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월스트리트저널(WSJ)미국 ABC방송 등에 따르면 메블뤼트 차우쇼을루 터키 외무부 장관은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S-400 도입을 계기로 제재를 시행할 경우 터키는 보복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터키에 대한 제재가 시행되면 인지를리크와 퀴레직 공군기지가 의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차우쇼을루 장관의 이 같은 발언은 미 의회가 터키에 대한 제재 조치를 포함한 국방 법안에 합의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뒤 나왔다. 미국의 강경 대응에 터키 역시 강하게 맞서겠다는 경고 메시지로 풀이된다.
실제로 두 기지는 미군의 대(對)중동 전략 거점지로 인식되고 있다. 터키가 이 시설을 이용하지 못하게 할 경우 미국이 받을 타격도 만만치 않을 것이란 뜻이다. 특히 인지를리크 기지는 미국의 전략 핵무기도 약 50기가 배치돼 있다. 퀴레직 기지에도 주요 레이더 시설이 배치돼 있다.
문제는 향후 미국과 터키 관계를 악화시킬 요인들이 계속 발생하고 있다는 것. 터키는 S-400 도입 외에도 시리아 북동부 쿠르드족 거점지역 공격과 이 지역에 대한 러시아와의 공동 순찰 등 미국이 불편하게 생각하는 조치들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S-400 도입으로 미국의 F-35 전투기 구매와 개발 참여가 금지되자 터키는 아예 러시아산 전투기인 수호이(SU)-35를 사겠다고 맞서고 있다.
하지만 터키로선 미국의 경제제재가 시행되면 가뜩이나 취약한 경제가 더욱 흔들릴 수 있고, 미국도 러시아 견제가 주목표인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의 핵심 전력인 터키를 포기할 수 없어 결국 양측이 어떻게 해서든 해결책을 마련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카이로=이세형 특파원 turt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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