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18 (토)

[단독] 송철호측 '선거 각본'대로 움직인 당정청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검찰, 송병기 압수수색때 문건 확보… 선거前 송시장 측근들 작성

'송철호 단독 공천·靑과 공약 협의·장관 울산 방문' 그대로 실현

2018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청와대·정부·민주당이 송철호 현 울산시장 당선을 위해 송 시장 측이 만든 주요 선거 전략을 전폭적으로 수용한 정황이 나타났다. 검찰이 확보한 2017년 하반기 송 시장 측 선거 전략 문건엔 '단독 공천' '현직 장관들의 울산 방문' '청와대와의 공약 협의' 등 계획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이 계획들은 실현됐다. 송 시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30년 지기(知己)다.

본지 취재 결과를 종합하면 검찰은 지난 6일 송병기 울산시 경제부시장의 집무실과 자택, 차량을 압수 수색해 다량의 문건을 확보했다. 송 부시장은 송 시장의 '선거 전략 문건'을 만들 때 참여한 멤버였다고 한다. 이 문건들 중엔 송 시장의 측근들이 2017년 하반기부터 정기적으로 모여 이듬해 울산시장 선거에서 송 시장의 당선 전략을 논의한 회의 문건이 다수 포함돼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송 시장의 선거 캠프가 꾸려진 작년 2월 이전에 만들어진 것들이다. 이 문건들엔 송 시장의 당내 경선 승리 전략과 이후 당시 울산시장인 김기현 한국당 후보에게 이길 본선 전략이 자세하게 적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조선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문건에는 민주당 당내 경선 승리 전략으로 'A 후보 배제' '(송 시장의) 단독 공천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내용이 적힌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민주당 지도부는 작년 4월 울산을 전략 공천 지역으로 정해 당내 경선 없이 송 시장을 단독 후보로 공천했다. 김기현 울산시장과의 본선에서 이기기 위한 전략도 구체적으로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건들엔 송 시장의 선거 공약 등과 관련해 청와대와 사전 협의를 할 필요가 있다는 내용도 적힌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송철호 시장과 송병기 부시장은 작년 1월 청와대 장모 선임행정관과 만나 울산 지역 공공 병원 건립 공약 등을 논의한 바 있다. 송 시장 측은 이 외에도 몇 번 더 울산시장 선거 전에 청와대 인사들과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건에 담긴 '현직 장관의 울산 방문' 역시 실현됐다. 이 부분과 관련해 검찰이 특히 주목하는 부분은 2017년 10월 26일 당시 김은경 환경부 장관의 울산 방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장관은 이날 울산의 반구대 암각화를 방문했다. 반구대 암각화의 보전 방안과 울산 시민의 물 공급에 대한 지역 의견을 듣는다는 취지의 방문이었다.

그런데 김은경 전 장관 옆에서 보고를 같이 받았던 사람은 당시 김기현 울산시장이 아니라 울산 지역 변호사에 불과했던 송철호 시장이었다.

환경부는 장관 방문 일정을 울산시청에는 알리지 않았다고 한다. 검찰은 송 시장이 청와대에 환경부 장관의 방문을 요청했고, 이후 김 전 장관의 방문이 이뤄졌다고 볼 수 있는 문건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송 부시장의 업무 수첩에서 그가 김 전 장관 측과 울산 방문 일정을 사전 협의한 기록도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환경부 장관 방문 13일 전 김부겸 당시 행정안전부 장관도 울산을 찾았다. 김 전 장관은 이때 울산 남구의 테크노산업단지 등을 방문했다. 김 전 장관은 이날 황운하 당시 울산지방경찰청장과 지역 건설업자 류모씨 등을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류씨는 송 시장이 2014년 울산의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나왔을 때 '송철호 캠프'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은 사람이다.

한 변호사는 "사전 계획하에 정부와 청와대가 여당 후보와 선거 공약을 협의하고 여당 후보가 짜놓은 선거 계획을 실행했다면 선거 중립 의무를 위반했다고 볼 소지가 크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 문서들이 당·정·청이 모두 나서 송 시장의 울산시장 당선을 도우려 한 단서일 수도 있다고 보고 수사 중이다. 지난해 울산시장 선거 당시 지원 유세를 왔던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인권변호사 친구, 동지 송철호가 됐으면 좋겠다'고 하는 게 문 대통령 마음"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김부겸 전 장관은 본지에 "청와대 오더(명령)를 받고 울산을 방문한 것이 결코 아니다. 통상적 장관 일정이었다"고 했다. 김은경 전 장관과 송 시장, 송 부시장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



[조백건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