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19 (일)

정경심 표창장 위조 공소장 논란...한 사건, 두 재판되나?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아예 새롭거나 다른 사건 아닌데…法 판단 이해 안돼"
대법 판례는 "행위 달라도 동일성 있으면 변경 허가"
검찰, ‘표창장 위조’ 별도 기소해 ‘투 트랙’ 재판 받을 듯

조선일보

조국 전 법무장관의 부인 정경심씨. /뉴시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조국 전 법무장관의 아내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표창장 위조 혐의를 놓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검찰이 공소장을 변경할 수 있게 해달라고 했으나,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서다. 법조계에서는 "하나의 행위를 놓고 두 개의 재판이 동시에 열리는 이례적인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1일 법원과 검찰에 따르면 검찰은 정씨의 사문서 위조 혐의에 대해 지난달 27일 공소장 변경 허가 신청서를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재판장 송인권)에 제출했다. 재판부는 10일 열린 3차 공판준비기일에서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결정을 내렸다.

공소장 변경은 검찰이 기소한 뒤에 공소장에 적은 공소사실이나 적용 법조를 추가·철회·변경하는 제도다. 재판의 진행 경과에 따라 재판부가 검찰에 먼저 요청하는 경우도 있다.

검찰은 조 전 장관의 국회 인사청문회 당일인 지난 9월 6일 정씨의 동양대 표창장 위조 혐의에 사문서 위조를 적용해 재판에 넘겼다. 당시만 해도 표창장 위조 시점을 2012년 9월 7일로 파악했기 때문에 공소시효 만료를 1시간가량 남겨놓고 기소한 것이다.

정씨에 대한 추가 기소는 지난달 11일 있었다. 정씨의 혐의는 사모펀드 비리 등 14가지다. 이 가운데 자녀 입시비리 관련 혐의도 있었는데, 표창장 위조 시점을 2013년 6월로 적시했다. 표창장 위조 장소도 동양대 연구실에서 정씨 집으로 바뀌었다.

검찰은 추가 기소한 내용에 맞춰 먼저 재판에 넘긴 사안의 공소장을 변경할 수 있도록 해달라며 법원에 요청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불허했다. 공범과 범행 일시, 장소, 방법, 목적 등이 동일하지 않다는 이유를 들었다. 별도로 재판해야 하는 사건이라고 본 것이다.

재판부의 이같은 판단을 놓고 법조계에서는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판단"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하나의 사건을 놓고 '디테일'을 추가하는 수준인데 굳이 받아들이지 않을 필요가 있었냐는 지적이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검찰이 아예 새로운 사건을 들고 온 게 아니지 않느냐"며 "수사 경과에 따라 범행 내용을 정확히 적시하겠다는 것인데 굳이 재판부가 불허한 이유를 모르겠다"고 했다.

대법원 판례는 "공소사실의 동일성은 사실의 기초가 되는 사회적 사실관계가 기본적인 점에서 동일하면 그대로 유지된다"며 "기본적 사실관계의 동일성을 판단함에 있어서는 피고인의 행위와 사회적 사실관계를 기본으로 하되 규범적 요소도 아울러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대법원은 해당 판례에서 두 공소사실이 행위나 피해법익이 다소 다르더라도, 규범적으로 판단했을 때 공소사실의 동일성이 인정된다면 공소장 변경을 허가해야 한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범행 일시가 9개월의 차이가 있고, 장소도 경북 영주시에서 서울 서초구로 달라지는 등 내용상 차이가 크다고 판단할 여지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피고인의 방어권이 침해될 여지가 크다는 것이다. 검찰의 공소 사실을 깨트리기 위해 변호인 측이 준비해야 하는 증거와 변론 전략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형사소송법에 따라 공소사실의 변경 등이 피고인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면 공판 절차를 중지할 수 있다"며 "재판장이 정씨에 대한 보석 가능성을 선제적으로 언급한 상황인데, 그렇다면 직권으로 보석 결정을 내리고 변경된 공소사실에 대해 판단을 하면 될 것"이라고 했다.

검찰은 공소장 변경을 재신청하는 방안과 별도로 기소하는 방안 등을 놓고 검토에 들어갔다. 검찰 안팎에서는 사문서 위조 혐의를 별도로 기소해 따로 재판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하나의 행위로 두 번 기소하는 건 일사부재리 원칙에 위반되지만, 정씨의 사문서 위조 혐의는 법원이 "다르다"는 판단을 이미 내렸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시각이다.

앞서 기소한 사건의 재판도 그대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공소장 변경 허가 신청이 기각당할 경우 대항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 항소심에서 항소 이유 중 하나로 제시하고, 판단을 받아봐야 한다는 게 검찰 내부의 시각이다.

[오경묵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