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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3 (목)

`기생충` 누른 `악인전`…IPTV서 잘나가는 영화 따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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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극장 박스오피스 17위인 `악인전`은 온라인 상영관에선 2위에 올랐다. [사진 제공 = 키위미디어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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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만 영화 '기생충' 인기도 IPTV에선 이 작품만 못하다. 극장에서 336만명을 동원하며 현재까지 연간 박스오피스 17위를 달리고 있는 '악인전' 이야기다.

12일 한국영화진흥위원회 온라인상영관 박스오피스에 따르면 '악인전'은 올해 들어 86만 이용건수를 올리며 '기생충'(76만건)을 가뿐히 제쳤다. 전체 TV VOD 흥행 순위로는 2위에 해당한다.

IPTV와 인터넷 VOD를 포함한 온라인 영상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한국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디지털 온라인 시장 매출은 4739억원으로 2017년의 4362억원에 비해 8.6% 불었다. 오프라인 극장이 수년째 정체기를 맞은 것과 정반대로 초고속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디지털 온라인 시장 규모는 2016년엔 직전 연도와 비교해서 23% 자랐고, 2017년에도 5.7% 커졌다. 이에 배급사와 제작사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는 생각으로 부가판권 시장을 공략하는 데 사활을 걸고 있다. 온라인 동영상 마켓에서 한 번 더 주어지는 기회를 잘만 살리면 적자 영화가 손익분기점을 돌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극장에서 이미 잘 팔린 작품이라면 흥행 기록을 홍보 포인트로 삼을 수 있어 유리하다.

'극한직업'은 오프라인 박스오피스 성적표가 온라인으로 그대로 옮겨간 경우라고 볼 수 있다. 올해 극장에서 무려 1627만명이 본 이 영화는 TV VOD 이용이 171만건에 달한다. 2위 '악인전'과의 이용횟수 차이는 2배에 이른다. '극한직업'은 이변이 없는 한, 올해 온·오프라인 박스오피스 통합 1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시장에서의 싸움이 재밌는 건 실상영관에서 쓴맛을 본 영화가 '패자부활'하는 일이 드물지 않아서다. 공효진·조정석 주연 '뺑반'이 대표적이다. 손익분기점이 400만명이었던 이 영화는 극장에서 고작 183만명의 선택을 받는 데 그쳤다. 그러나 온라인 이용건수는 57만건으로 현재 온라인 박스오피스 7위에 자리 잡고 있다. 건당 이용금액을 8000원으로 가정했을 때 45억6000만원의 수익을 보전한 셈이다.

'마약왕'도 부가판권 시장에서 인공호흡기를 달았다. '내부자들' 우민호 감독과 명배우 송강호의 의기투합으로 화제를 끈 이 작품은 손익분기점이 400만명이었으나 186만 관객을 최종 스코어로 강판됐다. IPTV 이용건수는 54만회로 손익분기점을 넘기엔 다소 부족하지만, 올해 디지털 동영상 시장 8위라는 타이틀을 차지할 수 있게 됐다.

IPTV를 통해 적자에서 흑자로 전환한 영화도 있다. '사바하'는 극장에서 240만명이 봐서 애초 설정했던 손익분기점인 250만명에 다소 부족했지만, IPTV를 통해 30만 시청을 이끌어냈다. 이에 손익분기점을 실질적으로 230만명까지 끌어내리는 효과를 얻었다고 CJ ENM 측은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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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보다 방구석 1열에서 환영받는 영화의 특징은 무엇일까. 하나는 액션, 공포 등 킬링타임에 적합한 장르물이다. 위에서 예로 든 '악인전' 외에도 '롱 리브 더 킹:목포 영웅'(9위), '걸캅스'(12위), '악질경찰'(19위), '존윅3:파라벨룸'(26위), '사자'(29위) 등이 이런 사례로 분류 가능하다.

또 하나의 키워드는 마동석이다. 마동석 시네마틱 유니버스(MCU)라는 표현까지 탄생시킨 그가 출연한 영화는 IPTV에서 열렬한 지지를 받는다. 2위 '악인전'을 비롯해 IPTV에서 38만명이 본 '성난황소', 지난해 온라인 박스오피스 9위 '범죄도시', 17위 '챔피언'은 모두 마동석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TV VOD 시장의 성장세는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전망이다. 국내 대표 IPTV 관계자는 "집에서 맥주를 마시며 보고 싶거나 가족들과 수다를 떨며 감상하고 싶은 영화는 아무래도 IPTV로 보기가 쉽다"며 "아울러 틈새시장을 노리는 영화들이 IPTV에서 선택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그는 "충분히 흥행성이 있었는데 특정 영화의 돌풍 때문에 상영관을 못 잡은 작품이 IPTV에서 인기를 끌기도 한다"고 부연했다.

한국영화진흥위원회는 "최근 5년간 TV VOD 시장은 IPTV 최초개봉영화 등 전용 콘텐츠의 증가, 다양한 가격 정책, 홀드백 조정 등을 통해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였다"며 "일각에서는 다른 콘텐츠와 달리 특히 영화는 모바일보다는 집에서 감상하는 TV VOD가 당분간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창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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