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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이슈 미술의 세계

얼어붙었던 미술시장에 김환기 훈풍 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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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김환기 `산월`.


추상화 거장인 김환기가 세운 한국 미술품 경매 최고가 기록이 불황과 세금 폭탄으로 얼어붙은 국내 미술 시장에 훈풍을 불어넣을까.

그의 푸른 점화 '우주'(Universe 5-IV-71 #200)는 지난달 홍콩 크리스티 경매에서 131억8750만원에 낙찰돼 사상 첫 100억원 시대를 열었다. 국가 경제력과 작품성에 비해 저평가됐던 국내 미술품이 재평가될 계기라는 낙관과 김환기의 독주일 뿐이라는 비관이 교차하고 있다.

김환기 후광 효과를 가늠할 올해 마지막 대규모 경매가 열린다. 서울옥션이 오는 18일 신사동 강남센터에서 김환기와 이우환 등 블루칩 작가 작품과 정조의 화성능행도 8폭 병풍 등 미술품 86점(추정가 87억원)을 출품한다.

우선 김환기 '산월'이 추정가 4억~6억원에 출품된다. 엄격하고 절제된 조형과 한국적 서정주의가 잘 드러나는 작품이다. 푸른색의 변주로 표현된 달과 산의 모습, 물결과 등성이마다 포개진 노랗고 붉은빛, 검은 윤곽선으로 배경과 분리된 곡선 형태가 서로 어우러지는 게 특징이다. 서울옥션 측은 "격변하는 한국 사회를 살아가면서 그 속에서 중심을 찾고 우리의 것을 잃지 않으려 노력했던 김환기 정신이 고스란히 투영됐다"고 설명했다.

이우환 1978년작 '선으로부터'는 추정가 3억~5억원에 새 주인을 찾는다. 붓에 물감을 가득 묻힌 뒤 선을 긋고, 흐릿해지면 다시 물감을 묻히고 같은 행위를 반복한 작품이다. 연속적으로 나열된 선은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시간의 경과를 그대로 보여준다.

고미술품으로는 정조가 1795년 어머니 혜경궁 홍씨를 모시고 부친 사도세자 묘소인 현륭원에 행차하며 벌어진 여덟 가지 장면을 그린 '화성능행도'가 출품됐다. 현재 8폭 병풍이 온전하게 남은 4좌 중 1점이다. 나머지는 삼성미술관 리움, 국립중앙박물관, 국립고궁박물관이 1좌씩 소장하고 있다. 사도세자의 복권과 혜경궁에 대한 우대, 나아가 왕실의 기쁨을 백성과 함께하고자 했던 정조의 소망이 담겨 있는 작품으로 경매 추정가는 별도문의다.

겸재 정선, 단원 김홍도, 표암 강세황 등 조선 후기 화가의 작품 54점을 담은 10폭 병풍 '백납병(百納屛)'도 출품된다. 17세기부터 19세기까지 300여 년 시대를 망라한 작품으로, 한 소장가가 병풍으로 만든 것으로 보인다. 겸재 정선 '초충도'를 비롯해 단원 김홍도 '천진완월'과 '목우도', '산수인물도', 표암 강세황 '산수인물도' 등이 모여 있다. 경매 추정가는 8억~15억원이다. 이번 경매 프리뷰는 11~18일이며 누구나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지난달 처음 선보인 온라인 경매 '제로 베이스'는 오는 20일 두 번째로 진행된다. 시작가 0원인 새로운 형식 경매로, 지난달 100% 낙찰률을 보이며 좋은 반응을 얻었다. 이번에는 김현수, 이도담, 이혜인, 유리, 콰야 등 작가 5명의 회화 작품을 출품한다. 프리뷰 기간은 14~20일이다.

[전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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