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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8 (수)

뮤지컬 ‘레베카’ 처연한 아름다움, 미스터리 그리고 오감 만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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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8년 초판을 찍은 이래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절판된 적 없는 베스트셀러이자 고전인 『레베카』. 이 소설은 극적인 이야기 전개, 비극적이고 강인한 캐릭터, 순수한 소녀적 감성의 여인이 자아를 찾아 나가는 여정 등을 섬세한 필치로 묘사한다. 당연히 영화, 뮤지컬로도 사랑받았고 특히나 한국에서는 벌써 네 번째 무대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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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fo

장소 충무아트센터 대극장

기간 ~2020년 3월15일

티켓 화·수·목-VIP석 14만 원, R석 12만 원, S석 9만 원, A석 6만 원 / 금·토·일-VIP석 15만 원, R석 13만 원, S석 10만 원, A석 7만 원

시간 화·목-오후 7시 / 수·금-오후 3시, 8시 / 토·공휴일-오후 2시, 7시 / 일-오후 3시 (월 공연 없음)

출연 막심 드 윈터-류정한, 엄기준, 카이, 신성록 / 댄버스-신영숙, 옥주현, 장은아, 알리 / 나-박지연, 이지혜, 민경아 / 잭 파벨-최민철, 이창민 / 반 호퍼-문희경, 최혁주 / 베아트리체-이소유, 류수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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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뮤지컬 시장은 지난 10년간 양적·질적 성장을 거듭해 왔다. 이른바 ‘티켓 파워’가 증명된 뮤지컬 전문 가수들이 자리를 잡았고 브로드웨이에 비해 손색없는 무대 장치나 곡의 해석, 의상 등도 보는 즐거움을 더했다. 그중에서도 한국 무대에서 초연 성공 이후 노래와 무대가 더 성숙해진 작품을 꼽자면 ‘레베카’를 빼놓을 수 없다.

2014년 초연 이후 2015년, 2017년 공연에서 평균 객석 점유율 92%, 총 517회 공연으로 67만 명에 달하는 관객을 동원한 ‘레베카’가 2년 만에 다시 무대에 올랐다. 이 뮤지컬은 영국에서 ‘서스펜스의 여왕, 최고의 이야기꾼’이라 평가받는 여류 작가 대프니 듀 모리에의 원작과, 스릴러 대가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동명 영화와 같은 극이다. 2006년 오스트리아 빈 월드프리미어에서 초연되어 ‘소설과 영화를 뛰어넘는 충실한 뮤지컬’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 ‘레베카’를 유난히 한국인이 사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물론 뮤지컬계 최강 콤비로 불리는 극작가 미하엘 쿤체와 작곡가 실베스터 르베이의 힘, 류정한, 엄기준, 옥주현, 신영숙, 이지혜 등 실력파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와 가창력, 초연부터 연출을 맡아 힘과 아름다움이 공존하는 극을 이끈 로버트 요한슨의 감각도 큰 비중을 차지하지만, 비극적이면서 멜로와 서스펜스, 스릴러 장르로 변환되며 깊고 풍성해지는 서사도 그 이유일 것이다.

불의의 사고로 아내 레베카를 잃고 힘든 나날을 보내는 ‘막심 드 윈터’. 아내를 잃은 트라우마를 견디지 못한 그는 몬테카를로로 여행을 떠난다. 막심은 그곳에서 반 호퍼 부인의 비서 겸 말동무인 순수하고 아름다운 여인 ‘나’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두 사람은 결혼식을 올리고 막심의 대저택 맨덜리로 돌아온다. 맨덜리는 아름다웠지만 음산하고 기묘한 분위기를 풍기는 곳이다. 죽은 레베카가 살아 숨 쉬는 것처럼 맨덜리의 모든 것은 여전히 레베카에 깊게 물들어 있고 집사 ‘댄버스 부인’은 시종일관 무표정으로 ‘나’에게 경계심을 드러낸다. 댄버스 부인은 레베카의 신임을 통해 자신의 존재 가치를 확인받아 온 여인. 댄버스는 레베카가 죽은 뒤에도 레베카에 대한 집착을 버리지 못하고 저택 곳곳에 그녀의 흔적을 소중히 간직한다. 그리고 레베카의 자리를 위협하는 ‘나’를 내쫓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사랑하는 막심과의 행복한 삶을 꿈꾸던 ‘나’는 점점 위축되고 오해가 쌓여 막심과의 관계도 위태로워진다. ‘나’가 자괴감에 빠져 괴로워할 때 레베카의 보트와 시신이 우연히 발견되면서 맨덜리 저택 사람들은 새로운 국면에 빠진다.

‘레베카’의 대본을 쓴 미하엘 쿤체는 “트라우마에 빠진 한 남자를 구하면서 자신도 몰랐던 힘과 자존감을 찾아 가는 여인, 즉 ‘나’의 자아 찾기 이야기”라고 설명한다. 작품은 막심, 댄버스, ‘나’ 세 사람이 이끌지만 극의 처음부터 마지막까지를 지배하는 인물은 극에 한 번도 등장하지 않는 레베카다. 반 호퍼, 잭 파벨, 베아트리체 등도 빼놓을 수 없는 존재감을 과시하는 캐릭터다. 회전하는 발코니, 스케치를 통한 이야기 전개 등 섬세하게 구성하고 상상력을 동원한 무대 역시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글 김은정(프리랜서) 사진 EMK뮤지컬컴퍼니]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708호 (19.12.17)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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