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출국금지 조치…체포영장도 고려
법조계 “단순 발언 내란선동 아냐…폭력 행위 처벌 가능”
23일 서울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열린 ‘대한민국 바로 세우기 국민대회’에서 전광훈 목사가 성조기와 태극기를 흔들고 있다. 2019.11.23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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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이 안 나오면 그때는 너 죽고 나 죽고다. 권총을 가지고 같이 쏘자.” (지난달 16일 집회)
지난 여름부터 서울 도심에서 범보수 집회를 열고 “문재인 대통령을 끌어내리자”는 식의 과격 발언을 이어 온 전광훈 목사(한국기독교총연합회 회장)에 대한 경찰 수사가 속도를 내고 있다. 경찰은 전 목사가 4차례 소환 조사를 거부하자 출국금지 조치까지 내렸다. 전 목사는 집회 참여자들을 자극해 내란을 선동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실제 내란죄로 처벌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본다.
개신교 시민단체 평화나무는 10일 “범죄단체 조직 및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전 목사를 수사해달라는 내용의 고발장을 서울 종로경찰서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평화나무는 전 목사가 총괄대표인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가 개천절 집회에서 ‘순국 결사대’를 조직·운영하고, 지난해 12월 ‘성령의 나타남’ 집회에서 청와대 진격 투쟁을 집회 참석자들에게 제안했다며 경찰에 강제수사를 촉구했다.
전 목사는 앞서 내란선동과 집시법 위반, 기부금품법 위반 혐의로도 고발당했다. 범보수 집회를 개최하며 청와대 함락과 문 대통령 체포를 논의했다는 이유다. 전 목사 등은 그간 집회에서 “주사파를 쳐내고 문재인을 끌어내자”, “권총을 가지고 같이 쏘자”, “총동원을 명령한다” 같은 발언을 이어 왔다.
태극기 흔드는 참가자들 - 9일 오후 서울 광화문 교보빌딩 앞에서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 주최로 열린 대한민국 바로세우기 국민대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며 태극기와 손팻말을 흔들고 있다. 2019.11.9 연합뉴스 |
현행 형법상 내란죄는 ‘헌법에 의해 설치된 국가기관을 강압에 의해 전복 또는 그 권능행사를 불가능하게 하는 것’을 뜻한다. 이를 목적으로 폭동한 자는 처벌할 수 있다. 내란 수괴와 내란 모의 참여 등은 사형, 무기징역 등 처벌을 받으며 내란의 예비·음모·선동·선전도 3년 이상의 유기징역을 받을 수 있다.
법조계에서는 전 목사가 내란선동으로 처벌받을 가능성이 작다고 본다. 정부와 대통령에 대해 일부 과격한 발언을 한 것을 내란선동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김우중 법무법인 현 변호사는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전 목사의 해당 발언이나 행동이 국민에게 내란을 선동했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단순히 집회에서의 구호라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2015년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의 내란 혐의에 대해 내린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내란선동은 내란에 이를 수 있을 정도의 폭력적인 행위를 선동하고, 피선동자에게 내란 결의를 유발하거나 증대시킬 위험성이 인정돼야 한다”면서 “특정한 정치적 사실이나 추상적 원리를 옹호하거나 교사하는 것만으로는 내란선동이 될 수 없고, 객관적 상황, 발언 등의 장소와 기회, 표현 방식과 전체적인 맥락 등을 종합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 더불어민주당 이해식 대변인이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전광훈 목사를 내란선동죄 및 공동폭행교사 등의 혐의로 고발장을 접수하기 전 고발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2019.10.4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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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 참여연대 역시 지난달 더불어민주당 김한정 의원이 전 목사를 내란선동 혐의로 고발하자 논평을 내고 “평화적인 집회·시위가 일부 선동·위협적이라고 해서 형사법적 제한을 가해서는 안 된다”면서 “일부 정치권에서 정치적 목적으로 집회에서의 표현을 내란선동으로 고발하는 것은 어렵게 지켜온 집회·시위의 자유를 제약할 수 있다”고 밝혔다.
집회에서 일어난 과격한 발언이나 행위는 내란선동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상희 건국대 로스쿨 교수는 “집회에서 폭력행위가 벌어질 경우 폭력교사나 폭력공동정범으로 보고 처벌할 수 있다”며 “집회에서 있었던 행위 중심으로 처벌해야지, 단순히 특정 발언만으로 내란선동이라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한편 전 목사는 최근 청와대 앞 집회에서 한 발언으로 신성모독 논란에도 휩싸였다. 유튜브 채널 ‘너알아TV’에 올라온 지난 10월 22일 집회 영상에서 전 목사는 집회 참가자들 앞에서 “하나님 꼼짝마. 하나님 까불면 나한테 죽어. 내가 이렇게 하나님하고 친하단 말이야”라고 주장했다. 이에 교계 관계자들은 “전광훈의 발언은 신성모독이며 십계명 중 3계명인 ‘하나님의 이름을 망령되이 일컫지 말라’는 말씀에 정면으로 도전한 사탄적 표현”이라고 하는 등 강도 높게 비판했다.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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