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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4 (토)

빅데이터도 거래하는 시대 | 국내 1호 민간 데이터거래소 KDX 출범 MBN ‘화재 뉴스 동영상’ 첫 거래 타이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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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N이 업로드한 ‘화재 뉴스 동영상’ 빅데이터. 방송국 자료화면용으로만 쓰일 줄 알았지만 소프트웨어 개발사인 씨이랩은 다르게 봤다. 화재 사고 동영상에 AI(인공지능) 분석 알고리즘을 적용해 비슷한 영상이 뜨면 화재로 인식하도록 연습(머신러닝)시킨다. 이를 폐쇄회로TV(CCTV) 감시카메라의 화재 감시 인식 시스템에 적용하면 자동 감지 성능이 극대화될 것으로 봤다. 주저 없이 씨이랩은 민간 첫 데이터거래소, 한국데이터거래소(KDX)에서 이 동영상 콘텐츠를 2000만원 주고 구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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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데이터 거래 시장 개화

▷KDX, 유통·소비 빅데이터 국내 1호

빅데이터를 공개 시장에서 돈을 주고 살 수 있는 길이 본격적으로 열렸다.

이우영 씨이랩 대표는 “아무리 AI가 발달해도 빅데이터가 없으면 무용지물이다. 고성능 장비가 동원된 사건사고 영상을 구하기가 어려운 탓에 CCTV에 인공지능을 적용하는 데 어려움이 많았는데 KDX를 비롯해 영상 데이터를 구할 수 있는 채널이 많아지면서 CCTV와 같은 스마트 보안 시스템도 고도화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12월 초 선보인 KDX는 국내 1호 데이터거래소로 기록됐다. MBN이 주관하는 유통·소비 빅데이터 플랫폼 컨소시엄이 추진한 프로젝트로 11월 26일 베타 서비스를 오픈한 후 일주일간 테스트를 거친 끝에 12월 2일 본격 출범을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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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X 참여 회사 경영진과 정부 관계자들이 12월 2일 서울 중구 그랜드앰배서더호텔에서 열린 KDX 출범식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매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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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데이터 담겼나

▷삼성카드 반려동물 빅데이터 눈길

KDX는 유통·소비 빅데이터 플랫폼을 지향한다. 이미 800여종 유통·소비 관련 빅데이터가 등재돼 있고 가격도 형성돼 있다. MBN과 함께 삼성카드, CJ올리브네트웍스, SK텔레콤, SK플래닛, 웰컴에프앤디, GS리테일 등이 주요 주주로 구성됐기에 출범이 원활했다. 나이스디앤알(D&R), 다음소프트, 로플랫, 빌트온, 식신, 온누리H&C, 지인플러스, 코리아크레딧뷰로, 한국우편사업진흥원 등 10개사도 데이터 공급자로 참여해 힘을 보탰다.

그 덕에 눈길 끄는 빅데이터 매물(?)도 여럿이다. SK텔레콤이 선보인 데이터로는 전국 시군구 단위 방문·거주·근무 인구 정보가 돋보인다. 기지국 데이터를 수집·가공해 통계화한 자료다. 가공 과정에서는 SK텔레콤 위치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인 지라프(GIRAF)가 사용됐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시간대별 해당 지역 인구 이동 추이, 요일별 유동인구 비교 분석을 통해 지역 내 거주 인구 특성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카드 빅데이터도 주목할 만하다. 대기업 중 최다인 10여개 데이터를 한꺼번에 올려 ‘빅데이터 전문업체’임을 유감없이 과시했다. 반려견 1000만 시대에 걸맞게 ‘반려동물 보유자의 소비 행태’를 소개했는가 하면 ‘신중년의 소비 행태’ ‘영유아 자녀 보유자의 소비 행태’ 등 유통·소비 시장의 트렌드를 가늠할 수 있는 아이템이 많다. 이 밖에 일별·시간대별 소비 행태, 지역별 소비 행태, 고객 유형별 소비 행태 등 일반적인 소비 데이터도 선보였다.

