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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이슈 미술의 세계

[단독] 단색화 巨匠 박서보, 영국에 미술관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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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근교 레딩 지역에 건립 예정

한국 단색화 거장 박서보(88)의 이름을 딴 미술관이 영국에 생길 전망이다. 박서보 측 재단법인 서보미술문화재단 관계자는 "영국 런던 근교 레딩 지역에 '박서보미술관' 건립 방안을 결정하고 추진키로 했다"고 9일 밝혔다. 중국 지란교육재단과 손잡고 이 지역 2000평 규모의 고성(古城) 일대를 사들여 미술관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물감 바른 화면을 연필이나 막대기로 계속 그어 내리는 이른바 '묘법(描法)'으로 잘 알려진 한국 추상미술의 대표 작가인 만큼, 이 미술관 건립은 유럽에 한국 미술을 심도 있게 소개할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계획은 당초 영국 부지에 동양 정신과 서양 문화의 융합을 기치로 하는 학교 건립을 준비하던 중국 사업가가 지난여름 한국에 들렀다가 지인을 통해 박서보 측과 만났고, 그의 회고전을 둘러보며 미술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 급물살을 타게 됐다. 반복적 수행과 같은 단색화에 깃든 철학을 통해 교육·문화적 성과를 거둘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박서보 측은 "향후 작품 100여점, 아카이브 100여점을 영구 임대 방식으로 건넬 예정"이라며 "박서보 상설전뿐 아니라 단색화 특별전 등을 병행하고자 한다"고 했다. 미술관 건축가로는 영국의 스타 건축가 토머스 헤더윅 등을 물망에 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화가의 이름을 딴 미술관이 해외에 지어진 사례는 이우환(83)의 경우가 있다. 2010년 일본 나오시마에 '이우환미술관'이 개관했고, 프랑스 아를에도 내년에 '이우환미술관'이 문을 열 예정이다. 박서보 역시 국제적 주목을 받고 있다. 최근 국립현대미술관 대규모 회고전, 프랑스 파리를 대표하는 화랑 페로탱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여는 등 국내외에서 활발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에는 대한민국예술원상을 받았다.

박서보의 고향 경북 예천에도 미술관 건립 논의가 동시에 이뤄지고 있다. 예천군청 관계자는 본지 통화에서 "서울에서 작가와 직접 만나 건립 부지 및 시기 등에 대해 논의했다"고 했다. 부지는 경북도청 소재지 인근이 거론되고 있는데, 결정되면 완공까지 3년 정도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재단 측은 박서보 특유의 밑그림이라 볼 수 있는 '에스키스·드로잉' 전문 미술관으로 꾸미고 싶다는 바람을 전달했다.





[정상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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