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12 (일)

美 "北도발땐 안보리 응분조치" vs 北 "美, 도끼로 제 발등 찍어"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매일경제

켈리 크래프트 유엔 주재 미국대사가 1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진행된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이달의 순회 의장국 자격으로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AFP =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북한 탄도미사일 도발을 논의하기 위해 11일(현지시간) 열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서 미국과 중국·러시아가 대응 방안을 놓고 충돌했다.

미국은 북한에 도발하지 말 것을 경고하는 동시에 협상에 유연할 준비가 돼 있다며 대화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그러나 중국은 대북 제재 완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켈리 크래프트 유엔 주재 미국대사는 북한이 언급한 '새로운 길'에 대해 "북한이 장거리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한 우주 발사체나 핵무기로 미국 대륙을 공격하기 위해 고안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크래프트 대사는 "우리는 북한이 적대와 위협을 멀리하고, 대신 우리 모두와 관여하기 위한 대담한 결정을 할 것으로 믿는다"면서 "그렇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면 안보리는 응분의 행동을 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이 ICBM 발사 등과 같은 전략적 도발에 나설 경우 대북 추가 제재 가능성을 열어둔 발언으로 풀이된다.

크래프트 대사는 "우리는 여전히 병행적으로 행동하고, 합의를 향한 구체적인 조치를 동시적으로 취할 준비가 돼 있으며, 우리가 접근하는 방식에서 유연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 사실상 북한에 대화 복귀를 촉구했다.

반면 중국과 러시아는 대북 제재 완화를 거듭 요구했다. 북한이 그동안 핵실험과 ICBM 발사를 유예하는 선의의 조치들을 취한 만큼 상응하는 '당근'을 제공해 협상을 촉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장쥔 유엔 주재 중국대사는 "상황의 극적인 반전을 피하고, 북·미 대화를 지원하기 위해 안보리가 대북 제재를 완화하는 것이 긴요하다"면서 "가능한 한 빨리 대북 제재 결의의 '가역(reversible) 조항'을 적용해 조처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 전개에 따라 상황이 달라질 수 있는 만큼 제재를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바실리 네벤자 유엔 주재 러시아대사도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용납할 수 없다"고 말하면서도 "지난해 긍정적인 모멘텀이 있었지만, 안보리 차원에서는 긍정적인 조치가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북한에) 어떤 것을 대가로 제공하지 않은 채 무엇에 대해 합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 지명자(대북 특별대표)도 이날 15개 유엔 안보리 이사국과 회동하고 북한 문제를 논의했다. 비건 대표가 안보리 이사국과 회동한 것은 안보리 회의에 앞선 정지 작업으로 보인다. 유엔 소식통에 따르면 비건 대표는 회동에서 지금 상황이 엄중하며 안보리가 단합된 모습으로 여러 가지 기존 대북정책을 해나가야 하고, 그런 메시지를 북한에 보내야 한다는 취지의 언급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비건 대표는 안보리가 일치된 목소리로 북한의 도발 가능성에 경고 메시지를 보내면서 동시에 외교적 해법의 원칙을 재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미 외교당국은 비건 대표가 오는 15일께 방한하는 방안을 최종 조율 중이다. 특히 방한 기간인 16일 판문점을 방문할 것으로 알려져 북측과 접촉이 성사될지 주목된다.

한편 북한은 미국 주도로 열린 안보리 회의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면서 강경 행보를 시사했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이날 담화를 통해 "미국은 이번 회의 소집을 계기로 도끼로 제 발등을 찍는 것과 같은 어리석은 짓을 했다"며 "우리로 하여금 어느 길을 택할 것인가에 대한 명백한 결심을 내리게 하는 데 결정적인 도움을 주었다"고 밝혔다. 대변인은 "연말 시한부가 하루하루 다가오고 있는 속에 미국이 우리에 대한 도발수위를 계속 높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10일 미 국무장관 폼페이오가 유엔 제재 결의를 철저히 이행해야 한다고 떠벌인 데 이어 11일 미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공개회의라는 것을 벌여놓고 우리의 자위적인 무장 현대화 조치들을 걸고 드는 적대적 도발행위를 또다시 감행했다"고 말했다.

대변인은 "미국이 입만 벌리면 대화 타령을 늘어놓고 있는데 설사 대화를 한다고 해도 미국이 우리에게 내놓을 것이 없다는 것은 너무도 자명하다"면서 "우리는 더 이상 잃을 것이 없으며 미국이 선택하는 그 어떤 것에도 상응한 대응을 해줄 준비가 돼 있다"고 비판했다.

[뉴욕 = 장용승 특파원 / 서울 = 안두원 기자 / 안정훈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