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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5 (일)

“유니콘? 韓 벤처투자 쏠림 심하고 정부 의존도 높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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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벤처 지원금은 많은데 1억 이하이고, 창업 5년까지는 지원금이 부족하다.’

11일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중소벤처기업 혁신성장을 위한 생태계 전략' 토론회에서 유병준 서울대 교수는 "미국 창업자들이 다시 태어나면 한국에서 창업하고 싶다는 농담을 할 정도로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창업 지원을 해주고 있지만, 기초 단계 투자는 매우 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내 11번째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 이상 비상장 벤처기업)에 면역치료제 제조업체인 ‘에이프로젠’이 등재된 가운데 유 교수는 "현재 벤처 지원 정책으로는 내실있는 스타트업도 유니콘에 도달하기 매우 힘든 상황"이라고 했다.

유 교수는 "가장 큰 문제는 벤처 투자액은 많지만, 자금이 특정 단계에 몰려 있다는 점"이라며 "5000만~1억원 단위의 기업 투자 자금이 대부분이고 시작 단계나 창업 3~5년 차 기업이 속한 ‘데스밸리’ 단계, 스케일업 기업에 대한 지원은 매우 미흡하다"고 했다.

조선비즈

11일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중소벤처기업 혁신성장을 위한 생태계 전략' 토론회에서 유병준 서울대 교수가 발표하고 있다. /최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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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국내 벤처 투자 규모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기준 벤처펀드 출자자별 금액을 보면, 정책금융 출자는 1조5713억, 민간출자는 3조1155억에 달했다. 이에 대해 유 교수는 "전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수준"이라며 "한국벤처투자나 금융위원회 등 다양한 정부 기관에서 벤처 지원이 일어나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유 교수는 지원 금액 자체는 많으나 투자 쏠림 현상이 있으며, 정부 의존도가 높고 투자자 다양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금액에 비해 정부 지원이 특정 단계에 집중돼 있고, 유니콘 기업에 이르기까지 중간 중간 비어있는 곳이 많아 스타트업들이 도약하기 힘든 상황이라는 것이다.

유 교수는 ‘투자의 빈공간’을 해결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주장했다. 그는 "가르치는 학생 중에 경진대회에서 500만원 받고 회사 시작해서 아직도 하고 있는 친구가 있다"며 "대학생들에겐 시드머니가 부족한데 이 부분이 해결이 안 되고 있다"고 했다. 또 위원회를 통해 선정된 스케일업 기업에는 10~30억 규모의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유 교수는 "대기업이 스케일업 등에 투자를 하고 싶어도 눈치를 보며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사내 벤처캐피탈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고, 부정적 인식을 탈피해야 한다"고 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돈이나 규제 때문에 창업을 하지 못한다는 것은 통념에 불과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배종훈 서울대 교수는 "사업을 접는 이유는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성장 기회가 없기 때문"이라며 "규제를 풀어줘야 돈을 벌 수 있다고 말하는 사람은 게으른 창업가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배 교수는 "기존의 사회적 합의가 반영된 규제를 바꿔달라 거나, 새로운 규제를 만들어 달라는 건 가치 창출보다는 한쪽 주머니에 있는 돈을 다른 쪽으로 넘기는 것"이라며 "이는 기회 창출형 창업과는 거리가 멀다"고 했다. 그러면서 "재정 지원을 받고 감시(규제)를 없애 달라는 것은 모순"이라고 했다.

최지희 기자(he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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