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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광화문 3개 車路 막은 무단 장례식… 24만원 변상금으로 끝내려는 서울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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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오종렬 진보연대 의장 영결식, 9시간 가량 광화문 광장 무단점유

무대 등 설치됐지만 市 제재 안해… 경찰은 출근시간대 행진 허용

"내가 오종렬이다!" "의장님 뜻에 따라, 조국통일 완수하자!"

10일 오전 9시쯤 군중 700명이 서울광장에서 광화문광장으로 이어지는 세종대로 3개 차로(車路)를 차지하고 이같이 외치며 대형 영정을 앞세운 운구 행진을 시작했다. 평일 출근 시간대 자동차 도로 행진을 허용한 경찰은, 이들을 위해 도로를 통제했다. 관(棺)에 누운 오종렬(7일 사망·81)씨는 전교조 창립 멤버이자 광우병 시위, 미군 장갑차 여중생 압사 사건 항의 시위 등 각종 반미·친북 시위를 주도했던 사람이다.

1시간 만에 도착한 광화문광장에서 이들은 오씨에 대한 이른바 '민족통일장(葬)'을 시작했다. 광장 곳곳에서 '민노총 금속노조' '전국공무원노조' '사회진보연대' '민주일반연맹'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 등의 깃발이 휘날렸다. 행사는 애국가 대신 '임을 위한 행진곡'으로 시작됐고, 이들은 이를 '민중의례'라고 불렀다.

조선일보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오종렬 한국진보연대 총회의장 영결식에서 만장과 상여 등 운구 행렬이 광화문 북측 광장을 향해 걸어가고 있다. /장련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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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에는 새벽 4시부터 전광판과 무대가 설치돼 있었다. 세금으로 운영·관리되는 광화문광장은 이용하기 전 서울시에 신고해야 하지만, 오씨 장례식은 미신고 행사였다. 서울시는 이들의 전광판과 무대 설치 등에 대해 아무런 제재 조치를 하지 않았다.

전광판에서 오씨 생전 영상이 흘러나왔다. 그러자 왼쪽 가슴에 '민중당'이라고 적힌 재킷을 입은 참가자 등이 그걸 보고 눈물을 흘렸다. 김명환 민노총 위원장이 단상에 올라 "우리는 이(오씨의) 뜻을 이어받아 노동자 민중을 쥐어짜려는 재벌 대기업, 초국적 자본과 부패한 국내 정치세력, 제국주의 세력에 대항한 투쟁을 계속하고 있다"고 했다.

오씨가 몸담았던 한국진보연대는 이날 발표한 결의문에서 "우리는 촛불 항쟁의 선봉이 됐고, 촛불 민중과 함께 '나라다운 나라'를 향해 힘차게 전진하고 있다"며 "아직 해방은 오지 않았다. 미군이 철수하고, 국가보안법이 폐지돼야 진정한 해방이다. 외세를 몰아내고 우리 민족끼리 힘을 합쳐 통일을 이루는 그날까지 우리는 투쟁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행사는 오전 11시 30분쯤 끝났다. 전광판과 무대는 오후 1시에 철거됐다. 광장 무단 점거에 대해 서울시 측은 이날 오후 2시 30분 "특별한 문제가 파악되지 않았다"며 "주최 측이 분향소 등 시설물을 알아서 철거해 시가 나설 일은 없다"고 밝혔다. 그러더니 오후 5시에 새로운 입장을 내놨다. 광화문광장 무단 사용료를 부과하겠다는 것이다. 시 관계자는 "시설물이 서울시 신고 없이 기습 설치된 것으로 판단, 변상금 고지서를 발급하기 위해 주최 측으로부터 주민등록증을 제출받도록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했다.

시 조례에 따르면 공공시설물인 광화문광장 무단 점유 시 변상금을 물릴 수 있다. 조례 기준은 면적 1㎡당 1시간에 12원가량이다. 좌파단체들이 이날 장례식을 위해 광장을 무단으로 점유한 시간은 이날 오전 4시부터 오후 1시까지 9시간이었고, 차지한 면적은 광화문 북측광장 약 2300㎡였다. 변상금 금액은 약 24만원으로 예상된다.

[조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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