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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2 (일)

서울 31개 경찰서중 28곳 `제로페이` 외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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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서울시가 올해와 내년에 걸쳐 제로페이에 100억원이 넘는 홍보 예산을 배정하는 등 대대적인 예산을 투입하고 있지만 서울 소재 여러 관공서와 공공기관이 제로페이 단말기를 여전히 설치·운영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일부 공공기관은 구내식당에만 제한적으로 단말기를 설치했으며 사용 실적도 미미했다.

서울시가 소상공인들의 카드 수수료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야심차게 내놨지만 제로페이 저변 확대에 애를 먹고 있는 셈이다. 일각에선 세금 낭비라는 비판이 나온다. 이 와중에 서울시는 제로페이 활성화에 기여한 공무원에게 시장 표창을 수여할 계획을 세워 성급한 '자축파티'를 벌이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12일 제로페이 누리집에서 확인한 가맹점 현황에 따르면 서울 25개 구청 중 2개 구청(서초·금천구)에서 제로페이를 찾아볼 수 없었다. 4개 구청은 식당에만 단말기 한 대씩을 설치해 운영 중이었다. 자치구 주민센터의 제로페이 가맹점 등록도 미흡하다. 4개 구청 산하 주민센터의 가맹점 등록률은 50% 이하를 기록했고, 특히 서초구는 18개 주민센터 중 3곳만 등록돼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서대문구 천연동 주민센터 측은 "제로페이 단말기를 설치했지만 현재는 이용이 불가하다"고 답했다.

서울 소재 경찰서나 세무서, 검찰청, 법원 등에선 더욱 썰렁하다. 31개 경찰서의 경우 3곳만 제로페이를 사용 중이었다. 강동서와 도봉서는 구내식당, 영등포서는 어린이집에 제로페이가 설치된 것으로 나타났다. 세무서는 28곳 중 1곳(서초세무서 구내식당)만 제로페이를 사용 중인 것으로 조사됐다. 법원과 검찰청 13곳에서는 전부 제로페이 사용이 불가능하다.

지난 6월 중소벤처기업부는 "제로페이 결제가 가능한 공공기관 이용시설을 확대해 제로페이가 공공에서 민간으로 확산되는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시민들도 제로페이를 외면하고 있다. 지난 11일 오후 마포구 공덕동 주민센터를 찾은 민원인 15명 중 제로페이 이용자는 한 명도 없었다. 주민센터 창구마다 제로페이 QR코드 스티커가 붙어 있었지만 눈길을 보내는 이는 없었다. 서대문구에 거주하는 김하늬 씨(30)는 "원래 카드 위주로 쓰는 편"이라며 "제로페이는 써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구청과 관공서 직원들은 제로페이를 이용하는 데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했다. 서초구청 관계자는 "제로페이 QR키트는 두고 있지만 수수료 문제로 사용을 하지 않아 가맹점 등록에 잡히지 않은 것 같다"며 "구청 민원인들이 제로페이를 찾지 않아 구청 측도 제로페이를 설치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법원 식당 관계자는 "식당 내부 결제 시스템상 제로페이 도입은 물리적으로 힘들다"고 전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서울시는 제로페이 활성화에 기여한 공무원에게 서울시장 표창을 수여하는 계획을 세웠다. '2019년 제로페이 활성화 유공 시장 표창 계획'에는 제로페이에 기여한 공무원을 추천받고 심사를 거쳐 이달 말 시장 표창을 수여한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제로페이가 사실상 성과를 거두지 못했고 재원이 효과적으로 사용되지 않은 상태에서 표창을 수여하며 제로페이 정책을 확대하거나 유지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박윤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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