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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8 (수)

캘린더 디자인-새해를 맞는 디자인, 캘린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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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작품인가? 달력인가? 새해를 맞이하면서 달력을 구입하는 이유는 일상에 ‘아트’를 끌어들여 마음에 ‘휴식’을 구하기 위해서다. 그래야 이제는 그 효용이 떨어진 달력을, 굳이 사기 위해 온라인 쇼핑몰과 디자인 문구점을 들락날락 하는 게 설명이 된다.

자고로 달력이란 24절기를 중시하는 세계에서 1년을 수호하는 상징임과 동시에 억척스러운 생활력을 보여주는 물건이었다. 365일이 빼곡한 그 종이 위에 온 집안의 대소사와 급히 잡힌 약속까지 깨알같이 적어 내리는 게 사람 사는 일의 하나였다. 세월이 흘러 흘러 2020년. 이제 달력과 시계의 롤을 완벽히 대체하는 휴대폰을 심장처럼 부여잡고 사는 시대가 되었다. 모바일 스케줄러와 알람이 완벽한 라이프스타일 비서가 된 지금 달력의 효용은 케케묵은 먼 나라 이야기가 됐다.

그러나 세상의 수많은 아티스트들은 새해 맞이 달력 디자인에 여념이 없다. 굳이 필요없는 물건이 된 마당에 말이다. 그건 달력을 향한 우리의 달라진 시선을 붙잡고자 하는 행위다. 기능성 제품에서 아트 영역으로 바뀐 우리의 시각 말이다. 아티스틱한 달력은 내 일상 속 공간 한 편에 자리하면서 일상에 휴식과 위로를 주는 물건으로 변신했다. 캘린더를 구입한다는 건 크지 않은 비용으로 일 년 내내 아트 작품을 감상하는 행위가 된다. 그래서 아티스트와 디자이너들은 장인 정신을 가지고 지면에 ‘아름다움’을 풀어내는 중이다. 그러다 보니 과거처럼 요일과 숫자를 명기하는 기능보다 벽에 걸었을 때 느껴지는 디자인적 완성도가 중요해졌다.

시티라이프

포토그래퍼 ‘보라’의 여행 사진으로 디자인된 2020년 캘린더. 그냥 작품이다. 한정된 지면을 활용한 세련되고 다양한 변주가 돋보이는 문구 디자인 스튜디오 ‘웬아이워즈영’의 2020 캘린더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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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티라이프

타이포그래피와 에너지 넘치는 컬러만으로 디자인된 ‘아프로캣’의 2020 캘린더 ‘소소문구’의 아날로그적 감각이 돋보이는 2020 캘린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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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을 코앞에 둔 요즘, 다양한 캘린더가 우리 곁을 찾았다. 떠들썩한 움직임은 아니지만, 올해는 유독 디자인이 더 눈에 밟힌다. 사진가이자 매년 자신의 작품으로 캘린더를 제작해 온 ‘보라’는 이 달력 사진으로 전시를 할 만큼 완성도가 뛰어나다. 이번엔 베를린을 테마로 회화적인 작품을 선보였는데 이국적인 도시를 특유의 세련된 감도로 담아내 눈길을 끈다. 특히 작가의 개성이 드러나는 미니멀한 구도와 계절별로 달리한 컬러 테마가 보는 이들의 마음을 부풀게 한다. 벽에 걸어 두고 일 년을 보내다 보면 언제라도 낭만적인 여행을 떠나는 상상을 하게 될 것이다. 소소문구에서는 다가올 12개월을 한눈에 느낄 수 있는 12색 캘린더를 선보였다. 문구 전문 브랜드답게 아날로그 감성이 극대화된 50년대풍 제도 자를 소재로 디자인했다. 늘 그래 왔듯 아날로그적인 것을 공략해 마음을 열게 한다(물론 지갑도). 12장이 하나로 이어지는 디자인과 낱장으로 된 디자인 두 종류인데, 자신의 개성에 따라 부착하는 재미가 있다. 정성을 다해 벽에 붙이고 나면 그저 이 제품 하나로 자신의 공간에 새로운 인테리어를 한 기분에 취하게 된다. 문구 디자인 스튜디오 ‘웬아이워즈영’도 새로운 캘린더 디자인에 나섰다. 미니멀한 도형을 모티프로 한 디자인으로 세련됨과 도시적인 감각을 구현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어린 시절의 동심을 항상 자극하는 이곳에선 역시 그 정체성을 이어 가는 도형적이고 기하학적인 디자인의 캘린더를 선보였다. 특유의 컬러 베리에이션으로 이어지는 12디자인 달력은 내 방에 추상화를 들이는 것만 같은 감흥을 선사한다. 이외에 개성 있는 타이포그래피와 네온 컬러로 눈길을 사로잡는 ‘아프로캣’의 ‘먼스 온 더 월’도 주목할 만하다. 이 벽걸이 달력은 특별한 장식 없이 아라비아 숫자와 영문만으로 디자인되었는데, 색감 구현이 뛰어난 리소그래피 인쇄와 과감한 타이포그래피 플레이로 흥겨운 에너지를 내뿜는다.

이것들은 달력이지만 작품이다. 이제 새해 맞이 달력을 구입하는 이유는 일상에 ‘아트’를 끌어들여 마음에 ‘휴식’을 구하기 위해서다. 팍팍한 일상에 적은 돈으로 예술을 끌어당기는 행위. 일 년 동안 곁에 두고 야금야금 힐링을 하기 위한 저축. 지금 디자인 캘린더를 사러 나가야 할 이유가 된다.

[글 한희(문화평론가) 사진 소소문구, 웬아이워즈영, 아프로캣, 보라스튜디오]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708호 (19.12.17)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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