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19 (수)

'대우 가족의 노래' 합창, 1000명의 배웅 받으며 떠나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김우중 前 대우그룹 회장 영결식

"함께 세계로 나아가지 못해 미안"

21분 생전 영상에 대우맨들 눈물

충남 태안군 소재 선영에 안장돼

"존경하는 김우중 회장님… 제 인생의 스승이자 삶의 표상이셨던 회장님을 마지막으로 뜨겁게 불러봅니다…."

12일 오전 열린 고(故)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영결식에서 옛 대우 임직원을 대표해 조사(弔詞)를 맡은 장병주 대우세계경영연구회 회장(전 ㈜대우 사장)은 고 김 전 회장의 이름을 부른 뒤 말을 잇지 못했다. 눈물을 쏟으며 더듬더듬 조사를 읽어내려가는 동안 영결식장 안팎을 가득 메운 백발의 '대우맨'들 사이에서 흐느끼는 소리가 퍼져 나갔다.

조선일보

12일 오전 고(故)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운구 차량이 경기도 수원 아주대 본관 앞을 지나고 있다. 이날 열린 영결식에는 옛 대우 임직원을 포함해 1000여명이 참석했다. /고운호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날 경기도 수원 아주대병원 별관 대강당에는 이른 아침부터 옛 대우 임직원을 비롯해 1000여명이 모였다. 좌석은 300석인데 참석자들이 통로를 꽉 채우고도 자리가 모자라 병원 측은 대강당 앞 로비의 대형 스크린으로 영결식을 생중계했다.

추모 열기는 뜨거웠지만 영결식은 소박했다. 영결식장엔 고인의 뜻에 따라 영정과 꽃 장식만 놓였다. 영결식에는 아내인 정희자 여사, 장남 김선협 ㈜아도니스 부회장, 차남 김선용 ㈜벤티지홀딩스 대표, 장녀 김선정 (재)광주비엔날레 대표이사, 사위 김상범 이수그룹 회장 등 유가족과 이경훈 전 ㈜대우 회장을 비롯한 옛 대우 임직원들이 참석했다.

고 김 전 회장의 생전 활동 모습과 육성이 담긴 21분짜리 영상도 상영됐다. 스크린에서 눈을 떼지 못하던 대우맨들은 2017년 창립 50주년 행사에서 김 회장이 "저를 믿고 뜻을 모아 세계 무대로 함께 뛴 여러분의 노고에 (보답하지 못해) 진심으로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말하는 장면이 나오자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기도 했다. 조사 내용 중 "회장님의 웅대한 세계 경영의 꿈은 아직도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 외환 위기 이후 참을 수 없는 고초를 겪으셨지만 회장님은 따뜻한 위로도 받지 못했다"는 대목에서는 참석자들의 울음이 터져 나왔다.

조선일보

고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손자들이 영결식이 끝난 뒤 위패와 영정을 들고 운구차량으로 향하고 있다. 아내 정희자 여사, 장남 김선협 부회장, 차남 김선용 대표 등 유족이 뒤를 따르고 있다. /고운호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1998년 고인이 전경련 회장을 맡았을 때 함께 일한 손병두 전 전경련 부회장이 추도사를 했다. 그는 "회장님은 샐러리맨의 신화이자 우리 젊은이들의 우상이고 영웅이셨다"며 "이제 영원한 평화의 안식을 누리시길 바란다"고 했다. 지난해 9월 고 김 전 회장과 정 여사에게 세례를 준 이동익 신부(방배4동 성당 주임신부)는 "김 회장님은 한국을 인간답게 사는 나라로 만들기 위해 평생을 바친 애국자였다"고 했다.

참석자들이 함께 '대우 가족의 노래'를 부른 뒤 유가족을 대표해 김선협 부회장이 단상에 올랐다. 그는 "아버지는 바쁘셔서 곁에 자주 계시지는 않았지만 언제나 자랑스러운 분이었다"며 "마지막으로 고맙고 사랑한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했다.

장례 기간 동안 허창수 전경련 회장, 손경식 경총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 등 재계 인사뿐 아니라 배우 이병헌·송승헌·김정은, 야구 선수 류현진 등 문화·체육계를 비롯한 각계 인사 1만여 명이 조문했다. 고인은 모친 전인항 여사가 묻혀 있는 충남 태안군 소재 선영에 안장됐다.





[수원=김강한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