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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기자24시] 현대차 새 노조는 다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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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현대차 노조의 '와이파이 특근 거부'가 논란이다. 사측은 지난 9일부터 생산공장 안에서는 휴게·식사 시간에만 와이파이에 접속할 수 있도록 시간을 제한했다. 일하는 시간에 와이파이에 접속해 동영상을 보는 행위 등이 감사에서 적발됨에 따라 나온 조치다.

노조는 노사합의서를 일방적으로 파기한 것이라며 이번 주 토요일 특근을 거부하는 등 반발했다. 노조는 와이파이 제한을 용인하면 단체협약 등 다른 노사 합의 사안도 줄줄이 파기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조 입장을 이해한다 해도 사측이 일하는 시간에 휴대폰을 보라고 공장 안에 와이파이를 설치한 것은 아닐진대 노조 반발이 생뚱맞아 보인다.

이번 사례는 현대차 노조의 '전투적 실리주의'를 잘 보여준다. 강성과 실리를 떠나 최근 노조는 정치적·사회적 명분보다 더 많은 임금, 더 나은 복지를 위해서는 파업도 불사하는 경향이 짙다. 최근 실리 성향 노조 지부장 당선으로 파업이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지만 우려하는 시선도 적지 않은 이유다.

투쟁 중심의 국내 노동계에서 실리 노조는 임금, 복지, 고용에서 강성 노조보다 더 많은 실리를 챙겨야 선명성 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는 태생적인 한계를 안고 있다. 차 업계 위기가 고조되는 상황에서 노조가 더 많은 이익을 챙기기 위해 회사 사정에 아랑곳없이 조바심을 낸다면 파업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고임금의 현대차 노조가 임금을 더 받기 위해 파업을 한다'는 비난 여론도 피하기 어렵다.

실제 실리 노조는 요구안이 관철되지 않으면 얼마든지 파업을 했다. 2014~2015년 실리 성향인 이경훈 집행부는 임금·단체협상이 여의치 않자 모두 41일에 걸쳐 부분파업을 했다. 실리 성향 지부장 당선으로 상급 단체 지침에 따른 이른바 '뻥 파업'은 줄어들겠지만 파업이 없을 것이라는 기대는 환상이다.

실리 성향 후보로 6년 만에 당선된 이상수 씨는 선거를 치르면서 조합원 고용 안정과 복지 확대 등 '합리적인 노동운동을 통한 조합원 실리 확보'를 약속했다. 새 노조가 전투적 실리주의를 얼마나 극복할지는 두고 봐야 하겠지만 툭하면 특근을 거부하고 파업하는 관행에서는 벗어났으면 한다.

[전국취재부 = 서대현 기자 sdh@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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