼들의 공연을 찾아 다니면서 느낀 춤을 바탕으로 몸 대신 시로 춤을 추고 있다”며 시집 출간 배경을 설명했다.

그의 ‘섬과 바다’ 사랑은 남다르다. 2002년 해군 광명함과 광개토왕함 명예함장으로 위촉돼 해군사관생도들과 함께 세계 9개국 13개항을 115일간 항해하며 ‘내 향해는 끝나지 않았다’ 는 시집을 발간했다. 2008년에도 목포해양경찰서 소속 경비함정과 동행하며 배타적경제수역(EEZ) 망망대해에서 해양주권 수호를 위해 애쓰는 함정을 ‘섬’ 에 비유하고 용감한 해경의 모습을 시로 표현한 ‘해양경찰의 노래’ 등 170여편의 바다와 섬 관련 시를 발표했다. 지난해 해양경찰 명예홍보대사 및 명예경찰관 ‘경정’ 승진에 이어 올해 6월 15일부터 7일간 목포해경 3015함 명예함장으로서 직접 배에 올라 불법 조업 중이던 중국어선을 단속하고 해경과 생활하며 매일 7편의 시를 발표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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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기환(왼쪽) 시인은 지난 6월 15일부터 7일간 목포해경 소속 3015함 명예함장으로 승선해 불법 중국어선 단속 등을 함께 한 뒤 그 경험을 시로 발표했다. 목포해경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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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이력을 토대로 그가 발간한 13번째 시집은 1부 ‘춤꾼들의 이야기’ 와 2부 ‘바다 그리고 해양경찰’, 3부 ‘신안 천사들의 섬’, 4부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자신과 여정’ 등 69편의 시를 담았다.

특히 명 고문은 시뿐만 아니라 여러 예술 장르를 넘나들고 있다. ‘덩더쿵 덩더쿵/ 춤이로다 춤이로구나/ 소리와 몸짓/ 우리모두 하나 되는 춤이로다/ 어얼씨구 좋다’는 자작시 ‘소리와 몸짓’을 춤곡으로 바꿔 2013년 제77회 한국 명인명무전 인간문화재 공연에 참여하기도 했다.

그는 바다를 끼고 있는 목포∙신안지역 ‘문화전도사’를 자처한다. 인기가수 최유나의 ‘목포의 사랑’ 작사에도 참여했고, 아름다운 신안의 섬 홍보를 위해 자신의 시를 엽서로 제작하기도 했다. 지난 5월에는 목포 해경과 해군 가족을 위한 인기가수 위문공연에 지역의 동∙서양화 작가들을 참여시켜 특별기획전도 가졌다.

최근에는 목포해경 직원들의 정서안정을 위한 작은 쉼터 조성에도 참여했다. 이 쉼터에 자신이 소장하고 있는 동∙서양화 작품 23점과 시화 10여점을 기증해 13일 개장 예정이다. 그는 “그 동안 받기만 했으니 앞으로는 주기만해야 할 것 같다”며 “내년에는 문화예술인 후배들을 위해 자신의 아호 ‘목랑(목포를 지키는 바다물결)’을 딴 ‘예술목랑상’을 제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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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가수 최유나 앨범에 수록된 명기환 시인 작사의 ‘목포의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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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이한 이력도 화제다. “장애는 영광도 부끄러움도 아니다”고 말하는 명 고문은 소아마비 장애로 군대를 가지 않아도 되는데도 22세에 강원 화천시 모 군대에 입대, 1년간 복무를 하고 의병제대했다.

‘바다 시인’ ‘섬 대통령’ ‘바다 대사’ 등 별명이 붙은 명 시인은 “어릴 적 아버지가 배(여객선) 사업을 해 자연스럽게 바다와 친했졌다”며 “어머니의 품처럼 포근함이 있는 바다에서 해경과 함께 시를 쓰는 것이 영광”이라고 말했다. 또 “남들은 이번 시집이 완결판이라고 하지만 나는 지금부터가 시작” 이라며 “마지막까지 목포와 바다를 알리는 홍보대사가 되겠다”고 말했다.

1963년 목포 덕인고 교사 시절 첫 시화전을 연 것을 계기로 문인으로 활동하고 있는 그는 목포문인협회와 목포예총, 신안예총 고문, 목포문학상 운영위원장을 맡아 전국에 목포문학을 알린 공로로 지난달 6일 장애인문화예술대상 문학부분 문화체육부 장관상을 수상했다.

목포=박경우 기자 gw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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