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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8 (목)

이슈 '미중 무역' 갈등과 협상

미중 무역합의·연준결정에 한숨돌린 한은, 금리동결 길어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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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변수 사그라들 조짐에…'추가인하' 압박 당분간 줄어들 수도
"미·중 불확실성 제거 아냐…실물개선까지 완화적 기조 이어질 듯"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과의 1단계 무역합의에 서명했다는 소식에 한국은행도 짐을 덜게 됐다. 글로벌 금융시장의 최대변수였던 미·중 무역협상이 타결되면서 대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에는 긍정적인 영향이 예상된다. 미 연방준비제도(Fed)도 전날 예상보다 완화적인 입장을 나타내면서 경기회복의 가능성을 뒷받침했다. 한은은 올해 두 차례 금리를 내렸지만 실물 경기지표의 개선이 더뎌 경기부양을 위해 추가로 기준금리를 내려야 한다는 압박에 부딪힌 상황이었다.

다만 '완화적 통화정책'의 기조가 변화하는 데 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미·중간 1단계 무역합의안의 관세철폐가 중국의 합의이행을 전제로 하고 있어 불확실성 요소가 완전히 사라졌다고는 볼 수 없다. 저성장·저물가 기조가 여타국 대비해서도 심화된 만큼 실물지표의 개선이 뒤따라야 통화정책의 기조적인 변화가 가능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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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열 한은 총재가 지난달 29일 오전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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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불안정·유동성 함정 부담 큰 한은, 관망할 시간 벌어

올해 미·중 무역분쟁이 격화되면서 한국은 가장 타격을 크게 입은 나라로 지목돼 왔다. 한은과 관세청 등에 따르면 올해 1~11월 통관기준 누적 수출금액은 4967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5567억달러)보다 10.7%(600억달러)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미국과 중국에 대한 교역비중이 지난해 기준 35.5%에 달하는 만큼 두 나라 간의 무역분쟁이 우리나라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했다. 한은은 미·중 무역분쟁으로 올해 우리나라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0.4%포인트(P) 내려갔다고 봤고,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미·중 상호 간 관세부과가 매겨진다면 성장률이 0.34%P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은행은 지난 7월과 10월 금리인하를 단행하면서 금리를 역대 최저수준인 1.25%까지 내리면서 경기부양에 나섰다. 10월 인하를 단행하면서는 '두 차례 인하 효과를 지켜보겠다'고 했지만 수출, 투자 등 주요 지표는 호전되지 않았다. 11월 금리를 동결한 직후부터는 내년 추가 인하 전망이 시장에서 쏟아져 나왔다. 글로벌 투자은행(IB) 11곳 중 7곳은 내년 한은 금통위가 금리를 추가 인하할 것으로 예상했다. 초저금리 상황에서 안전자산을 찾는 움직임에 부동산 시장이 들썩이기 시작했고, 금리를 내려도 효과가 없는 '유동성의 함정'에 빠졌다는 비판까지 직면했다.

미·중 1단계 합의로 한은은 금리를 동결한 채 시장의 상황을 관망할 수 있는 시간을 벌게 됐다. 한은은 그간 우리나라의 경기를 끌어내리는 두 요인으로 미·중 무역분쟁, 반도체 단가 하락을 지목해왔다. 더군다나 한은은 최근 내년 중반이면 반도체 수출이 회복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 상황이다. 내년 경기하방의 주요요인이 대폭 사그라들 가능성이 엿보이는 것이다. 당장 금융시장에도 훈풍이 분다. 우리나라 코스피와 코스닥은 이날 1%대의 급등세를 보였고, 환율도 1170원 초반대로 급락했다. 한국 국채 5년물에 대한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25bp(1bp=0.01%P)로, 2007년 10월 29일(25bp) 이후 최저치까지 내려왔다.

미 연준의 완화적인 입장도 한은에는 여유를 줄 수 있는 요소다. 미국 경기는 반세기 만의 최저 실업률을 나타낼 정도로 호황이지만, 연준은 인상 가능성에 명확하게 선을 그었고 오히려 최근 미국 환매조건부채권(레포·Repo) 시장의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단기 채권을 매입자산에 포함할 가능성까지 내비쳤다. 글로벌 투자은행(IB) 일부에서는 이를 두고 사실상 양적완화라는 해석까지 나오고 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미·중 1단계 합의로 경기회복 모멘텀이 강화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는 측면에서 한은도 관망할 가능성이 있다"며 "불확실성 리스크 자체가 줄어들어 내년 동결이 이어질 수 있다고 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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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 만나 인사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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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화정책 기조적 변화는 시기상조…실물지표 개선 이어져야"

미·중 1단계 합의는 완전 타결이 아닌 만큼 여전히 불확실성 요소가 남아있다. 당장 15일로 예정됐던 미국의 대중(對中) 관세부과 계획은 유예될 가능성이 커졌지만 기존의 매겨졌던 관세를 줄이는 데는 조건이 붙었다. 중국의 미국산 농산물 구매와 금융시장 개방 등이다. 이 과정에서 두 나라간 이견이 생긴다면 또 다시 불확실성이 증폭될 가능성도 있다.

또 미·중간 1단계 합의가 국내 실물지표의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으면 통화정책의 기조가 바뀔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의견이 앞선다. 수출·투자의 개선과 더불어 물가지표까지 눈에 보이는 개선 흐름이 없으면 여전히 경기부양이 필요한 상황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특히 물가의 경우 수요여력을 나타내는 근원물가(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지수)까지 넉 달 연속 0%대에 머무르고 있다.

미 연준 역시 '지속적이고 의미 있는 인플레이션 없이 인하는 없다'는 입장이다. 올해 연준의 금리인하는 경기확장기 중 '보험성 인하'적 성격이 강한데, 이런 상황에서도 저물가는 통화정책의 방향을 되돌리는 데 걸림돌이 되는 요소다. 한은이 명백한 경기하강 속에서 경기부양을 위한 금리인하를 단행한 만큼 더욱더 지표를 민감하게 확인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의미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중간 1단계 합의는 세계경기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만큼 한은이 통화정책에 좀 더 여유를 가지게 된 것은 맞다"면서도 "다만 여타 대외적 악재로 경기가 악화되거나 디플레이션이 심화된다면 또 금리인하의 필요성이 제기될 수 있다"고 했다.

이미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만약 관세율이 낮아진다면 글로벌 제조업과 우리나라 경기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지만 우선 대중 관세율을 낮추기 위한 조건들이 실제로 이행될 수 있는지를 지켜봐야 한다"며 "내년초 한은이 결정을 내려야할 필요성은 줄었지만 금리인하 기조가 철회되는 데까지는 확인해야 할 것이 남아있다"고 했다.

조은임 기자(goodnim@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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