고상경 삼성카드 빅데이터분석(BIZ Analytics)팀장은 “반려동물, 출산·육아 라이프스타일 데이터를 활용해 관련 사업을 준비하거나, 해당 분야 고객을 대상으로 보다 세밀한 마케팅 전략을 고민하는 사업자를 위한 데이터”라면서 “소비자 특성을 보다 면밀히 분석할 수 있도록 특정 집단 소비 행태를 함께 제공해 비교 분석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대형 유통사의 빅데이터도 찾아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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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리테일이 KDX에 내놓은 ‘강남구 지역별 상품 분류별 매출 구성비’ 빅데이터(사진 오른쪽 동그라미). 이 데이터는 GS25 편의점의 상품 카테고리별 매출을 지역별로 나눈 데이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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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올리브네트웍스는 대한통운 송장 정보를 기반으로 한 ‘택배 송장 유통 인덱스’ 데이터를 최초로 공개했다. ‘편의점 강자’ GS리테일은 GS25 편의점에서 판매되는 상품의 시간대별·지역별 매출을 분석할 수 있는 데이터를 선보였다.

나이스디앤알은 연간 180만대에 달하는 국내 자동차 신규 등록 정보와 연간 380만대 규모의 차량 이전 정보 등을 공개했다.

스타트업 빅데이터 자료도 찾아볼 수 있다. e커머스 빅데이터 분석 기업 빌트온은 국내 17개 온라인 마켓에서 판매되는 상품 데이터를 수집·정제·가공해 새롭게 해석할 수 있는 데이터로 차별화했다. TV, 양문형 냉장고, 일반형 냉장고, 공기청정기 등 15종의 생활 밀접형 가전제품의 하루 치 e커머스 가격 순위, 리뷰 정보를 재가공한 덕에 가전제품 제조사와 유통사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는 후문이다.

맛집 추천 서비스 업체 ‘식신’ 이름도 보인다. 직장인 모바일 식권인 ‘식신 e-식권’ 분석 데이터, 68만개의 전국 음식점 정보와 이 중 엄선된 약 6000개의 전국 베스트 맛집 정보 등 총 18종의 데이터를 개방했다. 이미 식신의 맛집 데이터는 현대자동차 내비게이션을 포함해 약 80개사에 공급되고 있다.

서양민 식신 콘텐츠사업팀장은 “이번 개방을 계기로 더 많은 기업과 연구진이 시간과 비용을 아끼면서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지인플러스는 ‘건축물대장을 이용한 아파트 면적 상세 정보’를 통해 아파트 실제 면적을 확인할 수 있는 데이터를 업로드해 부동산 기반 유통 사업 빅데이터 거래 가능성을 높였다.

개인화 콘텐츠 추천 플랫폼 ‘데이블’의 데이터도 들여다볼 만하다. ‘미디어 방문자 연령대·성별 추정 데이터’는 데이블이 특정 기간 국내외 1500개 미디어의 방문자를 분석한 역작이다. 다음소프트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서 나타난 다양한 유통·소비 관련 키워드 추이를 분석한 ‘쇼핑 관련 키워드 버즈 추이’를 공개해 눈길을 끌었다.

KDX 관계자는 “시작하자마자 각 기업과 지자체에서 미팅 요청이 밀려들고 있다. 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에 대해 협업하자는 문의도 많다. 단순히 데이터 거래에만 국한하지 않고 공공·민간 맞춤형 서비스를 시범사업으로 시작, 내년에는 정식 서비스로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KDX는 공공 서비스의 예로 미세먼지가 소비자 행태에 끼치는 영향 분석을 통한 스마트 인덱스 서비스를 제시했다. 또 민간 서비스로는 소상공인 폐업률을 낮추기 위해 커피 프랜차이즈 창업 컨설팅 서비스를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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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데이터 거래소 쏟아진다

▷문체부, KT 등 10개 플랫폼 본격 가동

KDX 외에도 올해는 통신·금융·문화·임업 등 10개 분야 데이터 플랫폼이 구축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정보화진흥원은 빅데이터 구축·분석·유통 인프라 구축을 위해 올해부터 3년간 1516억원을 투입, ‘빅데이터 플랫폼 및 센터 구축 사업’을 진행, 여기에 10개 플랫폼을 선정하면서 빅데이터거래소 시대가 열리게 됐다.

