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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5 (일)

“게임질병코드, 콘텐츠 자체로 봐야…중독 아닌 몰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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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질병 반대 공대위 토크콘서트 개최

‘다른 문화 콘텐츠에서 바라본 게임은?’

매경게임진

<좌측부터 이지은 탁툰엔터프라이즈 이사, 위정현 공대위 위원장, 고영리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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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게임을 정말 열심히 하는 데 병에 걸린 겁니까. 중독이 아니라 그만큼 몰두한 겁니다.”

10일 게임질병코드 도입 반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위원장 위정현)는 ‘다른 문화 콘텐츠에서 바라본 게임은: 그 가능성과 한계’를 주제로 토크 콘서트를 개최했다.

이번 행사는 올바른 게임문화 확산을 위한 목적으로 마련됐다. 공대위는 세계보건기구(WHO)의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등재 결정 이후 지속적으로 반대의 입장을 밝혀왔다. 이번 토크콘서트도 반대활동의 일환이다. 이미 지난 9월 ‘교육계에서 바라본 게임’을 주제로 첫 번째 토크콘서트를 개최했다.

현장에는 이지은 탁툰엔터프라이즈 이사와 고영리 작가가 참석해 게임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이들은 콘텐츠를 콘텐츠 자체로 봐야 한다는 의견을 견지하고 치료가 필요한 병이 아닌 가정과 주변 환경에서 교육할 수 있는 문제라고 주장했다.

이지은 이사는 20여년간 애니메이션 업계에 종사한 전문가로 유아용 애니메이션 ‘빅파이브’와 ‘린다의 신기한 여행’ 등을 제작 중이다. 그는 자신의 어린시절 경험을 통해 게임이 질병이 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초등학교 때부터 삼국지, 사기 등 각종 도서에 심취했고 중학생이 돼서는 하이틴 로맨스 소설을 읽었다고 한다. 수업시간에 책을 읽다가 혼나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그것이 질병으로 취급할 수 있는 경험은 아니었다고 설명한다.

이 이사는 “어렸을 때를 생각하면 결국 미디어의 문제다. 공부하는 대신 책을 읽었더니 병으로 취급하고 어머니는 책을 괜히 사줬다고 말씀하셨다”며 “지금 어린아이들은 뽀로로, 포켓몬을 보다가 게임으로 넘어가는데 과연 이들을 다 병에 걸렸다고 할 수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이런 콘텐츠를 즐기는 것은 개인의 문제이고 선별의 자유에 해당하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는 “솔직히 우리는 학생들이 애니메이션에 중독됐으면 좋겠다. 그러나 아이들이 크면 다른 콘텐츠로 떠나는 것을 막을 수 없다”며 “하루가 24시간인데 그것을 무엇에 사용할지는 개인의 선택이다. 한국의 문화수준이라면 집이나 바깥에서도 교육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매경게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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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작가도 생각도 마찬가지였다. 고 작가는 웹소설, 애니메이션 및 게임 시나리오 등 다수의 스토리텔링 프로젝트에 참여한 전문가다. 그는 평소 게임도 즐겨한다. 콘솔 게임을 주로 즐기고 ‘일곱개의대죄’, ‘황제라 칭라하’, ‘러브앤프로듀서’ 등의 모바일게임을 즐기기도 했다.

그는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에 대해 “꼰대들이 꼰대짓을 한다”고 ‘돌직구’를 던졌다. 자신도 초반에는 하루에 4시간씩하고 결제도 많이 했는데 병에 걸린것이냐는 반문이다.

그는 “전 서버 1위를 하시는 분은 1억원을 쓰셨다고 하는데 그 부분은 자신의 연봉을 다 쏟아 넣었어도 여기서 1위한 것이 행복하다고 하더라”며 “나도 초반에는 하루에 4시간씩 하고 주말에 게임을 하면 순식간에 새벽 4시가 되고 하는데 돈을 안버는 것도 아니고 특변한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아는 분 중에는 영화 ‘조커’를 73번 본 분이 계신데 원래 문화콘텐츠에는 극한의 오타쿠(마니아)가 있다”며 “그런 시각으로 보면 영화도 질병으로 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콘텐츠를 콘텐츠 자체로 보지 않는 것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콘텐츠를 수용하고 누리는 사람들의 면면이 어떻게 사회적으로 비춰지는가에 신경을 쓰는 것이 문제라는 의미다.

그는 “어떤 사람이 자신의 생각보다 어느 수준 이상이라면 질병으로 보는 것이다. 기준이 모호한 것”이라며 “중심이 되는 병증에 게임이 있어야 질병이 되는 것인데 그렇지 않다”고 설명했다. 또 “무엇인가에 빠져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다”며 “월드오브워크래프트의 세계관에 대해 4시간 반 동안 그림을 그리면서 설명한 친구도 있었는데 그가 중독됐다고 느낀 적이 없다. 그만큼 몰두하고 시간을 투자했던 것이다”라고 의견을 밝혔다.

한편 공대위는 ‘게임에서 바라본 게임’이라는 내용으로 세 번째 토크콘서트도 개최할 예정이다.

[임영택기자 ytlim@mkintern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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