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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납기 촉박하거나 대량리콜 발생땐 특별연장근로 허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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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中企 주52시간제 1년 연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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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1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주52시간제 보완대책`을 발표하기 위해 브리핑실에 들어서고 있다. [사진 = 한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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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업원 50~299명인 중소기업에 대한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을 1년간 유예하는 내용의 법안 개정이 국회에서 막히자 고용노동부가 시행규칙 개정이라는 긴급 처방에 나섰다. 고용부 장관이 관련 시행규칙을 개정해 주52시간제 위반 행위에 대한 단속을 유예하는 계도기간을 1년간 주기로 한 것이다.

아울러 고용부는 특별연장근로의 인가 사유 범위도 다음달 중으로 넓히기로 했다. 이미 지난달 '경영상의 사유'를 추가하겠다고 발표했는데 경영상 사유의 구체적인 적용 사례를 11일 공개한 것이다.

이에 따르면 △인명 보호·안전 확보를 위해 필요한 경우 △시설·설비의 갑작스러운 장애, 고장 등 돌발 상황에 긴급 대처가 필요한 경우 △통상적이지 않은 업무량의 대폭적 증가가 발생하고 단기간 내에 처리하지 않으면 사업에 중대한 지장이나 손해가 초래되는 경우 △고용노동부 장관이 국가 경쟁력 강화와 국민 경제의 발전을 위해 인정하는 연구개발 등도 특별연장근로가 가능해진다. 입법예고와 법제처 심의 등을 거쳐 다음달 중으로 시행에 들어간다는 게 고용부 계획이다.

300인 미만 기업뿐만 아니라 모든 기업에 적용되는 이 제도는 사업장이 주 52시간을 넘겨 일할 수 있도록 정부가 사실상 노동시간 제한 예외를 허용하는 제도다. 현행 근로기준법 제53조 제4항에 따르면 '특별한 사정'이 있으면 고용부 장관 인가와 근로자 동의를 받아 특별연장근로를 할 수 있다. 그간 이 특별한 사정은 '재난 및 이에 준하는 사고 발생'에 국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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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적이지 않은 업무량의 대폭적 증가'의 대표적인 경우는 원도급의 갑작스러운 주문에 따라 납기일이 촉박한 경우다. 이재갑 고용부 장관은 "중소기업의 경우 주문량이 일정하지 않기 때문에 주52시간제를 준수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며 "이런 경우 주문이 들어오면 특별연장근로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장관은 "대기업은 대개 생산량 변동성이 없지만 장치산업은 일시에 집중적으로 심야 작업을 해야 하는 기간이 있다"며 "도로 공사 건설은 명절 직전 업무 강도를 높여야 하는 경우가 있다"고 덧붙였다. 대량 리콜 사태나 마감이 임박한 회계처리 업무 등도 이에 해당한다.

다만 특별연장근로를 할 때 제한이 없는 건 아니다. 특별연장근로를 고용부에 신청할 때 사용자는 신청서에 건강권 보호조치 방안을 써내야 하기 때문이다. 건강권 보호조치는 △근로일 종료 후 다음 근로일 개시 전까지 11시간 연속휴식 부여 △추가 연장근로시간을 1주 8시간 이내로 운영 △특별연장근로 도중 또는 종료 후 특별연장근로시간만큼 연속휴식시간 부여 등 중에서 복수로 선택할 수 있다. 이 장관은 "건강권 보호조치 없이 과도하게 특별연장근로를 신청하면 재신청하도록 지도하겠다"며 "(만약 건강권 보호조치를 지키지 않을 경우) 법 위반이라고 할 수 없지만 다음번 인가를 신청할 때 불이익을 주겠다"고 말했다.

이미 지난달 예고했던 계도기간 부여는 300인 미만 기업에 대해 일괄적으로 1년을 주기로 했다. 당초 100인 미만 기업에는 1년6개월 이상 계도기간 부여가 점쳐졌으나 노동계 반발 등의 이유로 1년으로 물러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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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날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오른쪽 사진 가운데)은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정부를 비판하며 이 장관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사진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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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정부 발표에 대해 노동계는 반발했다.

민주노총은 이날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특별연장노동에 대한 근로기준법 시행규칙 개악 방안을 발표해 노동시간 단축 흐름에 파탄을 내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민주노총은 "정부가 10%도 안 되는 준비 부족 사업장을 설득하고 지원하기보다 유연노동제 개악, 경영상 이유 초과노동 허용, 장시간 노동 감독 제외 등 사용자 요구를 모두 수용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불공정 거래와 정부의 자의적 행정조치 사이에서 노동자는 무제한 노동으로 희생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한국노총은 전날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 대회의실에서 중앙집행위원회를 열고 주52시간제 보완 대책에 대한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이 논의에서 한국노총은 50~299인 기업 주52시간제 보완 대책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고용부가 시행규칙 개정에 나서면 법적 대응을 하겠다는 입장을 정했다. 또 민주노총처럼 정부 주도의 모든 사회적 대화도 거부하는 것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태준 기자 / 양연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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