12월 12일에는 ‘문화체육관광 분야 빅데이터 플랫폼’인 ‘빅데이터 포털’이 공개될 예정이다. 한국문화정보원이 주관한 빅데이터 포털에는 전국 문화시설, 문화관광 소비 속성, 숙박·식당 이용률, 문화 트렌드 데이터 등이 제공된다. 한국문화정보원 관계자는 “원데이터들을 융합한 서비스도 선보일 것”이라며 “전국 ‘문화시설+문화관광+문화소비’ 정보를 모두 갖춘 문화 역세권 지도 서비스가 대표적”이라고 강조했다.

12월 중순에는 KT가 주관해 구축한 ‘통신 분야 빅데이터 플랫폼’과 BC카드가 만든 ‘금융 분야 빅데이터 플랫폼’이 공개된다. 통신 분야 빅데이터 플랫폼에서 KT는 자사 통신 데이터를 비롯해 비정형 소셜 데이터, 상권배후지 데이터, 소비자 분포 데이터, 유동인구 데이터 등을 오픈한다. 금융 분야 빅데이터 플랫폼에는 BC카드의 2800만 개인소비 데이터, 304만 가맹점 매출 데이터 등을 기반으로 가공한 데이터와 P2P 대출상품 데이터 등이 거래될 것으로 보인다.

연말에는 산림 분야 빅데이터 플랫폼이 오픈할 예정이다. 이 플랫폼은 산림 휴양·복지, 산림 자원, 산림 재해안전 관련 데이터들이 융합된 형태로 제공될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기상 예보와 도시별 1인당 생활권 산림 면적 데이터 등을 융합한 ‘주요 도시 도시숲 대비 기온 분석’, 산림 생물과 국립공원 면적 데이터 등을 합친 국립공원 유해식물 정보 등이 대표적이다. 이 밖에도 지역경제 분야, 헬스케어 분야, 교통 분야, 환경 분야 빅데이터 플랫폼이 공개될 예정이어서 12월 한 달 동안에만 10개의 빅데이터 플랫폼이 생긴다.

인터뷰 | 남영민 나이스D&R 기획관리본부장

자동차 정보의 숨겨진 가치, 데이터는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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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KDX에서 나이스D&R은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

A 나이스D&R은 자동차 정보 허브를 지향하는 회사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상용차 시세를 포함한 중고차 시세, 정제된 형태의 각종 자동차 통계 정보를 제공한다. 자동차 정보는 정부에서 제공하는 데이터도 많지만 사실상 화석화된 정보다. 정보가 너무 산재돼 있고, 차량 정보도 다 나뉘어 있다. 나이스D&R은 이런 데이터와 숨은 정보를 찾아 엮어서 붙이고 정제해 보기 쉽고 유용한 데이터로 만든다. 자동차 정보의 숨겨진 가치를 KDX에서 좀 더 많이 알려서 새로운 데이터 시장 형성에 기여하겠다.

Q 나이스D&R이 KDX에 올린 데이터 중 가장 자랑하고 싶은 데이터는 무엇인가.

A 모두 자랑할 만한 데이터다. 자동차 관련 통계 정보, 전 국민을 대표할 수 있는 표본을 기반으로 모빌리티 관련 앱 패널 정보를 제공한다. 스타트업 등 이용자들이 가치 있게 활용하는 데이터가 나온다면 그 데이터가 가장 자랑스러울 것 같다.

Q 데이터 가격은 어떻게 책정했나.

A 사실 정해진 정책이나 규정이 없다. 사실상 적자다. 나이스그룹의 나이스평가정보도 개인 신용정보를 다뤄서 판매하는데, 흑자를 내기까지 10년이 걸렸다. 해외 사례를 보고, 여러 설비나 초기 투자 비용을 합리적으로 예측해서 가격을 정해야 한다. 지금은 데이터 시장이 정가를 찾아가는 중이다. 정가를 찾을 때까지는 결국 버텨야 한다.

Q 나이스D&R은 한국 데이터 산업 발전을 위해 어떤 일을 할 것인가.

A 향후 3개년 목표는 스마트 데이터 플랫폼 기반 구축이다. 스마트 데이터는 실제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양질의 데이터를 말한다. KDX, 나이스그룹으로 모이는 정보와 시장에서 아직 그 가치를 인정받지 못한 정보를 모아야 한다. 이 정보들을 기업과 사회가 원하는 데이터로 제공하고자 한다. 수많은 자동차 통계 데이터의 합법적 활용으로, 스마트 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Q KDX가 한국 데이터 생태계를 선도하기 위해서 어떤 일을 해야 한다고 보나.

