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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레닌의 글에 파이터의 긍지가…" 김용범 차관의 볼커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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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범 기재부 1차관 고인과의 각별한 인연 회고

뉴스1

타계한 폴 볼커 전 미 연준 의장 © AFP=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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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폴 볼커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8일(현지시간) 타계했다. 향년 92세.

1975년부터 1987년까지 민주당 지미 카터와 공화당 로널드 레이건 양당 행정부에 걸쳐 12년간 연준을 이끈 볼커 전 의장은 '20세기 가장 위대한 중앙은행 총재'로 추앙받는 거목이다. 오일쇼크 당시 치솟는 물가를 잡기위해 금리를 20% 가까이 올린 '인플레이션 파이터'이자 경기 부양을 위해 금리 인하를 압박하는 레이건 대통령에 맞선 강단이 후세의 귀감이 됐다.

그의 타계에 글로벌 명사들의 추모의 글이 줄을 잇고, 서거 소식을 첫 알린 뉴욕타임스를 비롯해 파이낸셜타임스 등 주요 언론들은 한면을 터 고인을 기리는 부고를 경쟁적으로 게재했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고인과의 각별한 추억을 되새기며 추모의 글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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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 2019.12.6/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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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차관은 볼커 전 의장에 대해 "서구에 중앙은행 제도가 생긴 이래 가장 강렬한 존재감을 보여준 분이다. 반세기 넘게 진보와 보수 정권을 넘나 들며 공적인 일에 헌신하였고, 현직을 떠나서도 흐트러지지 않는 처신으로 명예와 권위를 지킨 극히 드문 케이스다"고 적었다. 후임 앨런 그린스펀에게 자리를 물리고 퇴진한 볼커는 2008년 금융위기가 오자 오바마 행정부의 백악관 경제회복자문위원회 위원장으로 '백의종군'해 국가의 위기 탈출에 기여했다. 또 위기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자기자본 투기성 거래를 제한한 '볼커 룰'을 기안하기도 했다.

김 차관은 2008년 늦가을 뉴욕 맨해튼에서 볼커 전 의장을 만난 기억도 떠올렸다. 김 차관은 "그의 사무실에서 만났는데 그는 키가 무려 2m의 거구여서(그는 프린스턴대 농구선수 출신이다) 악수하는데 내 손이 그의 손에 다 들어갈 정도였다"고 회고했다. 이어 "(볼커는) 소박하고 겸손하기 그지없었고, 면담 후 밖으로 나가면서 길다란 망또같은 외투를 걸친 그는 나에게 "넌 외투가 없냐"고 물어서 "괜찮다"고 했더니 "상남자네(You are a strong man!)'라는 농담도 건넸다고 적었다.

당시 그의 외양이나 인품만큼이나 인상깊었던 것은 그의 사무실에 걸려 있었던 액자였다고 김 차관은 추억했다. 볼커 전 의장이 소련 붕괴후 러시아에 경제자문을 하면서 선물로 받았던 액자로 "혁명을 하는데 가장 좋은 것은 루블화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것이다"는 레닌의 글귀가 자수로 적혀있었다. 김 차관은 벽에 걸린 혁명가 레닌 액자에서 '인플레이션 파이터'로서 폴 볼커의 긍지를 느낄 수 있었다고 한다. 또한 김 차관은 당시 사무실에서 차를 내준 기품있는 할머니 '비서'는 추후 2010년 결혼해 부인이 됐다며 유족에 심심한 위로의 말로 볼커 전 의장 추모의 글을 끝맺었다.
past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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