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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매경춘추] 오팔세대와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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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음악 많이 들으세요?" "그럼, 많이 듣지." 모임에 나가 음악 이야기를 꺼내면 다들 반긴다. 그런데 어떻게 듣고 있는지 질문하면 "스마트폰으로 듣는데, 사실 애들이 다 해줘, 난 그냥 듣기만 하지"라고 답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럴 때 필자는 '5060세대가 스마트폰 앱의 다양한 기능으로 음악을 듣는 건 아직 어렵구나'라고 짐작하곤 했다.

그런데 최근 김난도 서울대 교수의 '트렌드 코리아2020'을 읽으며 내 생각이 편견일 수도 있겠다 싶었다. 김 교수는 앞으로 자금력 있고, 적극적으로 여가활동을 즐기는 신노년층이 새로운 소비층으로 부각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그들을 '오팔 세대'라 불렀다. '58년 개띠'를 의미하기도 하는 오팔 세대는 3040세대만큼 정보기술(IT) 기기를 능숙하게 다루지 못하지만, 필요하다면 디지털 기기 이용법을 배워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오팔 세대는 아날로그와 디지털 음악을 모두 경험한 세대다. 어릴 때는 LP, 라디오로 '아날로그 음악'을 들었고, 청년 시절에는 PC로, 중년이 되어서는 모바일, AI 스피커로 음악을 듣고 있다. 능숙하지는 않아도 서서히 디지털 음악 환경에 적응해온 것이다.

지니 서비스로 음악을 듣는 오팔 세대의 스트리밍 소비동향을 살펴보니 전년보다 음악 소비량이 51% 늘었고, AI 스피커로 노래를 듣는 5060세대의 비율도 증가했다. 가수나 노래 제목을 말하며 "노래 틀어줘" 하면 바로 음악이 나오니 손쉽게 AI 스피커로 음악을 즐기는 것 같다. 한편, 오팔 세대는 지난해 퀸 영화를 싱얼롱 극장에서 떼창으로 즐겼고, 올해는 '미스트롯' 방송 이후 트로트 열풍을 이끌었다. 최근에는 음악을 고품격 라이프스타일로 즐기고 싶어하는 오팔 세대도 늘고 있다. 집에 나만의 '음악감상실'을 만들고, 폼나게 커넥티드카에서 드라이빙 음악을 듣고 싶어하는 오팔 세대의 잠재욕구를 자극해 오디오 업계, 자동차 업계는 라이프스타일과 연계된 고가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

그렇다면 디지털 음악시장을 주도해온 음악 서비스사들은 오팔 세대를 위해 무엇을 하고 있나? 사실 지금까지 음악 서비스사들은 2030세대를 주 이용층으로 보고 음악 서비스를 해왔고, 오팔 세대를 주목하지 않았다. 이제라도 음악 서비스업계는 서비스를 다시 돌아볼 필요가 있다.

'오팔 세대는 어떤 음악 큐레이션 서비스를 좋아할까? 그들을 위한 새로운 음악 서비스 앱을 만든다면?'하고 이런저런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본다. 새해에는 오팔 세대의 음악 소비를 응원할 연결고리를 만들고 새해 오팔 세대의 음악 사용 패턴을 반영한 음악 서비스를 제대로 한번 찾아봐야겠다.

[조훈 지니뮤직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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