A 데이터 유통 시장은 눈에 보이지도 않고, 활용 측면에서도 이용 회원사가 어디냐에 따라 그 가치에 대한 체감 차이가 매우 큰 시장이다. 민간 주도형 데이터거래소가 된다 하더라도 일정 기간은 재무적 어려움을 견뎌내야 한다. 매일 먹는 먹거리같이 데이터를 단순 판매하기보다는 데이터 간 융복합을 통해, 그 가치를 배가시킬 수 있는 고도의 인사이트를 키우는 것을 장기적 목표로 둬야 한다. 무형의 정보에 대해서도 그 가치를 정당하게 평가받고, 사회적으로 그 대가를 당연히 지불하는 문화를 만들어가야 한다는 의미다. 먼저 단기적으로는 성공 사례가 필요할 것이고, 장기적으로는 정보의 제공사와 이용사 모두 재무적 이익을 가져갈 수 있도록 하는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안목이 필요해 보인다.

Q 한국 데이터 산업의 극복 과제는 무엇인가.

A 개인마다 그리고 그 개인이 속한 사회마다 생각하는 프라이버시에 대한 수준은 매우 다양하다. 예를 들면 기업 활동을 위해 빅데이터 활용이 필수라 하지만, 그에 속한 개인정보 범위나 내용이 상이하다. 머신러닝 등 분석 방식에 따라 해당 기업조차도 자신들이 내놓은 빅데이터 분석 결과물의 인과관계를 알지 못하기도 한다. 관련 법개정에 있어 가명정보로 그 대안을 찾아가려 하지만, 그 역시도 철저한 관리가 추가적으로 요구된다. 최근 정책적으로 마이데이터 사업이라 해, 정보 주체로서의 개인의 권리 보장과 정당한 혜택 제공 차원으로 접근하고 있는 것은 매우 좋은 사례다. 기존 신용정보 관련 법령 이름이 ‘신용정보의 이용과 보호에 관한 법률’이다. 그 이름과 같이 ‘이용과 보호’가 어느 한 군데 치우침 없이 잘 논의되고 확정돼야 한다. 개인의 권리 구제에 대한 실질적 관리·보상 방안을 명확히 하고, 기업의 경우에도 네거티브 규제를 통해 안정적으로 사업을 할 수 있게 해야 하며 정보 유출 사고의 경우 그 책임을 명확히 지울 수 있도록 좀 더 섬세한 제도 정비가 필요해 보인다.

KDX 어떻게 이용하나

기업·개인회원 구분…‘고급기업’ 등급 혜택 많아

KDX(한국데이터거래소) 데이터는 기본적으로 가입 회원에게만 제공된다. 회원은 기업회원과 개인회원으로 구분되고, 연회비에 따라 이용 가능한 서비스가 나뉜다.

기업회원 중 연회비 200만원을 내면 ‘일반기업’ 회원 등급이 주어지며 데이터 구매는 물론 판매도 가능하다. 연회비 1000만원 ‘고급기업’ 등급은 구매 수수료가 일반기업 회원의 절반이다. 1억원 이상 구입할 계획이라면 고급기업 회원이 유리하다.

개인회원은 연회비 100만원의 유료 회원과 연회비가 없는 무료 회원으로 구분된다. 유료 회원의 경우 KDX에서 자유롭게 데이터를 구매할 수 있지만, 현재 데이터 판매는 할 수 없다. 내년에는 판매도 가능하게 할 계획이다. 기업회원처럼 클라우드상에서 제공되는 빅데이터 분석 툴을 이용해 원데이터를 가공할 수도 있다. 무료 회원은 KDX상 무료 데이터 이용이 가능하지만, 유료 데이터 구매는 하지 못한다.

KDX는 소상공인이나 스타트업을 비롯해 연구 목적으로 데이터를 활용하려는 개인들에게는 개인회원 연회비 100만원을 면제하는 프로모션도 진행 중이다.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를 확인하면 된다.

[박수호 기자 suhoz@mk.co.kr, 윤진호 매일경제신문 기자 jinho@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37호 (2019.12.11~2019.12.17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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