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이 11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사진)은 11일 북한이 이달 하순 소집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5차 전원회의에서 지난해 4월 전원회의 때 했던 ‘핵 시험 및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중지’ 결정을 취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정 수석부의장은 이날 기자간담회를 갖고 “북한이 이달 전원회의에서 지난해 전원회의 때 결정했던 사항을 사정이 변경되고 환경이 개선되지 않았다는 명분을 걸어 취소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북한은 지난해 4월20일 열린 당 제7기 제3차 전원회의에서 핵무력과 경제 병진노선의 종료를 선언하고 경제건설 총력집중 노선을 채택했다. 그러면서 핵 및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 발사 중지를 선언했다. 북한이 설정한 ‘연말 시한’을 앞두고 북·미간 긴장 수위가 높아지는 가운데 북한이 대화 국면에서 중지했던 핵무력 실험을 재개할 것이라는 관측이 커지고 있다.
정 수석부의장은 “미국이 상응조치는 얘기하지 않고 선 비핵화만 계속 주장해 하노이 회담이 깨졌고, 스톡홀름 실무협상에서도 영변 플러스 알파를 북한이 내놓으면 석탄·섬유 제품 수출 정도를 3년간 풀어줄 수 있다고 했다”며 “이는 북쪽에서 보기엔 값이 안맞는 상응조치”라고 분석했다. 그는 “오는 15일쯤 방한하는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어떤 복안을 갖고 올지 알 수 없지만, 선거가 임박한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에게 굴복했다는 얘기가 나올 수 있는 조치는 할 수 없으리라고 본다”며 북한이 요구하는 상응조치가 연말까지 나올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예상했다.
북한이 예고한 ‘새로운 길’에 대해 정 수석부의장은 “김 위원장이 백두산에 올라가 추위에 모닥불 쬐고 하는건 할아버지인 김일성 주석이 했던 것처럼 항일 빨치산 정신으로 버티겠다는 메시지”라며 “미국에 굴복하지 않고 국위선양하려면 고생 좀 해야한다는 뜻이자, 미국에는 자신들이 버틸 준비가 돼 있고 경제가 어려워 손 들거라고 생각한다면 착각이라는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우리 정부의 촉진자 역할이 중요하지만, 정부가 북한을 움직일 만한 수단이 대북 제재에 의해 막혀있다고 정 수석부의장은 지적했다. 그는 “금강산관광, 개성공단 등이 대북 제재로 모두 막혀있는 상황에서 우리 정부가 북한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여지가 없다”면서 “미국이 북핵 문제에 돌파구를 열고 싶으면 우리한테 (남북 협력 사업을) 할 수 있도록 사인을 줘야 한다”고 했다.
이주영 기자 young78@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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